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준비41호> 불법파견 철폐를 위한 전면전이 시작됐다

 

불법파견 철폐를 위한 전면전이 시작됐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철폐를 위한 전면 파업투쟁을 시작했다.

 

업체 폐업이라는 자본의 공세로부터 촉발된 투쟁은 용역깡패와 관리직을 통원한 무자비한 폭력에도 굴하지 않고 1공장 점거파업으로 이어졌으며, 2공장과 3공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울산공장 뿐만 아니라 아산공장과 전주공장에서도 파업이 시작됐다. 아직 정규직노조인 현대자지부 차원의 공식적인 연대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각 공장 별로 정규직 대의원, 현장위원 등 현장 활동가들이 비정규직 투쟁에 최선을 다해 함께 하고 있다. 또한 정규직 조합원들도 현대차 자본의 대체인력 투입과 폭력에 분노하며 파업투쟁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향후 불법파견 철폐 투쟁의 운명을 건 전면전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과 조합원 조직화

 

이번 투쟁은 대법원 판결로 시작됐다. 대법원은 지난 7월, 제조업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며 2년 이상 일한 하청노동자는 현대자동차 정규직으로 간주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같은 판결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자신도 정규직이며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에 대거 가입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울산, 전주, 아산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은 950여 명에서 2700여 명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현대자동차 1공장 점거파업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 (사진=울산노동뉴스)      

 

자본의 선제공격에 전면전으로 맞서다

 

비정규직지회는 투쟁을 준비했다. 9월 29일 현대차자본에 교섭요구안을 발송하고, 11월 말 파업투쟁을 목표로 쟁의행위를 위한 절차를 진행했다. 법원에 1940명 집단으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냈으며 10월 30일엔 전 조합원이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 상경해 투쟁을 결의했다.

 

비정규직 지회의 투쟁을 앞두고 자본은 먼저 선제공격을 해왔다. 대법원 판결이후 새로 가입한 조합원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고, 현대자동차 본 공장과는 떨어져 있는 시트사업부 동성기업을 11월 15일자로 폐업한다고 공고했다. 노동조합의 가장 약한 부분을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업체 폐업은 이제까지 자본이 가장 효과적으로 써먹던 방법이기도 하다.

 

이에 비정규직지회는 예고된 투쟁을 앞당겼다. 폐업일인 11월 15일 새벽 동성기업 소속 비정규직 지회 조합원 50여 명이 시트사업부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그러자 300여 명의 용역깡패와 관리자들은 조합원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고 강제로 끌어내 경찰에 넘겼다. 시트사업부로 출근하려던 비정규직 조합원들 역시 경찰에 연행됐다.

 

그러나 한 번 시작된 투쟁은 그렇게 끝나지 않았다. 비정규직 지회는 1공장과 2공장 기습파업을 감행해 라인을 세웠다. 그리고 1공장으로 집결하여 전면파업과 함께 점거투쟁을 이어갔다. 자본의 공격과 폭력 탄압에 비정규직지회도 전면전으로 맞선 것이다.

 

이후 투쟁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아산공장과 전주공장도 16일 잔업거부에 이어 17일에는 전면파업과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더불어 울산공장에서는 점거파업을 1공장에서 2공장과 3공장으로 확대했다. 2공장, 3공장에서는 마찬가지로 용역깡패와 관리직의 폭력이 난무했고 이에 맞선 치열한 투쟁이 벌어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울산노동뉴스)

 

연대와 고립화의 갈림길

 

현재까지 비정규직 지회의 점거파업은 힘 있게 진행되었고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점거파업이 장기화 되고 고립화된다면 투쟁은 커다란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승리의 관건은 역시 연대, 특히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투쟁이다.

 

이 부분에 있어 이번 투쟁은 분명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의원, 현장위원 등 정규직 현장 활동가들이 비정규직 동지들과 함께 점거 파업 현장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정규직 조합원들도 대법원 판결을 거부하고 폭력 탄압으로 일관하는 현대차 자본에 분노하여 비정규직 투쟁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또한 정규직 노조 7개 현장조직이 함께 연대투쟁을 호소하는 선전물을 배포하기도 했다. 현장 활동가로부터 시작된 연대가 현장조직의 연대로 조금씩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더욱 확대되어 정규직 조합원의 연대로까지 이어질 때 이번 투쟁은 분명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불법파견 철폐 운명이 달린 투쟁

 

이번 투쟁은 불법파견 철폐투쟁의 운명을 좌우하는 싸움이다. 대법원 판결로부터 시작되기는 했지만 그 판결 역시 2년 이하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정규직 인정을 하지 않는 등 판결 그 자체만으로는 현실을 변화시킬 수 없다. 더구나 정권과 자본은 아예 법을 뜯어고쳐 “제조업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의 근거 자체를 없애려고 하고 있다.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의 실질적인 조직화와 투쟁만이 현실에서 불법파견을 철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런데 현대자동차 이외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체적으로 조직화되어 투쟁을 할 수 있는 곳이 아직은 없다. 그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이 지금 자본에 맞서 전면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투쟁이 패배한다면 불법파견 철폐투쟁은 그 전망을 잃고 주저앉아버릴 수 있다. 비정규직이 조직화되어 투쟁에 나서는 일은 더욱더 어려워 질 것이다. 반대로 이 투쟁이 승리한다면 불법파견 철폐 투쟁은 현대자동차를 넘어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전국 곳곳에서 관심을 갖고 숨죽여 지켜보고 있는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그들 역시 스스로 떨쳐 일어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불법파견 철폐 투쟁은 위기에 빠진 노동운동이 새로 희망을 찾아가는 투쟁이다. 지금, 몸과 마음으로 관심과 실천으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하자.★

 

(2010년 11월 17일 발행)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