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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27
    강승규의 귀환(16)
    풀소리
  2. 2007/11/20
    첫눈(5)
    풀소리
  3. 2007/11/19
    기차는 간다
    풀소리

강승규의 귀환

1.

강승규.

그가 마침내 돌아왔다.

지난 11월 24일 출범한 '택시살리기 전국연대' 집행위원장이라는 직책으로 다시금 활동 전면에 등장했다.

 

2.

강승규.

다들 아는 얘기지만 그는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시절 비리사건에 연루되어 구속되었었다.

그의 구속과 함께 이수호 집행부의 책임 문제를 놓고 홍역을 치렀고,

그 과정에서 많은 동지들이 자의반타의반 민주노총을 떠나야했다.

 

현직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의 사용자단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초유의 사태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민주노총의 도덕적 위상 추락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이후 민주노총 내에서 강승규에 대하여 민주노총에서 영구히 제명처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고, 실제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 영구제명안을 제출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끝내 영구제명안은 상정되지도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3.

'택시살리기 전국연대'는 실질적으로 강승규씨가 주도해서 만들어진 단체라고 알려지고 있다.

전국연대는 내가 소속한 운수노조 소속 업종본부인 민주택시본부와 한국노총 전국택시연맹, 사업조합, 개인택시조합을 포괄하는 조직을 목표로 했던 것으로 알고 있고, 지금도 그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택시의 상황이 어렵다는 것은 다들 알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이 한국노총이나 사업조합을 망라하는 식으로 사업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논란거리일 수밖에 없다.

 

내가 속한 운수노조는 민주택시본부의 이러한 결정으로 심각한 조직적 한계를 노출시키고 있다. 물론 지금 그 얘기를 할 단계는 아닌듯 하다.

 

다만, 강승규의 전면적인 등장이 올바른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봐야 한다.

일정한 평가도, 심판도, 참회도 없이 전면에 등장하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민주노조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써 나는 개인적으로 그의 등장이 매우 당혹스럽고, 나아가 수치스럽다. 

 

참고로 '택시살리기 전국연대'의 공동대표로는

개인택시를 대표해서 김남배 전 전국개인택시연합회장이 ,

법인택시를 대표해서 구수영 운수노조 민주택시 본부장이,
이용시민을 대표해서  이수호 새진보연대 대표와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이 선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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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1.

어제 저녁 8시30분쯤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늦가을 비가 차갑게 내리고 있었다.

버스가 영등포를 벗어나 당산역을 지나면서

갑자기 비는 눈으로 바꿨다.

 

예기치 못한 순간

가로등 불빛에 흩날리는 송이 큰 눈발이

신/기/했/다

 

괜히 좋았다.

몇 군데 문자를 보내고 눈 내리는 한강을 건넜다.

 

눈 내리는 동네 수퍼앞

 

2.

지난 일요일

오랜만에 만난 큰누나 하는 말

'네 얼굴을 보면 근심걱정이 하나도 없는 거 같아~ 정말 그러니?'

 

우리는 서로 처다보며 웃었다.

 

우여곡절 많았던 한 해였는데,

연일 이어지는 폭음으로 건강도, 몸매도, 정신도, 엉망이 된 한 해였는데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면서

제자리를 찾아가나 보다.

 

눈 쌓인 아침 풍경/ 눈 덮힌 아파트 옆 박씨 선영

 

3.

우리 동네에는 비가 내린다는 아내의 답장이 있었는데,

그러나 고양시로 접어들면서도 버스 차창으로는 여전히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화정을 지나고 어울림누리를 지날 때

라이트 조명을 모두 켜놓은 운동장에는

함박눈이 하늘 가득 내리고 있었다.


첫눈...
그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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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간다

 기차는 간다

 - 허수경


기차는 지나가고 밤꽃은 지고

밤꽃은 지고 꽃자리도 지네

오 오 나보다 더 그리운 것도 가지만

나는 남네 기차는 가네

내 몸 속에 들어온 너의 몸을 추억하거니

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것들끼리 몸이 닮아 있었구나

 

밤꽃이 활짝 핀, 지난 6월에 찍은 원릉역 옆 밤나무

 

그녀의 시 '원당가는 길'을 보면

757종점이 나오고, 이 밤나무는 옛날 757종점 옆 원릉역에 있으니

허수경 시인이 노래한 밤나무는 아마 이 나무이리라.

 

원릉역은 교외선이 다닐 때도 이미 아무도 지키는 이 없는 무인역이었다.

교외선이 다니지 않는 요즈음은 아예 역이 폐쇄되었다.

그래도 밤나무는 왕성하게 꽃을 피우고, 등나무도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다.

 

하지만 저 나무는 머지 않아

이미 끊긴 기차처럼,

한 때 이곳에 살던 시인처럼,

이곳에 사는 사람들을 모두 잊을 것이다.

 

이미 건너편 주공아파트는 재개발공사가 한창이고,

이쪽도 그놈의 '뉴타운'개발이 공시된 상태여서

개발이 시작되면, 나처럼 이곳에 세들어 살고 있는 이들은

다른 곳으로 이사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곳에 다시와 살 기회는 없을 것이다...

 

싸면서도, 불편 없이 갖춰진 기반시설 때문에

나처럼 돈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거 같은 이들에게

참 좋은 주거환경이었는데...


11월의 밤나무/ 무너진 철망만큼이나 을씨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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