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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23
    사막에 빠지다.(6)
    풀소리
  2. 2007/10/17
    부질없음
    풀소리
  3. 2007/10/16
    아이들은(5)
    풀소리

사막에 빠지다.

내가 사막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3년 쯤 되었을 것이다.

소비에트가 붕괴되고, 문민정부가 들어섰을 때 쯤이다.

그해 박상우는 '사하라'라는 제목의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이후 대세인 듯 쏟아져나온 후일담 소설의 시작이었다.

 

그때 쯤 이른바 '조직'들은 공안탄압에 의해 거의 붕괴되었고,

소비에트 붕괴와 함께 전망을 잃은 활동가들은 대부분 조직 재건의 길에서 이탈했다.

 

그래도 노동탄압과 공안탄압은 여전했고,

거리의 데모도 여전했다.

 

그러나 그 거리의 데모는 어쩐지 이전보단 맥이 빠진 것이었다.

여전히 높이 일렁이고 있지만 머지않아 스러질 운명에 기세를 잃어버린, 폭풍우 지난 다음에도 관성처럼 일고 있는, 바다의 파도처럼 말이다.

 

사하라는 이런 상황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사막풍경

 

시위가 있는 현장에서 약간 벗어난 골목길 바에 앉은 두 남녀는

아련히 들려오는, 한 때 그들 삶의 일부였던, 시위대의 구호 외치는 소리와 최루탄 쏘는 소리가

마치 "축제의 밤에 터져 오르는 폭죽소리"처럼 들리기도 하듯,

익숙한 현실에서 한 발 비껴 있었고, 또 다른 피안을 찾지도 못하고 있었다.

 

여자는 피안을 찾기보단 숨고 싶었고,

스러저가는 자신의 열정과 반대로 "태양이 이글거리고, 한낮 내내 불기둥 같은 복사열이 피어오르는" 그곳에 가고 싶었다. 바로 사하라.

열정, 그러나 너무나 낮선, 그래서 현실이 아닌 그곳, 사하라.

그때부터 난 사막에 관심을 갖게 됐고, 사하라에 가고싶어했다.

 

나는 한번도 사막에 가보지 못했지만, 말로 표현 못할 황량함이 있을 것 같은 곳,

외로움이라고 표현하기조차 벅찬, 너무나 큰 외로움이 있을 것 같은 곳,

그래서 그곳에 다녀오면 현실의 외로움 따위는 하찮아지고,

온갖 유혹으로 혼탁해진 영혼은 좀 더 맑아질 것 같았다.

 

.

.

.

 

요즈음 다시 사막으로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독일인 누군가가 쓴 '최후의 베드윈'인지 '마지막 베드윈'인지 재미없는 체험기를 꾸역꾸역 읽고,

요즘은 그 책보단 훨씬 재밌지만, 그래도 조금 따분한 테오도로 모노의 '낙타여행'을 읽고 있다.

 

테오도로 모노의 '낙타여행'

 

지난 일요일에는 산에 가자는 친구의 청도 거절하고, 집에서 놀자는 아내와 성연이의 청도 거절하고, 피곤하여 쉬고싶은 욕망도 뿌리치고 국립도서관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BBC에서 만든 다큐 '모래의 바다 사막'도 보고, 다우리 엔터테인먼트에서 만든 '사막의 세계'를 DVD로 봤다.

다큐는 역시 BBC가 잘 만드는 것 같다. 이어서 본 MBC의 '대사하라'를 시시해서 못보게 만들 정도였다.

 

황량한 사막에도 비가 온다.

비가 온 다음에 사막은 초원으로, 꽃밭으로 변한다.

두메양귀비로 보이는 노란 꽃들로 끝없이 뒤덮힌 아리조나 사막...

놀랍다.

알제리 사막에는 비가 오면 빨강 개양귀비가 끝없이 피어나고,

그 사이로 듬성듬성 보랏빛 엉겅퀴가 피어난다고 하는데...

 

그러나 곧, 꽃들을 이고 있는 그곳 땅조차 멀지 않아 잊어버리고 말, 짧은 연극은 막을 내리고,

다시, 본래 그 모습이랄 수 있는, 황량한 사막으로 돌아간다.

 

테오도로 모노는 말한다.

"사하라는 냉혹한 곳이다. 얼마 안 있으면 우리도 사하라를 닮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자신의 고통도 묵묵히 견뎌낼 것이고, 다른 사람들이 고통에 대해서도 무감각해질 것이다."

 

....

정 떨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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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질없음

연맹의 긴 회의도중

지루하고, 그렇지 않아도 싸늘해진 날씨 때문에 추워서 커피 한잔을 들고 해바라기를 하러 주차장으로 쓰이는 뜰로 나갔다.

 

한 조각 남은 가을햇살이 제법 강하게 내려쬐고 있었고,

따뜻한 햇살을 천천히 들이키고 있는데,

산란을 위해 교미한 고추잠자리 한쌍이 불현듯 날아와

주차장 바닥에 고인 조그마한 물자리에 씩씩하게 알을 낳고 사진 찍을 틈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사실 고추잠자리가 알을 낳기 위해 꽁지를 물위에 잘짝 살짝 담글 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가 훌쩍 날아간 뒤에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문뜩 깨달았다.

 

낼이라도 바짝 마를 물자리...

그곳에다 알을 낳아서 어쩌란 말인가...

부질없는 일이지만 잠자리는 몰랐겠지...

우리가 하는 무수하고 절박한 노력이 저와 같을 수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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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아이들은 작은 거 하나에도 참 즐겁게 논다.

 

지난 일요일(14일) 양평에 놀러 갔는데, 두물머리에 있는 농원에 들렸다.

그곳에는 마당가에 재래식 펌프가 있었다.

 

아이들은 펌프 하나를 가지고 30분 이상 즐겁게 놀더라...

 

민주애비의 물푸는 시범

 


동현이가 물을 붓고 펌프질을 하자 드뎌 콸콸콸 물이 쏟아지고...

 

농원 마당에 있는 사루비아

 

아이들은 펌프놀이가 시들해지면 마당을 뛰어다녔다.

왜 뛰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어쨌든 세놈이 쉬지않고 희희덕거리며 뛰어다녔다.

 

한 살 위인 동현이가 사루비아 꽃순을 뽑아 꿀을 빨아먹는다.

음~ 나도 어렸을 때 저렇게 먹기도 했는데...

그렇게 습성은 세대를 넘어 이어지나보다.

 

어렸을 때 키우던 화초인데, 이름을 까먹었다.

 

산속으로 접어드니 개울물이 맑다.

들여다보니 다슬기가 많다.

와~ 다슬기 많다~

 

아이들은 '어디어디?' 하며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첨부덩첨부덩 물로 뛰어든다.

물을 좋아하는 성연이는 여벌옷도 안 가져갔는데 물에 빠져 흠뻑 젖었다. ㅠㅠ

 

 

다슬기 잡는 아이들

 

그래도 덕분에 올갱이아욱국을 먹을 수 있었다. ㅍ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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