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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5/10/13
    재미있군-.-
    손을 내밀어 우리
  2. 2005/10/10
    내 나이 22, 처음으로 차였다!(12)
    손을 내밀어 우리
  3. 2005/10/09
    백기완 선생 "부심이의 엄마생각" 저자 서명회(4)
    손을 내밀어 우리
  4. 2005/10/06
    안개(3)
    손을 내밀어 우리
  5. 2005/10/04
    청계천(4)
    손을 내밀어 우리
  6. 2005/10/03
    비에 젖다(9)
    손을 내밀어 우리
  7. 2005/09/29
    단꿈
    손을 내밀어 우리
  8. 2005/09/29
    압승?(4)
    손을 내밀어 우리
  9. 2005/09/27
    세월이 간다(8)
    손을 내밀어 우리
  10. 2005/09/25
    결의문을 결의문답게 하자(2)
    손을 내밀어 우리

재미있군-.-

내 이름이 신문에 나왔어요.ㅋㅋㅋ...

 

내용은 첨부된 기사를 보시구요, 지금 하고 싶은 얘기는 그게 아니라, (노동자 편이라고 자처하는) 매일노동뉴스의 기사와 (여느 일간지와 별 다름이 없는) 국민일보 기사의 뉘앙스가 크게 달라서 동지들이 직접 비교해서 보시라고 하는 말입니다요.

 

그나저나, 양경규 위원장은 도하 언론에서 차기 위원장으로 유력하다고 하는구만. 떽,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하여간 언론은 웃~겨요!^^

 

<매일노동뉴스>

민주노총 지도부 조기선거 결정, 강한 반발

파장 확대될 가능성 적어…충남 본부장 사퇴 등 후유증

 

(중략) 하지만 이처럼 지도부 결정에 대한 반발에도,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역시 하반기 투쟁을 앞두고 신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태는 조만간 일단락 될 가능성이 크지만 민주노총 하반기 투쟁과 지도력 등에 악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이수호 위원장은 “내년 조기선거가 하반기 투쟁에 미칠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수호와 강승규라는 비중있는 인물들이 빠지면서 치르게 될 조기선거 판도는 벌써부터 노동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민일보>

민노총 지도부 총사퇴 유보 배경·전망

 

(중략) 민주노총은 이수호 체제의 한시적 유임이라는 카드를 내놓았지만 ‘식물체제’라는 소리가 나올 만큼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다. 공공연맹 이성우 사무처장은 “장고 끝에 악수 둔 격”이라며 “현 지도부가 하반기 투쟁을 책임지고 마무리하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하반기 투쟁이 유실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1> 국민일보 기사

 

 민노총 지도부 총사퇴 유보 배경·전망

[국민일보 2005-10-11 17:56]


이수호 집행부의 즉각 퇴진까지 거론되던 민주노총이 ‘내년 1월 총사퇴’라는 고육지책을 내놓았지만 내부 갈등과 조직 내 주도권 싸움 등으로 미봉책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현재 사실상 단절된 노·정간 대화 채널 복원도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내년 1월 지도부 재구성=민주노총 비상 중앙집행위원회는 진통 끝에 현 집행부가 사태를 수습하고 하반기 투쟁을 마무리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이 위원장 및 이석행 사무총장 등 핵심 지도부 사퇴요구 목소리도 높았지만 일단 도덕적·정치적 책임론과 시급한 현안 해결 우선이라는 현실론의 중간 지점을 선택했다.

