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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지친 이들이 쉬어갈만한 작은 얘기들입니다.

208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5/04
    흙피리(2)
    풀소리
  2. 2007/04/02
    하늘은 욕심이 없기...(2)
    풀소리
  3. 2007/03/30
    이별연습(9)
    풀소리

흙피리

1.

요즘 포스팅이 뜸하다.

사실 일들이 참 많고, 하고 싶은 얘기도 많았는데, 뭔가를 쓴다는 게 용납하기 어려운 기간이었다고 하면 너무 거창하려나...

 

2.

지난 일요일(4월 29일)이었다.

민주노동당 고양시위원회의 '아이들과 함께 하는 예술체험'에 성연이, 아내와 함께 참가했다.

이번 주제는 '흙피리 만들기'였고, 장소는 부로농원이었다.

 

부로농원 주변에 한창 피어 있는 조팝나무 꽃



3.

일찍 가느라고 했는데도, 이미 이날의 강사인 후두둑 선생님이 와 계셨다.

그래도 함께 하기로 한 사람들이 아직 오지 않아서 부로농원을 한바퀴 돌아봤다.

그동안 가꾸는 밭도 보고, 꽃도 보고, 연못도 보고...

 


내가 참 좋아하는 물앵두꽃

 

부로농원 주인장이 좋아하는 금낭화/ 아이들이 다 따버려 나중에는 대궁만 남았다는...



유유히 헤엄치는 금잉어/ 요즘 한창 산란기다.

 

4.

한 가족 두 가족 모이더니 어느덧 체험을 할 수 있는 숫자가 되었다.

강사이신 후두둑 선생님은 마력이(?) 깃든 언변으로 순식간에 아이와 엄마 아빠들을 휘어잡았다.

아이들 엄마 아빠 할 것 없이 모두 시선 집중! 웃움 폭발!

 

강의하는 후두둑 선생님과 좋아하는 아이들

 

모두 시선 집중! 웃움 폭발!

 

5.

드디어 체험 시작이다.

첫번째 작업은 흙피리에 금속을 입히는 것이다.

숫가락을 이용하여 열심히 문지르면, 검은 광택이 난다.

자꾸 문지르면 얼굴이 비치고, 더욱 문지르면 마음이 비치고, 거기서 더욱 문지르면 득도를 하여 집을 나간다고 하는데, 후두둑 선생님은 집을 나갈 정도까지는 하지 말라고 당부하신다.^^

 

흙피리에 금속 입히기

 

흙피리에 금속을 입히는 건 자체로 광택을 내는 효과도 있지만, 불 속에 들어가서 금속이 흙과 반응하여 더 좋은 소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흙피리에 금속 입히는 작업이 끝나갈 즈음 난 흙피리를 구울 모닥불을 만들었다.

매우 메마른 봄날씨이므로 모닥불을 만든다는 건 조심스러웠지만, 최대한 안전한 장소를 골랐다.



흙피리를 구울 모닥불 피우기/ 화력이 1000도에 이른다고 한다.

 

6.

드뎌 거의 흙피리기 거의 다 구어졌나보다. 후두둑 선생님은 사람들을 모닥불 주의로 모았다.

흙피리가 잘 구워지도록 주문을 외쳤다.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모두 즐겁게 따라했다. 주문에는 흙피리를 잘 불 수 있는 발성법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잘 구워지라고 주문을 외우고 있다.

 

이제는 손발이 척척 맞는다.

아빠들은 뜨거운 불 속에서 집게로 흙피리를 꺼내 냄비에 담고, 어느 정도 식혀서 꺼내 놓은 흙피리에는 아이들이 입으로 물을 물고가 푸 하고 뿜어대니 드디어 흙피리 완성이다.

 

구운 흙피리를 일단 냄비 속에 넣어 1차 식힘.

 

다시 꺼내고, 아이들은 여기에 입으로 물고간 물로 푸하고 뿌리며 식혔다.

 

7.

흙피리 완성이다.

각자 이름이 써 있어 하나씩 집어들고 불기 시작했다.

어~ 맑고 경쾌한 소리가 난다. 정말 신기하다.



다 구워진 흙피리/ 정경화 찍음 

 

흙피리 하나씩 집어들고 신나게 불기 시작


흙피리 운지법/ 이혜정

 

8.

