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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Habana - dos

새벽길님의 [체 게바라의 사진] 에 관련된 글.

체게바라의 혁명 정신을 (서구) 자본주의가 훼손하고 있다고 하지만,

꾸바의 수도 아바나에서조차,

바로 그 서구 관광객들을 상대로 가장 열심히 판매하고 있는 주력 상품이 체게바라 인 것은 정말, 보고 있기가 괴로웠다. 

가게 진열장마다 도배가 된 체의 티셔츠, 미술관, 관광지의 기념품 가게마다 전면을 차지한 그의 포스터들....

 

혁명광장의 건물 벽을 장식한 체의 초상화 - 그 유명한 꼬르다의 사진을 이용했고, Hasta la Victoria Siempre 가 함께 적혀 있다.

 

 

서점에는 체의 코너가 따로 있을 지경... 이 곳에는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와 나란히 "우고 차베스" 코너가 있어 라틴 아메리카에서의 그의 인기를 짐작케 해주더라.




꾸바의 상황은 내가 예상하던 것보다 훨씬 어려워보였다.

 

도로 곳곳에는 부시와 미국을 비판하는 프로퍼갠더 간판들이 늘어서있었지만,

관광객을 위한 식당에는 "Hotel California" 니 "Take my breath away" 같은 철지난 미국 팝송들이 줄기차게 흘러나왔고, 조금더 비싼 식당에는 영화에서 본 딱 그대로 "Buena Vista Social Club" 분위기의 생음악이 연주되었다.

 

돈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본주의의 속물성, 물신성을 가장 전형적으로 드러내는 산업인 관광을 "사회주의 혁명" 국가 경제의 주력 분야로 삼았다는 데로부터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는 듯 싶었다. (쓰기 어려운 이야기들도.. ㅜ.ㅜ)

 

빈곤은 따뜻한 마음으로, 혁명정신으로 함께 견딘다고 하지만,

도대체 그 거대한 불평등은 누구와 함께 견뎌야 할까?

 

정말 눈이 부신 하늘과 바다와,

콜로니얼 스타일의 오래된 건물들과,

전설적인 명차들,

따뜻한 사람들과 골목마다 울려퍼지는 음악....

그리고 체 게바라의 아우라....

관광객으로서 "참 이국적이구나", 감동하고 말면 그만이겠지만...

전혀 낭만적으로 느껴지지가 않더라.

 

한 번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그 풍광과 사람들을 잊지 못해 또다시 찾는다고들 하지만... 나도 다시 찾고픈 것은 것은 진심이지만...

그 어려운 상황들을 다시 대면할 걸 생각하면 괴롭다.

하지만, 내가 괴로워하는게 정치적으로 올바른 건지조차 사실 잘 모르겠다.

(고민이 정리가 안 되서 글을 계속 못 쓰고 있음... ㅡ.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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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관광지의 요란한 체 도배질을 벗어나, 뜻밖의 곳에서 체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으니...

아바나 시내에서 차로 두 시간 정도 떨어진 이 곳 Sierra del Rosario에는 Buena Vista coffee plantation 유적지가 보존되어 있다. 전망대와 함께... 

Haiti 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농장주들이 노예들을 데리고 이 곳으로 이동하여 자연을 완전 파괴시키며 커피 농장을 운영하던 곳이었는데, 노예제가 폐지된 후 방치되다가 혁명 이후 생태 복원 프로그램에 의해 지금은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는 곳이다. 

그 굉장한 풍광에 말을 못 이루고 있는데,

Capote 할배가 옆에 와서 살짝 알려주신다. 

체가 사랑하던 곳이라고.... 

볼리비아로 떠나기 전에도 이 곳을 찾았었다고...

 

그가 서서 바라보던 전경을,

내가 지금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짠했는데,

그건 아주 복잡한 심경이었더랬다.

일단(!) 꾸바에서의 혁명을 성공시키고 볼리비아 혁명을 위해 떠나는 체의 심정과

미국의 코 앞에서, 안팎으로 혁명을 방어하기 위해, 생존하기 위해 고분군투하는 오늘날의 꾸바를 외부자의 시선으로 지켜봐야 하는 내 심정은 무엇을 공유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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