이 같은 절충안은 집행부 사퇴 이후 직무대행 체제로는 업무 공백과 혼란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계가 계속된 비리로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에서 민주노총마저 완전히 무너지면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최소한의 방패조차 사라진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다. 이 위원장도 기자회견에서 “사퇴는 쉽지만 무엇이 적극적으로 책임지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며 “지도부 공백과 혼란은 하반기 투쟁은 물론 전체 노동계의 무장해제 상태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내부 반발과 전망=민주노총은 이수호 체제의 한시적 유임이라는 카드를 내놓았지만 ‘식물체제’라는 소리가 나올 만큼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다. 공공연맹 이성우 사무처장은 “장고 끝에 악수 둔 격”이라며 “현 지도부가 하반기 투쟁을 책임지고 마무리하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하반기 투쟁이 유실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노동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올해의 투쟁은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2월 사회적 교섭 참여 여부를 놓고 벌어진 폭력사태,3월 폭력으로 무산된 임시대의원대회를 간신히 봉합하고 조직혁신 작업을 추진한 현 집행부에 대한 조직 내 반발이 예상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강승규 부위원장은 지난 1월 결성된 기아자동차 노조비리 진상조사단장이었으며 3월 이후에는 조직혁신위원장으로 활약했다. 이 위원장은 스스로 직무정지를 결정한 지 이틀 만에 이를 번복했다. 그만큼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동시에 민주노총은 내년 1월 차기 위원장 선거를 예고함으로써 강온파간 갈등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관심은 범좌파로 불리는 강경파 가운데 누가 차기 위원장이 되느냐에 모아졌을 정도다. 현재로서는 중앙파인 양경규 공공연맹 위원장과 현장파인 유덕상 전 수석부위원장이 주목받고 있다. 심지어 ‘사회적 교섭’ 참여 여부를 놓고 빚어졌던 강온파간 폭력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2> 매일노동뉴스 기사

민주노총 지도부 조기선거 결정, 강한 반발

파장 확대될 가능성 적어…충남 본부장 사퇴 등 후유증

2005-10-11 오후 6:59:09  입력 / 2005-10-11 오후7:03:04 수정(1차)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 구속 사태 수습을 위한 민주노총 지도부 거취 결정에 대해 이수호 위원장 등은 “대중적인 책임과 도의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즉각적인 총사퇴와 하반기투쟁 책임이라는 두 가지 주장을 조율한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이수호 집행부는 임기를 다하지 못하고 중도하차 하게 됐다.


지도부 거취 등을 결정하기 위한 중집회의는 유회와 정회를 반복하면서 진통을 거듭했다. 10일 오후 7시30분에 시작된 회의는 11일 새벽 12시30분까지 세번의 정회를 거친 뒤 유회되고 상집회의를 열어 중집에서 논의된 안을 바탕으로 조율에 나섰다. 이어 새벽 2시40분경 다시 중집회의를 열자마자 바로 정회시킨 뒤, 임원회의를 진행했으며 오전 9시 중집회의를 거쳐서야 최종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정치적-대중적 책임 조율


이 과정에서는 예상했던 대로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한다는 주장과 하반기 투쟁 등을 위해 현 지도부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또 지도부가 사퇴한다 하더라도 위원장만 사퇴하는 방안부터 지역본부장까지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등 새벽 12시30분까지 진행된 중집회의에서는 전반적인 토론이 이어지면서 다양한 내용들이 나왔다.


하지만 새벽 12시30분께 시작된 상집회의에서부터는 △현 지도부체제를 당분간 유지한 뒤 내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조기선거를 치르는 방안과 △위원장과 사무총장만 사퇴한 뒤, 직무대행체제를 유지하면서 올해말이나 내년초에 보궐선거를 치르는 방안으로 급격히 좁혀졌다. 이어 새벽 3시께 시작된 임원회의에서는 자진사퇴를 완강히 주장했던 이수호 위원장이 마음을 바꾸면서 최종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집위원들 가운데 다수가 하반기투쟁을 책임져야 한다며 이 위원장 사퇴에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각적인 총사퇴’와 ‘하반기투쟁 책임’ 사이의 절충안에 더해, 현 집행부를 지지하는 쪽이 압도적 다수인 중집회의 구조에서 최종안이 나온 셈이다.


