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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16
    늦가을, 쓸쓸함(3)
    풀소리
  2. 2007/11/14
    열사 영결식(3)
    풀소리
  3. 2007/11/10
    남산(2)
    풀소리

늦가을, 쓸쓸함

죽어가는 걸 바라본다는 건

참으로 쓸쓸한 일이다.

 

한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한 시대가 죽어가고 있고,

또 한 시대가 꿈틀거리고 있다.

 

아팠지만, 찬란했던

암울했지만, 새로운 시대를 의심치 않았던

우리들의 젊음과 함께 꽃피었던 시대는

활짝 핀 넓은 꽃밭조차 만들지 못한 채, 열매도 맺지 못한 채

굵은 서릿발 내리는 가을을 맞이하고 있는 것 같다.

 

노골적인 파시스트 정권이 예고되고 있다.

아마도 그것이 다가올 또 한 시대인가 보다.

 

환호하는 대중은 무엇에 대해 열광하는가.

뒷골목에서 쓴 웃음을 짖는 흩어진 대중은 또 무엇을 안타까워하는가.

 

철도파업.

명백히 패배한 싸움이다.

엄길용 위원장 말대로 무엇이 우리를 패배하게 했는지

차분히, 그리고 엄혹하게 되돌아봐야 할 일이다.

 

조직을 살리기 위해선 빠르고, 명쾌한 진단이 필요하다.

대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내겐 명쾌한 분석을 할 만큼의 지혜도, 용기도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

아쉬움은 참으로 많이 남아있지만,

정리하는 건 시간의 몫으로 남겨둔다.

 

절망이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라는 걸 나는 잘 안다.

그러나 난 오늘 절망한다.

 

다만,

'내일'도, '전망'도, 시간의 몫으로 남겨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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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 영결식

오늘 정해진 열사 영결식이 있었다.

 

스산한 늦가을 날씨만큼이나 영결식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얼마 안 돼는 참석자, 얼마 안 돼는 깃발이

열사의 마지막을 바라보고 있었다.

 

영결식

 

연사들의 연설도 힘이 없었다.

투쟁을 위한 분노가 아니라

더욱 가열찬 투쟁을 하겠다는 결의가 아니라

절망으로 내몰리고, 나락으로 내몰리는 우리 처지에 대한

위로의 말들이 넘쳐나는 것 같았다.

 

적은 대오와 적은 깃발

 

한 때 대한민국 10대 파워집단에 속했던 우리.

그러나 오늘은 다시 30년 전으로 돌아가

작은 것 하나라도 지키기 위해선 목숨을 걸어야 한다.

 

열사의 아버님은 기도로 영결사를 대신했다.

"...건설현장에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겠해주세요."

"먼저간 아들을 제가 갈 때까지 하느님 곁에 있게 해주세요."

 

프레시안에 난 열사의 영정사진/ '고이 가소서'

 

누군가 나서서 진혼무를 췄다.

정태춘의 "더 이상 죽이지 마라"라는 노래에 맞춰서.

진혼무에 어울리는 애절한 노래다.

난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노래를 듯다가 문득 웃음이 나왔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너희들도 언젠가는 모두 죽으리니." 하는 대목이었다.

 

엄숙한 영결식장에서 웃음이라니.

참으로 뜸금없다.

설마 열사를 조소해서 였으랴.

"너희들도 모두 죽으리니"하는 대목에서 후련한 생각이 들어서였다.

 

휴~ '테러의 시대'가, '파시즘의 시대' 만큼이나 멀지 않았나보다.

 

철모르고 피어나는 철쭉

 

눈길을 내리니 도로 분리대 화단에 철쭉이 피어 있다.

정말 뜸금없다.

우리들이 철모르고 피어나는 저 철쭉과 같은 존재인가?

 

돌아오는 길을 일부러 중마루공원 쪽으로 잡았다.

마지막 단풍을 보고픈 유혹이 잠재되어서겠지만,

어쩐지 쓸쓸한 풍경을 보고 싶어졌기 때문이었다.


입구에서 본 늦가을 중마루공원



여전히 곱게 져무는 단풍 밑으로 노숙자의 침낭과 술병 등이 어지럽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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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어제는 남산에 있는 서울유스호스텔에 갔었다.

공공노조 교육위원회 수련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1박2일. 가을. 남산.

수련회와 별개로 매력적이다.

 

유스호스텔 마당까지 내려와 있는 남산 자락

 

직업병인가.

이곳이 옛날 안기부 터였다는 역사적인 사실을 늘 먼저 떠올리게 되었지만,

늦가을 서울유스호스텔 주변 풍경은 참으로 멋있었다.

 

옥상공원에서 내려다본 남산

 

마치 가슴을 적시듯, 늦가을 성근 비는 낙엽 쌓인 포도를 적시고, 

비에 섞인 바람에 늦가을 빛바랜 잎새들은 힘없이 후두둑후두둑 떨어져 쌓이고 있었다.

 


 

겨울 풍경으로 바뀌고 있는 남산


아침까지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그러면 아침에 일어나 남산을 좀 더 볼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난 아쉬운 뒷풀이자리를 떨치고 집으로 왔다.

전날 먼 출장의 여독과 새벽에 도착해서 수면이 부족하고 피로가 쌓여

밤새 있으면 오히려 좋은 동지들에게 피해만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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