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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43호> 통일이 다가오고 있다? 민족 공멸을 재촉할 뿐!

 

통일이 다가오고 있다? 민족 공멸을 재촉할 뿐!

 

 

 

이명박 대통령이 “통일이 가까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12월 9일 말레이시아 동포와의 간담회 자리에서다. 이 대통령은 “국민은 굶고 있는데 핵무기로 무장하고 매년 호의호식하는 당의 간부들을 보면서 이 지구상에 같은 언어, 같은 민족의 처절한 모습을 보면서... 하루 빨리 평화적 통일해서 2300만 주민들도 최소한의 기본권을 가지고 행복권을 갖고 살게 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더 큰 경제력을 가지고 통일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12월 7일 “국내 입국 북한이탈주민이 2만명을 넘어섰다”며 “이제 통일준비는 국가의 당면과제”이고,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확고히 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반도의 미래를 주도적으로 설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흡수통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이를 겨냥한 발언들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가 흡수통일을 희망하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거치면서 이러한 인식이 더욱 강해지고 있어 강한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MB 정부의 대북정책이 ‘상생·공영’이라지만, 이미 ‘상쟁’의 단계에 접어든 지 오래이고, 정부가 흡수통일을 더욱 노골화할 경우 ‘공멸’의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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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앙일보) 

 

북한 불안정이 통일의 호기?

 

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인사들의 발언과 최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문서를 종합해보면, MB 정부의 대북 인식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김정일은 오래 못 살 것이고 그의 3남인 김정은의 권력 승계 과정도 불안할 것이기 때문에 경제적 붕괴에 이어 정치적 붕괴도 다가오고 있다. 둘째, 극심한 경제난과 3대 세습에 대한 북한 주민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고 북한 주민이 자신의 처참한 현실과 대비되는 외부 세계의 실상을 점차 알게 되었기 때문에 민심 이반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다. 셋째,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 내 급변사태가 발생하거나 붕괴되면 이는 통일의 호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대북 인식은 대결적 대북정책을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도 낳고 있다.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피격 이후 대북 군사 태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 억제 및 억제 실패시 가공할 보복을 염두에 두면서도 북한 군사력의 소진과 내부 불안정을 유도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최근 급속도로 밀착되고 있는 한-미-일 3각 동맹도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고 중국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위한 목적과 함께, 북한 급변사태 발생시 흡수통일을 시도하고 위한 국제 연대 구축의 의도도 짙다. 아울러 대북 지원은 중단하면서 대북 심리전은 강화해 북한 정권과 주민 사이의 갈등도 야기하려고 하고 있다.

 

흡수통일 추진이 민족 공멸의 길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그러나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대북 인식과 정책은 극도로 위험한 ‘희망적 사고’에 기반을 두고 있다. 북한의 경제난이 심각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최근 북한은 한-미-일 주도의 대북 제재 및 봉쇄를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상쇄하려고 한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에도, 한-미-일의 대북강경책 및 흡수통일 전략이 강해질수록 ‘완충지대’로서의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커지게 된다.

 

또한 김정일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권력 유지에 주목할 만한 누수 현상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의 아들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에도 여러 가지 변수는 존재하지만, 후계 작업 및 군부를 중심으로 한 체제 결속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북한 내부의 엄격한 감시와 통제 체제를 고려할 때, 북한 주민의 불만이 정권을 위협할 수준까지 조직적 저항으로 나타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 대다수의 북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론 북한의 미래에는 여러 가지 변수들이 있고, 이에 따라 다양한 대비책도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신뢰할 만한 정보와 치밀한 분석이 있어야 할 자리에 ‘북한은 곧 붕괴할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가 차지하면서 이에 기초해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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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조선일보)

 

‘평화적 흡수통일’은 불가능하다!

 

우선 이명박 정부의 대결적 대북정책은 북한의 강경론을 더욱 부추길 것이고, 이에 따라 북한의 군사 모험주의와 “핵 억제력 강화” 노선이 기승을 부릴 공산이 커진다. 군사적 긴장과 군비경쟁의 격화는 무력 충돌과 확전의 위험을 높이면서, 사회복지 예산의 위축 및 공안 분위기 조성으로 인해 남북한 주민들의 ‘인간적 비용’을 더욱 가중시키게 된다.

 

이명박 정부가 김정일의 유고 등 ‘북한 급변사태’의 범주로 분류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인사들은 노골적으로 흡수통일을 겨냥한 발언들을 하고 있고, 한미동맹은 북한 급변사태 발생시 한미연합군을 투입한다는 ‘개념계획(혹은 작전계획) 5029’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 급변사태 범주에 해당하는 일이 벌어지면, 한미연합군의 실제 투입 여부와 관계없이 한반도 전쟁 위기는 급속도록 높아지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팽배해지면서 한국경제에도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한미연합군의 사소한 움직임도 공격 및 침략 징후로 간주할 것이고 이에 맞서 전시 태세를 갖춰나갈 것이다. 거꾸로 북한군의 전시 태세는 한미연합군에게 북한의 도발 징후로 해석될 수 있다. ‘핫라인’을 비롯한 제대로 된 의사소통 구조도 없는 상태에서 양측의 전시 태세 착수가 초래할 결과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북한 급변사태 발생시 실제로 한미연합군이 북한에 들어간다면, 민족 공멸을 피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정부 안팎에서는 ‘평화적 흡수통일’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최소한으로는 ‘국지전’, 현실적으로는 ‘전면전’, 상황에 따라서는 ‘핵전쟁’과 ‘국제전’에 맞닥뜨릴 공산이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

 

‘2008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에는 정규군과 예비군을 합쳐 약 880만명이 전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영토는 수천개의 지하터널로 요새화되어 있고 영토의 80% 가까이는 산악지형이다. 이러한 현실을 망각하고 한미연합군이 투입된다면, 한반도는 그야말로 피비린내 나는 ‘장기전’을 치를 수밖에 없다. 북한의 장사정포 및 탄도미사일, 잠수함(정) 및 특수부대의 능력을 고려할 때, 전선이 남한으로 확대되는 것도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핵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한반도의 냉엄한 현실이다. 이미 5개 안팎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한미연합군의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핵 사용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국장인 존 맥코넬은 2008년 2월 “북한이 정권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는 군사적 패배에 직면하거나 급변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뒤집어 말하면,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시 한미연합군이 투입되면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한국에게 핵우산을 공약한 미국도 핵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북한 급변사태 발생 및 한미연합군의 개입시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공멸의 시나리오’이다.

 

한국전쟁 때처럼 중국의 개입으로 ‘국제전’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북한과 ‘상호우호조약’을 맺고 있는 중국은 북한의 남침시 이를 지원하지 않겠지만, 북한이 공격받을 경우 돕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능성이 높고 낮음을 떠나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한반도는 남북한의 전쟁과 미-중 두 강대국 간의 무력충돌이 맞물리게 된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전선을 한반도 ‘안’으로 한정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두 나라는 무사하겠지만 한반도는 또 다시 초토화되고 말 것이다. ★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 글쓴이의 허락을 얻어 http://blog.ohmynews.com/wooksik/352057에서 옮긴 글입니다.

 

(2010년 12월 13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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