한 산별연맹 관계자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으로 본다”며 “직무대행이나 비대위체제로 하반기투쟁을 진행한다면 힘이 실릴 수 있겠냐”고 말했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사실상 지도부는 총사퇴를 결정했고 책임을 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원 무관심 우려”


하지만 이런 지도부 결정에 대해 일정정도의 반발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경수 충남지역본부장은 11일 오전 중집회의에서 항의하면서 퇴장하고 본부장직 사퇴의사를 밝히는 등 강하게 문제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주요 지도부의 비리혐의에도 즉각적인 총사퇴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조직혁신에 대한 조합원들의 관심이 엷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경수 본부장은 “본부장 사퇴의사를 지역본부에 공식 통보했다”며 “이후의 문제는 현장 조합원들의 몫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지도부가 사퇴하고 하반기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모두가 사는 방식이었다”며 “사회적합의 논란때부터 계속돼 온 지도부 행위에 조합원들의 무관심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연대’ 관계자도 “한국노총과는 다르게 최소한 현장입장을 반영한 결정을 기대했다”며 “하반기투쟁을 앞두고 오히려 조직 내부 혼란과 조합원들의 냉소적인 시각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지도부 결정에 대한 반발에도,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역시 하반기 투쟁을 앞두고 신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태는 조만간 일단락 될 가능성이 크지만 민주노총 하반기 투쟁과 지도력 등에 악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이수호 위원장은 “내년 조기선거가 하반기 투쟁에 미칠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수호와 강승규라는 비중있는 인물들이 빠지면서 치르게 될 조기선거 판도는 벌써부터 노동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학태 기자  ta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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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22, 처음으로 차였다!

(줄레줄레 썼다가 "등록" 버튼을 누르는 순간, 다 날아갔다-.-

 지금은 다른 일을 해야 하니까 일단 올리고자 했던 사진 올리고

 짧은 몇 마디만 덧붙여 둔다. 나중에 생각나면 수정하든지...)

 

일요일 오후, 회의가 있어서 서울에 갔다.

혜화역 4번 출구로 나가는 통로에서 무심코 바라본 벽면에

한 여자가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있었다.

그 옆에 분홍색으로 쓰여진 선정적인 문구-

 

"내 나이 22, 처음으로 차였다!"

 


 

처음엔 무슨 영화 포스터인 줄로 알았는데, 읽어 보니 그게 아니다.

 

"다 좋은데 떨리는 첫 키스 때/ 담배 냄새는 너무 참기 힘들었다나? / 두고 봐 예뻐져서

 더 멋진 애 만날 테니까/ 그래, 이젠 너랑은 끝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저 단호하고 선연한 붉은 사선, 금연!

그래, 그것은 보건복지부의 공익광고였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사람들이 분주히 지나가는 그 틈새로 한장을 더 찍었다.

 

우리 정규직 되면 결혼하자고 했던 포스터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오라, 보건복지부가 성 인지적 관점이 빵점이로구나. 여성가족부는 정부 부처에서 저러고 있는 것을 보고만 있단 말이야? 근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길목에 저런 게 턱하니 붙어 있으면 누군가는 필시 문제제기를 했을텐데, 여기에 설치한지 얼마 안되었나 보지.  아니면 내가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가? 우리 정규직 되면 결혼하자고 했던 포스터를 둘러싼 논쟁을 기억하고 있는 동지들이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구태여 해설을 줄줄이 달지 않더라도 잘 아시겠지^.^ 내일 우리 여성위원장과 여성국장에게 사진이나 보여주어야지.

 

그런데, 짧게 한마디만 하자.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이미 골초가 되어버린 동네의 또래 친구들 앞에서 호기심으로 담배꽁초를 빨아본 이후, 담배는 내가 친할 것이 아니구나, 하면서 일찌감치 비흡연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흡연에서 자유로운가 하면 그건 아니다. 내가 참가했던 무수한 회의와 술 마셨던 시간의 길이 이상으로 나는 간접흡연에는 어릴 때부터 익숙해져 있었으니까. (나만큼 간접흡연 많이 한 사람 나와 보라고...!)

