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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는 것은....

0. 따봉!!!

 

충격! 

나는 여태까지 "따봉"이 "굉장히 좋다"는 뜻인 줄 알았건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지 않는가... 

 

"브라질에서는 좋은 오렌지를 발견했을 때 이렇게 이야기하죠 '따봉!' 우워~~~~ "

 

근데 알고 보니까 이게 그저 OK 정도의 강도밖에 아니란다.

Danilo 가 전화 받으며 계속 따봉따봉 하길래 뭔 좋은 일이라도 있냐고 물어보니까 그냥 "음, 좋아 (ta bom)" 정도의 뜻이라고... ㅡ.ㅡ

아씨.. 그 동안 속았어....

 

말하자면 이런 거잖아...

"이 오렌지 어때? 음, 뭐 괜찮네... 오케이... (어.. 싱거워....)"

 

 

1. 뽀뽀뽀

 

이제 허그는 일상 생활이 되어서 만나면 허그, 헤어지면 허그.... (한국 가서도 계속 이러면 성추행범으로 몰릴지 몰라. 조심해야지!!!)

근데.. 여기 브라질 사람들이 표현하는 친근함의 표현 정도는 정말 장난 아니다.

만나면 반갑다고 뽀뽀뽀.. 헤어질 때 또만나요 뽀뽀뽀

오늘만 해도 뽀뽀만 수 십번을 한 거 같애.. ㅡ.ㅡ

 

엊그제는 한 청년한테 길을 물어봤는데 (엉터리로) 갈쳐주고는 엄지손가락 쳐들며 윙크를 살짜쿵..... 허거덕....너 뭐냐.... ㅜ.ㅜ

 

거기다 음식 나눠 먹는 것도 상상초월... 한국인들이 찌개냄비에 다같이 숟가락 담그고 먹는게 서양인들 보기에 이상하다고 했지만... 여긴 그 정도면 양반이다.

오늘 Danilo 아자씨 친구들을 만나 대낮부터 술을 마셨는데 (자리를 옮겨다니며 아침 10시 반부터 지금 저녁 6시까지 계속 먹구 마시고... 죽겠다... ㅜ.ㅜ),

세상에... 내 옆에 앉은 마르꼬 아자씨가 안주 (어묵같이 생긴 생선 튀김)를 한입 쓱 베어 먹더니 나한테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준다. 그래서 나도 한 입 먹고 다시 돌려줬음 ㅎㅎㅎ

맥주도 서로 마시다 만거 막 돌려 먹구...

친구들 중 한 명이 좋은 시가를 한 대 구해왔다며 불을 붙이니까 돌아가며 다들 한 모금씩.....(물론 나도 끼어서 ㅎㅎㅎ)

 

진짜 어찌나 다정다감들한지.....

 

 

2. 다른 풍경들...

 



그저께 여기 상파울루에서 지난 5월 폭동에 이은 2차 폭동이 일어났다.

경찰서와 은행, 시내버스가 불타고 경찰을 비롯한 시민들 몇 명이 사망했다.

 

아래의 사진은 뉴스에 보도된 불타버린 버스... ㅡ.ㅡ


 

 

일정이 없어서 공원이랑 박물관 구경가려다가 화들짝 놀랬는데...

그래도 뭐 설마.. 하는 심정으로 시내 구경을 나갔더랬다. (고맙게도 Thais 가 전화를 해서 경찰한테 가까이 가지 말라는 기상천외한 충고를 ㅎㅎㅎ)

 

많은 버스들이 운행을 중단해서 시내가 평소보다 한산한 거라는데 나야 알 수 있나.. 어쨌든 상 파울루 도심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Parque Ibirapuera 에 가서 한참 동안 산책하고 푹 쉬다 왔다. 공원 안에 박물관도 몇 개 있는데 이번 주에 무슨 대규모 패션 행사를 하기 때문에 대부분 문을 닫고 그와 관련된 행사를 하고 있다더라...  

평화로워 보이는 이 모습...

 

오늘 새벽에도 쓰레기차를 불태우는 일련의 폭력행위가 계속되었다는데...

주말 장터 광경을 보라....

역시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다.

상 파울루가 범죄/폭력이 만연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마치 돌아다닐 수도 없는 무법천지처럼 그려지는 건 프로퍼갠더라고 다들 입을 모아 비난... ㅎㅎㅎ  (심지어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아자씨마저도 같은 소리를 하더라...)

마치 외국에서 뉴스를 보면 한국이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에 놓여있거나 밤낮없는 데모로 치안이 마비된 거 같지만 막상 현실 생활의 모습은 아주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인거지.....

 

 

3. 그런데...

 

폭동 소식을 듣고 도대체 사건의  규모가 가늠이 안 되어 인터넷으로 국제 뉴스란을 찾아보았는데 (여기 포르투기즈 뉴스는 이해 불가 ㅡ.ㅡ) 의외로 보도가 거의 안 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사건들이 워낙 대박인지라......

인도의 뭄바이 열차 폭발 사고와 북한 미사일 소식...

그리고 무엇보다 이스라엘의 공습....

도대체 어쩌려고 저러나...

 

유엔 결의안에 뻔뻔스럽게 비토를 놓는 볼튼 미국 유엔 대사의 모습에 기가 막혀 말을 못 이루다가... 

뒤이어 등장한 팔레스타인 대사의 절절한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가슴이 찢어지는 듯 했다. 정말 어쩌자는 건가.... 정말.....

심지어 오늘 아침 부시는 전면전에 나설 준비가 되어있다는 식의 발언을 했으니.....

Danilo 아자씨 친구 하나는... PCC (폭동 일으킨 갱스터 조직)가 잘못된 전술을 가지고 있다면서... 기껏 경찰이나 쓰레기차 버스 불태우는게 아니라 부시한테 폭탄을 날려야 하는 거 아니냐고..... ㅡ.ㅡ

 

그런데...

그냥... 서로 평화롭게 살아가는게 그리도 힘든 것일까?

우주 한 구석 이 코딱지만한 지구 안에서 꼭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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