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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42호>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앞에 놓인 과제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앞에 놓인 과제

 

 

 

불법파견 철폐, 정규직화 쟁취를 위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장점거 투쟁이 보름 넘게 계속되고 있다. 관리자와 용역깡패를 동원한 회사의 무자비판 폭력에 맞서 자신의 일터에서 파업을 사수하기 위해 터지고 깨지며 치열하게 싸웠던 파업 초기 며칠이 지나갔다. 한 조합원은 “꼭 불법파견 박살내고 정규직화 쟁취해서 이기는 싸움을 만들어 달라”며 집회 현장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금속노조는 대의원대회에서 현장발의를 통해 총파업을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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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3주체 논의안’(1차)에 대한 현장토론 후 안이 적힌 종이를

                      찢어 날리고 있다. 그러나 며칠 뒤 이들은 결국 ‘3주체 논의안’(2차)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사진=울산노동뉴스)

 

투쟁 요구와 성격에 대한 입장 차이

 

그러나 공장점거투쟁이 보름을 넘기면서, 특히 금속노조 총파업을 반대하는 정규직 현대차지부에 의해 강제된 이른바 ‘3주체 의견접근안’을 가지고 회사에 교섭을 요청하면서 투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현대차 자본은 섣불리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투쟁 초기와 같은 폭력 침탈 역시 쉽게 하지 않을 것이다. 1공장 점거농성 역시 회사의 봉쇄로 인한 추위와 어둠, 배고픔 속에서 힘들지만 계속될 것이다. 이러한 국면전환 속에서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은 과연 어디로 향해 갈 것인가?

 

금속노조와 정규직 현대차지부 그리고 현대차비정규직 3지회가 이른바 ‘3주체 의견접근안’을 도출하기 까지 많은 진통이 있었다. 그것은 핵심적으로 현재 진행 중인 투쟁의 성격과 요구를 둘러싼 것이었다. 정규직 현대차지부는 애초부터 이 투쟁을 폐업한 시트사업부 동성기업 조합원의 고용보장 요구로 한정하려고 하였다. 반면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이 투쟁의 목적과 요구가 비정규직 고용보장이 아니라 불법파견 철폐와 정규직화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래서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동성기업 폐업으로 파업이 촉발된바”로 시작하는 3주체 1차 논의안을 현장토론을 통해 폐기시켰다. 그리고 “정규직화에 대한 성과 있는 합의 없이 농성을 중단하지 않는다” “불법파견 교섭을 요구한다”는 비정규직 지회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그러나 진통을 거듭한 3주체 논의 결과, “정규직화에 대한 성과 있는 합의 없이 농성을 중단하지 않는다”는 내용은 결국 빠져버렸고 “불법파견 교섭을 요구한다”는 “불법파견 교섭에 대한 대책을 요구한다”로 바뀌었다.

 

그리고 정규직 현대차지부 이경훈 지부장은 “교섭안 받아라. 안 그러면 나는 손 뗀다. 손 떼면 밥 갖다 줄 사람도 없다”며 비정규직 조합원들을 압박하기까지 했다. 급기야 점거농성에 함께하고 있는 울산연대노조 조합원을 ‘외부세력’이라며 폭행해 회사 밖으로 내쫓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비정규직 투쟁이 외부세력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다는 자본의 악선전과 똑같은 말을, 입만 열면 ‘아름다운 연대’를 말하는 이경훈 지부장이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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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울산노동뉴스)

 

투쟁을 제한하고 통제하려는 정규직노조

 

이 같은 상황은 변화된 국면 속에서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의 앞길이 더욱 더 험난해 질 것임을 보여준다. 이번 투쟁은 대법원 판결로부터 촉발됐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은 2년 이상 된 비정규직에 대해서만 정규직으로 간주하는 명백한 한계를 갖고 있다. 설사 현대차 자본이 법원의 판결을 따른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2년 넘은 비정규직만 정규직화하고 이후에는 2년 되기 전에 주기적으로 해고시키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투쟁은 대법원 판결을 넘어 나아가야 한다. 비정규직 지회가 불법파견 철폐와 정규직화 쟁취의 목표를 명확하게 하려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즉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은 우리가 그렇게 숱하게 외쳐왔던 ‘비정규직 철폐’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단초를 마련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한편에서 투쟁을 비정규직 고용보장 혹은 법원 판결 내용으로 제한하려는 정규직 현대차지부가 있다. 그들은 현실을 이야기하고 협상을 말한다. 그러나 그들이 제시하는 내용에서는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운동의 전망을 발견할 수 없다. 그렇다면 금속노조는 어떠한가. 박유기 위원장은 3주체 논의에서 어떤 입장을 가졌으며 어떤 역할을 했는지 궁금하다.

 

비정규직 투쟁은 비정규직 스스로의 투쟁력도 중요하지만, 정규직 노동조합 또는 정규직 조합원의 연대가 관건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정규직 노동조합은 월등한 현실의 힘을 바탕으로 비정규직 투쟁을 자신의 생각과 내용대로 끌고 가려고 한다. 그리고 때로는 정규직 노동조합의 주장과 내용을 관철하고 그 내용대로 투쟁을 강제하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을 압박한다.

 

이번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역시 정규직 현대차지부의 농성장 사수와 정규직 활동가들의 헌신적인 연대가 없었다면 지금까지 점거농성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정규직 현대차지부는 자신들이 마련한 이른바 ‘3주체 논의안’을 수용하라고 비정규지회와 조합원을 압박했다. 만약 앞으로 협상이 열리고 진행된다면 그 다음엔 1공장 점거농성을 풀라고 압박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엔 교섭에서 도출된 의견접근안을 받으라고 압박할 것이다.

 

금속노조, 무엇을 할 것인가

 

정규직 노동조합과 조합원의 연대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투쟁을 제한하고 통제하려는 정규직 노동조합을 어떻게 극복하고 나아갈 것인가. 정규직화 쟁취를 염원하며 지금도 춥고 어둡고 배고픈 농성장과 거리에서 투쟁을 하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 앞에는 이 같은 어려운 과제가 놓여있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또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금속노조는, 박유기 위원장은 이 투쟁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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