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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43호> 첫 발을 내딛은 STX조선 비정규직 노동자들

 

첫 발을 내딛은 STX조선 비정규직 노동자들

 

 

 

드물기는 하지만 경남지역에도 비정규직 투쟁이 있었다. GM대우차 비정규직 투쟁과 동명중공업 비정규직 투쟁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STX조선 사내하청 ‘화창개발’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하였다. 비정규직의 굴레를 벗어던지기 위한 첫 발을 내딛은 이들을 만나 보았다.

 

<호루라기> 처음부터 금속노조에 가입한 것은 아니라고 들었다. 노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동기와 금속노조로 조직전환을 한 과정을 알고 싶다.

 

<STX비정규직> 우리는 ‘화창개발’ 소속으로 입사했는데, 막상 일을 시작하자 화창의 관리자는 보이지 않고 STX조선 정규직 관리자(팀장)가 작업지시, 근태관리 등 모든 제반사항에 대해 우리에게 지시하고 통제하였다.

 

우리는 사내 물류를 담당하고 있는데, STX조선 정규직 팀장은 “창고에 물이 샌다, 방수작업 해라” “바닥이 지저분하다, 페인트작업 해라” 등 온갖 잡다한 일을 다 시켰다. 하지만 처음엔 이것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팀장이 바뀌고나자 신임 팀장은 전임보다 더 우리를 인간 이하로 취급했다.

 

우리의 억울함을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노무사를 찾아가게 되었고, 우리가 얼마나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 신청을 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노무사의 권유로 노동조합을 만들게 되었다. 상급단체는 두지 않고 그냥 ‘화창개발노동조합’ 이라는 이름으로 단위노조를 설립하여 지난 5월 시청에 설립신고를 했다. 노동조합을 만들긴 했지만 노조 활동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는 상태였다.

 

<호루라기> 그러면 금속노조에는 어떻게 가입하게 되었나?

 

<STX비정규직> 노동위원회 차별시정 심판회의 과정에서 근로자위원으로 참석한 금속노조 경남지부 관계자를 만나게 되어, 이후 경남지부를 통해 노동조합에 대해 여러 가지 내용을 알 게 되었다. 그 결과 지난 10월 26일에 조합원 투표를 통해 금속노조로 조직전환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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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루라기> 노동위원회에 제기한 차별시정 신청의 내용은 무엇인가, 또 신청 결과는 어떻게 되었나?

 

<STX비정규직>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까지는 우리가 정규직들과 똑같은 일을 함께 했다. 그래서 처음엔 우리도 정규직으로 판정해 달라는 신청하려고 했는데, 그건 노동위원회 소관이 아니라고 해서 정규직과의 차별시정 요구로 고쳐서 신청하였다. 결과는 실망스럽게도 경남지방노동위원회 초심과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모두 기각결정 났다. 심판회의 자리에서는 우리에게 우호적이고 유리한 이야기들도 많이 오갔는데 막상 판정은 그와 관련 없이 모두 기각으로 나더라. 그러나 차별시정 판정 결과에는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애초의 요구가 정규직 판정이었던 만큼 지금은 법원에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하려고 금속노조 법률원과 함께 준비 중이다.

 

<호루라기> ‘화창개발’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해 달라

 

<STX비정규직> 화창개발은 STX조선의 물류, 청소, 경비, 크레인, 예인선, 신호수 등을 담당하는 업체로 전에는 인원이 약 260여 명 정도 됐었다. 그런데 노동조합을 만들고 나자 회사를 3개로 각각 분리해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물류를 담당하는 25명만 ‘화창개발’ 소속으로 되어있다. 조합원이 모두 물류 쪽에만 모여 있다 보니 회사 260명 전체로 조합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그 25명 중 조합원은 9명이다. 조합원은 모두 근속이 3∼7년 이상 되었고비조합원은 대부분 근속 2년 미만의 사람들이다.

 

<호루라기> 노동조합을 만들고 나서 회사에서 대응은 어땠나? 불이익을 준다거나 탄압을 하지는 않았는지, 또 노동조합을 만들고 현장에 바뀐 것이 있다면?

 

<STX비정규직> 노조 설립 이후 회사에서는 조합원들에 대한 잔업통제를 시작했다. 그래서 노동부에 이 같은 불이익처분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고소장을 접수하였는데, 노동부의 중재로 노사 간 화해를 서면으로 남기고 잔업 통제는 풀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도 조합원들은 법적 한도인 12시간 이내에서만 잔업을 시키고 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나니까 화창개발과 원청 STX조선은 발 빠르게 대응했다. 우선 이제까지 함께 일하던 정규직 물류팀을 철수시켰다. 그리고, 화창개발에서 관리자를 한 명 채용해서 정규직 팀장이 하던 업무관리를 하게 했다. 그러다 보니까 정규직 관리자는 이제까지 직접 관리, 통제하던 업무를 이중으로 처리하게 되어 매우 귀찮아 하고 있다. 그들 정규직 관리자들은 우리와 같은 공간에 근무를 하는데, 오며 가며 우리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매우 차갑다.

 

<호루라기> STX조선의 비정규직 규모는 어느 정도 되나?

 

<STX비정규직> 정규직의 경우 사무직이 2000명 가량이고 생산직이 1000명 정도로 알고 있다. 그에 비해서 비정규 사내하청은 줄잡아 6800명 정도 될 것이다. 업체마다 100명 이하 20명 이상으로 형성되어 있으니까 사내하청의 수가 100개 가까이 될 것이다. STX조선 뿐 아니라 STX자체가 비정규직 투성이다. 특히 STX중공업은 생산직은 100% 비정규직이다.

 

<호루라기> 지난 11월 7일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여한 것으로 안다. 다녀온 소감을 듣고 싶다.

 

<STX비정규직> 이번 전국노동자대회에 1박2일로 다녀왔다. 전에는 이런 내용의 행사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 처음이다. 마석 모란공원의 전태일 열사 묘소를 참배하고 또 많은 열사들의 묘소를 돌면서 이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이구나 생각하니 고맙고 미안했다. 많은 것을 느꼈다.

 

<호루라기> 지금 현재 현대자동차 비정규지회가 불법파견 철폐, 정규직 쟁취를 위해 파업투쟁을 하고 있다. 같은 비정규직으로서 관심이 클 것 같다.

 

<STX비정규직> 당연하다. 같은 비정규직의 입장에서는 현대차 비정규동지들의 투쟁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곳의 투쟁이 전체 비정규직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이기 때문이다.

 

<호루라기> 마지막으로 금속노조에 바라는 점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STX비정규직> 알다시피 우리들은 그 수가 적다. 그런 만큼 경남지부와 정규직 STX조선지회의 관심과 응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앞서 말했지만 노동조합에 대한 아무런 지식과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실수와 오류가 많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런 문제점을 줄이고 해결하는 것은 금속노조 선배들의 관심과 연대라고 생각한다.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나니까 우리에게 더 큰 울타리와 배경이 생겼다는 생각에 많은 힘이 된다.

 

모든 것은 사소하고 작은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그것이 촛불 하나이고 작은 불씨라고 한다면 주위의 조건에 따라서 쉬 꺼질 수 도 있고 더 번질 수 도 있다. 마찬가지로 적은 숫자로 시작한 STX조선 비정규직 동지들의 활동 역시 주위의 관심과 연대에 따라서 그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모처럼 첫발을 내딛은 우리지역의 비정규직 투쟁이 과거의 아픈 경험들을 거울삼아, 그것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투쟁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2010년 12월 13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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