 

정부가 담배값을 제맘대로 올리든 말든, 정부가 담배곽에다가 소름끼치는 경고문구를 나날이 새롭게 찍어대도록 하든 말든, 궁극적으로 담배를 피우는 것은 각자가 선택할 일이다. 아무리 공익광고라고 하더라도 저토록 덜떨어진 시대감각과 빈약한 스토리로는 세금만 축낼 뿐이다. 담배냄새가 견디기 힘들어서 사귀던 사람과 헤어졌다는 그(녀)도 보지 못했거니와, 국경과 종교와 이데올로기도 초월하여 연분을 쌓는 것이 인간세상의 사랑얘기 아니던가 말이다. 보건복지부, 바보!

 

나보다 더 적극적인 누군가가 이 사진을 보고 정부에다가 강력히 항의를 할 것으로 믿는다.아니, 이미 했을지도 모르겠다. 당분간은 두고 보자. 그 후에도 그냥 저 광고판이 버젓이 행세를 한다면, 에고, 나라도 나서서 보건복지부와 한바탕 해야 되겠지.

 

암튼, 저 공익광고가 얼마나 저기서 버티는지 함 보자고!

 

(점심시간에 잠깐 고쳐썼는데, 어제 날아가 버린 그 분위기가 전혀 아니다. 참 이상하지, 똑같은 내용을 새로 쓰게 되면 영 남의 글처럼 낯설게 느껴진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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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 선생 &quot;부심이의 엄마생각&quot; 저자 서명회

비오는 금요일, 서울 여기저기를 오가면서

숨가쁘게 하루 일과를 거의 다 마치고 나서

20여년만에 학림다방에 갔다.

 

백기완 선생께서 지은 "부심이의 엄마생각" 무료배포와 저자서명회가 있었다.

"부심이의 엄마생각"은 일천여명이 후원자가 되어 예약출판했다고 한다.

백기완 선생께서 고향 구월산 아래 마을에서 어머님과 함께 살았던 시절의 얘기,

그리고 어머님과 헤어져 살며 솟구치는 그리움으로 얼룩진 시절의 얘기들을,

참으로 쌈불같은 그리움을 먹물삼아 쓴 책이라고 했다.

예약출판에 기꺼이 동참한 이들의 뜻을 모아서

이 책을 꼭 읽겠다고 다짐하는 동지들 5백명에게

백기완 선생께서 직접 서명을 해서 그냥 드리는 행사라고 했다.

 

학림다방 안에서 선생님께 인사드리고 책 한권 받고

곧바로 밖으로 나와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잔치판을 벌이고 있는

여러 동지들을 만나서 가볍게 인사나 나눈다는게

동지가 동지를 부르고, 동지들 모여 술을 나누고,

어느 새 술이 술을 불러 모으면서,

아, 1차, 2차, 3차, 4차, 5차, 6차....

결국 집으로 오는 막차도 놓쳐 버리고 취할만큼 취했다.

 

건강해 보이는 박준성 선생 만나서 좋았고,

12년만에 다시 만나 손 부여잡고 인사를 나눈 정태춘 선생도 반가웠지만,

나를 아주 취하게 만든 것은

2차 술자리에서 내게 전해진

민주노총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의 긴급체포 소식 아니었을까-

사용자에게서 돈을 받았다고?

본인은 빌린 돈이라 한다고?

돈 받은 것은 사실이구만.

(그가 명색이 민주노총 혁신위원장이다, 규율위원회, 윤리선언 등등

현장간부들을 예비범죄자 수준으로 보는 여러 안들이 혁신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술마시다가 통화한 한 동지가 그랬다.

-티비를 보는데 강수석이 체포되었다는 한줄짜리 기사가 나옵디다.

