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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robras 견학

(한참 쓰다가 홀라당... ㅜ.ㅜ)

 

브라질 친구들은 에두아르도가 소개시켜줬는데,

이 양반이 내 전공이 뭔지, 주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갈쳐주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여기 미국에서 친구 하나 가니까 구경 잘 시켜줘라... 했다는 거다.

이 곳 양반들도 나름 난감했다고... ㅡ.ㅡ

내가 못 살아...

 

어제는 Danilo 아자씨를 따라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인 Petrobras 정유공장에 갔었다.

나 때문에 일부러 간 건 아니고, Danilo에게 교육 요청이 들어와서 강의를 하러 가는 김에 나를 데리고 간 것이다.

Danilo 는 산업의학을 전공한 50대 초반의 의사이자 상 파울루 주 정부의 근로 감독관, 그리고 전문 분야는 벤젠이란다. 그리고 열혈 + 비판적 PT 지지자...

이 사업장이야 당연히 그동안 벤젠에 대한 교육을 많이 했었는데, PT 집권 이후 고용평등법이 실시되면서 생산 현장에 여성 노동자들의 진출하기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이들을 위한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노조에서 요청한 거라고....

 



상파울루 외곽에 위치한 산업단지가 엄청 넓었고, 공장 자체도 무진장 크더라.

수학여행 가서 현대중공업인지 포항제철인지 기억도 안 나는 그 대공장을 멀찌감치 구경한 거 빼놓고는 내 평생 그리 큰 공장 첨 본다. (동해시 시멘트 공장이나 거제 대우.. 이런데보다 훨씬 큰 거 같던데 가늠이 잘 안 됨) 불길 막 솟아오르는 정유탑에다 끝도 없이 이어진 송유관들... 워매........ 완전 시골쥐 모드였음... ㅡ.ㅡ 거기다 방문자를 위한 별도 안전교육까지... 폭발사고 발생시 대피요령... 사람 겁주고 말야....

 

어쨌든 또 평생 첨으로 원유(crude oil) 도 봤다. 연구소 노동자 한 분이 완전 자랑스런 표정으로 정제 과정 설명하면서 친절하게 원유, 디젤, 가솔린 다 보여주고 가스 크로마토그래피(이거 백만년만에 본다) 직접 돌려서 벤젠 함유량 확인해주고.... 

이 공장이 라틴 아메리카 최초(the first) 정유소란다. 오호라 맞장구치면서 혹시 남미 최대는 아니요 물었더니만... 몹시도(!)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면서 남미 최대 정유소는 베네수엘라에 있다고.... (이 양반들 베네수엘라와 은근 라이벌 의식 ㅎㅎㅎ)

 

어쨌든, Danilo의 강의를 노동자들과 함께 들었는데....

학부 때나 전문의 시험볼 때나 각종 물리화학적 유해인자 외우는게 젤 싫었다는 사실이 새삼 새록새록.... 슬라이드는 몇 장 되지도 않는데 어찌나 말을 많이 하는지 정말 꽈배기되서 죽는 줄 알았다. 알아듣기나 하면 또 몰라.. 포르투기즈.... 흑. 거기다 노동자들은 어찌나 관심과 열정이 하늘을 찌르는지.. 질의 응답이 30분도 넘게.... ㅜ.ㅜ

그래도 다행히 구내 식당에서 주는 밥이 맛나서...

참아줬다..... 흠.

 

신기했던 건,

그 넓은 공장에 노동자들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는 건데...

중단없는 구조조정 덕분(ㅡ.ㅡ)에 현장 인력이 확 줄어들었기 때문이란다.

거기다 용역이나 사내하청 등 비정규 고용이 늘어나고 규제 완화가 일어나면서 (범 우주적 현상이다) 각종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Danilo는 브라질 국영기업으로서 한편으로 이곳을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지만 이런 문제 때문에 아주 미치겠단다. ㅡ.ㅡ

 

나한테 인상적인 것은,

노조가 노동부의 "근로감독관"에게 전문적인 내용의 교육을 요청했다는 사실.

근로감독관이 직접 교육도 하는구나. 특별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구나.

그리고 노동자 편이기도 하구나... ㅡ.ㅡ

 

현재 상파울루 주 정부의 감독관 숫자는 150명밖에 안 되는데 (심각한 인력 부족) 의사들이 상당 수를 차지하고 있단다 (숫자 기억 안 남). 70년대 학생 운동 출신의 의사들이 상당 수 진출한 덕이라고...  Danilo 도 이 곳에서 일한지 20년이 넘었다니....

 

현재 인력들 중 일부는 노골적인 친 자본 성향, 또 일부는 그저 테크니컬한 측면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급진적 감독관들이 내부에서 수많은 투쟁을 벌여왔고 지금도 싸우는 덕분에 많이 달라졌단다.

하지만 리우 데 자네이루 같은 곳만 해도 완전히 친 자본 성향의 근로감독관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직무 유기나 뇌물 수수 등 부패는 말도 못 한단다... ㅜ.ㅜ

 

아자씨 왈....

어느 하나 투쟁 없이 되는게 없다고.... 당연한 거 아니냐고...

그거 맞는데.....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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