흙피리를 신나게 불고는 이제 진흙과 나무, 꽃, 풀, 솔방울, 밤송이 등 주변에 있는 것들을 활용하여 꿈나무 만들기를 했다.

 

새도 만들고, 물고기도 만들고, 뱀도 만들고, 고슴도치도 만들고... 그러면서 이야기를 함께 만드는 것이다.

 

꿈나무 만들기

 

선생님이 먼저 이야기와 함께 만들어 보이고, 아이들이 각자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너무나 재밌어 했다.

 

물론 그동안에 아빠들은 남은 모닥불에 감자와 고구마를 구웠다.

 

 





아이들 작품/ 각자 개성이 넘친다.

 

9.

흙피리와 꿈나무를 만들고, 군 고구마와 감자도 먹고, 고등어도 구어먹고, 싸온 도시락과 주변의 나물들을 뜯어 먹고, 약간의 알콜도 나눠 먹고 하다보니 헤어질 시간이다.


모처럼 모두 활짝 웃는 가족 나들이었다.

 

부로농원을 빌려주신 주인장 내외분 고마웠습니다. 아이들이 아끼는 꽃들을 따서 죄송하기도 하고요.

강의를 맡으신 후두둑 선생님과 예술체험을 이끌고 있는 이혜정 당원님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그리고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함께 하신 모든 분들 너무 즐거웠습니다.

 

끝나고 기념사진/ 다른 엄마들과 아빠들도 함께 찍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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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욕심이 없기...

어제. 아니 3월 31일(토),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가 열렸다.

난 사무실에서부터 긴 거리를 천천히 걸어갔다. 머리도 식힐 겸 말이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였다.

영등포역앞 경방필 지하차도를 건너는데, 공사장으로부터 나온 먼지들이 내 폐를 자극했고, 심한 구역질을 동반한 기침 끝에 머리까지 띵하게 되어, 목적 달성은커녕 오히려 낭패를 당했다.

 

중앙위원회의 회순 확정이 되고, 그렇게 논란이 될 안건이 앞에 없는 것 같아 난 바람을 쏘일 겸 밖으로 나왔다.

그렇지만 민주노동당 중앙당사가 있는 곳은 해바라기할 짜투리공원조차 없는 곳이다.

나는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근처 여의도행 버스를 탔다.

 

전경련 앞에서 본 여의도공원


전경련 앞에서 내렸다. 여기만 나와도 컨디션이 훨씬 좋아진 것 같다.

멀리 자두꽃으로 보이는 흰꽃이 피어있는 여의도 공원은 겨울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빽빽한 기운이 느껴진다.

 

앵두꽃

 

길을 건너니 앵두꽃이 활짝 피어 있고,

KBS본관 옆으로는 살구꽃이 한창이다.

 

KBS 본관 옆 살구꽃

 

윤중로의 명물인 벗꽃은 꽃눈들이 팽팽히 커져있다. 며칠의 따뜻한 봄볕을 받으면 곧바로 활짝 필 것이다. 아마 담주면 완전히 피지 않을까...

 

요즘 하루 햇살이 반짝하면 담날 우박과 천둥이 치고, 기온이 급강하하는 봄과 겨울이 교차하는 날씨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계절은, 나무들은 세월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

 

정암 선생이 말하셨든가? 하늘은 욕심이 없기 때문에 계절의 흐름이 자연스럽다고...

반면 사람 세상은 억지와 욕심이 가득하여 혼돈의 연속이라고...

 

세상의 식량은 현재 인구의 두배를 배불리 먹일 수 있고,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라를 육박하는데도, 우리는 하루하루 살기위해 전전긍긍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내일이 어떠할지 예측조차 하기 어려운 이 난국은, 분명 누군가의 지나친, 아니 파멸적인 욕심 때문이겠지...

 

꽃눈과 잎눈을 함께 틔우고 있는 배나무

 

곧 쌀알같은 흰꽃을 가득 달 것 같은 조팝나무

 

짧은 시간 바람을 쏘이고 돌아가야 한다. 버스를 타오러 나오는 길에보니 나무들 모두 잎눈과 꽃눈을 틔우고 있다. 풀들은 한뼘은 자라 있고, 어떤 풀들은 꽃들이 한창이다.

 

ps :

오늘, 아니 4월 1일, 난 FTA 촛불문화제에 참가하지 않고, 예정된 여행을 떠났다.

여행지에서 택시 동지의 분신 소식을 들었다.

휴~ 어찌해야 하는지... 또 미안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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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연습

아침에 엄마가 갑자기 이상해지셨다.

성연이가 학교에 가면서 할머니에게 습관대로 '다녀오겠삼' 하고 나가자

엄마는 또 습관대로 방에서 나오셨다.

 

보통은 베란다 창문을 열고, 아이가 아파트를 빠져나가는 걸 지켜보시는데,

오늘은 베란다를 못 찾으시는 거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이 방문, 저 방문을 기다시피 기웃거리시며,

'여기가 어디여?'를 반복하신다.

금새, 아이를 보러 가시려 했던 '목적'도 잊으신 거다.

 

그 다음부터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지시더니

급기야 나도 누군지 알아보지 못하시고, 누워서 잘 일어나시지도 못하신다.

 

자리를 봐 드렸는데, 좀 있다보니 냄새까지 난다.

말로만 듣던 대로 벽에 X칠 한다는 그런 상황이다.

그러시더니 전혀 사리분간을 못하시는 분이 배가 고프시단다.

 

순간 너무 당황스러웠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옷을 갈아 입혀드리려고 하다가, 너무나 배가 고파하시는 거 같고,

일어서시지 못하실 정도이니 기력이 떨어지신 거 같아

꿀물을 타 드리려고 급히 마트에 가서 꿀을 사왔다.

 

꿀을 사오면서 안양에 사는 큰누나한테 전화를 했다.

큰누나도 당황하기는 나와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가게를 정리(매매)하는 문제 때문에 바로 못 갈 것 같아 매형만 보내니 우선 병원에 모시고 가 응급조치를 하고 있으라고 한다.

역시 급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평소와는 달리 형제인가보다...

 

꿀물을 타서 드렸는데도 배가 고프시단다.

밥을 드리면 안 될 것 같아 다시 마트에 가서 잣죽을 하나 사왔다.

그 사이에 엄마는 정신이 약간 들어온 것 같았다.

헝크러진 머리를 만지시며, 비녀를 찾는다.

 

내가 비녀를 찾아 주며, '이거 뭔지 알아?' 물으니, 아신다고 답한다.

그래서 내가 '지금 머리가 문제가 아니야. 엄마 똥 싸신 거 같은데.' 하니까, '그래? 내가 왜 그랬을까?' 하신다.

'머리는 좀 있다 만지고, 좀 괜찮으면 화장실 가서 씼고, 옷 갈아 입어야겠어.' 하니까 그대로 따라 하신다.

 

그사이에 난 잣죽을 데워 드리는 데, 한 그릇을 다 비우시곤 춥다며 이불을 덮고 누우신다.

그러시고는 자신이 왜 그랬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사이사이 큰누나에게서 전화가 왔고, 문자를 받은 아내에게서도 전화가 왔다.

엄마가 상태가 좀 좋아지셨다고 하니 누나는 전화를 바꿔달라고 한다.

전화를 받은 엄마는 상당히 많이 정상으로 돌아온 상태인 것 같다.

 

좀 있다 매형이 오셨고, 매형이 오셨을 때 엄마는 평소의 모습을 거의 회복하셨다.

매형은 있었던 일을 죽 들으시더니 아마 엄마의 지병인 당뇨 때문에 당이 떨어져서 갑자기 그러신 거 같다고 하신다. 당뇨가 있으신 분들이 과로를 했든지, 식사를 거르면 갑자기 당이 떨어져 그러는 수도 있다면서 말이다.

 

그러고 보니 어제 저녁도 별로 드시지 못했다. 상태도 평소와 조금 다른 거 같았고...

어찌됐든 매형이 오신김에 엄마를 모시고 고깃집에 가서 갈비를 함께 먹었다.

엄마는 주기적으로 맞으시는 링겔 주사나 맞겠다고 한다.

 

그렇게 때풍이 지나갔다.

매형이 가시고, 난 누나한테 고맙다고 전화를 했다. 물론 누나는 거꾸로 나한테 고맙다고, 애썼다고 위로를 한다.

그러면서 이런 게 '이별연습'이라고 한다.

언젠가 한번은 있을 '이별'을 미리 연습하는 거라고 생각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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