아니, 이 판에 정부가 강수석을 특별히 띄워줄 일 있는가 싶어서 전화했는데,

뭐야, 사용자한테 돈을 처먹어서 잡혀간 거라고요? 에이, ㅆㅂ~!!

 

그날 공식뒷풀이가 끝날 때 찍은 사진 중에서 몇 장만 올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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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언덕과 숲과 하늘과 꽃과 구름,

아파트와 길과 자동차와 사람들 따위,

내 눈에 늘 보이던 것들

속수무책으로 사라지고 난 자리에

 

바람소리, 물소리,

새떼가 지저귀고 우짖는 소리,

내 코와 입과 허파 사잇길로 드나드는

대기 중 질소와 산소의 기민한 몸놀림까지

 

한바탕 난장이다

총천연색 꿈이다

장님과 벙어리와 앉은뱅이와 뇌성마비와

몸과 마음 어딘가 한군데는 고장난 나 그리고 우리,

얼싸안고 춤을 춘다

 

새벽 안개를 더듬어 달리는 것은

억새밭을 미끄러지듯 역동하는 설레임과 열망,

드러내기 위해 싸우고

더불어 살기 위해 투쟁하는 삶, 아름다운 풍경

이다.

 

 

-바야흐로 안개의 계절이다. 늦가을이면 더욱 짙어져서 출근길마다 내 발목을 잡아 끌던 안개의 추억이 연구단지를 스쳐 지날 때마다 아련하고, 이따금 숨이 멎을 듯 아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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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지난 주 화요일이었구나, 연맹 회의실에서

"지하환경이 노동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 연구결과 발표회가 끝나고

그 결과를 활용해서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놓고 얘기하다가

청계천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청계천으로 흘러들어가는 지하수에 라돈함량이 상당할 겁니다.

(그 날, 보고서의 주된 내용은 서울의 지하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미세먼지와 석면과 라돈과 같은 유해물질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아니, 라돈의 반감기가 기껏 3.8일이니까 처리해서 내보내면 될텐데요?

-그러게 말입니다. 비교적 간단한 시설과 처리만으로도 라돈정도야 처리할 수 있는데...

=......

 

라돈에 대해서 상식 수준에서만 알고 있던 나는

그날 발표회에서 라돈이 노동자의 건강을 적잖이 위협하고 있음을 듣고

라돈으로 오염된 지하수들이 청계천으로 콸콸 흘러들어

그 물길을 따라서 시민들이 한가롭게 산책하는 것을 상상하면서

주제넘고 뜬금없이 사람들의 건강을 걱정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청계천에 새로 흐르는 물은

청계천 상류의 것도 아니고 지하수도 아니고

팔당 하류에서 하루 평균 12만톤씩 전기로 퍼나르는 거란다.

 

괜한 걱정 하나는 덜었지만

또다른 불만이 생겼다.

아니, 청계천에 청계천 물이 안 흐르면 그게 청계천이야?-.-

(청계천은 건천이라서 평소에 물이 많이 흐르지는 않았다고 하더구만...)

 

그런 생각을 담아 급히 쓴 것이 아래 "라돈"이다.



라돈

 

우리나라에서 최근 암으로 죽은 사람 중에서 원인별로 보면 폐암이 으뜸이다. 최근 10년간 인구 10만명당 8.7명이 증가하여 전체 암사망자(133.5명/10만명, 2004년)의 20.6%(27.5명)나 차지하고 있다. 이상하다. 지난 한해만 하더라도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57.8%에서 50.3%로 떨어졌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가 있었다. 그동안 폐암 사망률이 늘어나는 것을 인구의 노령화와 흡연 인구의 증가 때문이라고 봤던 것은 어딘가 잘못된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지금 우리 비흡연자들의 폐까지 위협하고 있다.


그 용의자 중의 하나가 라돈이다. 지각의 암석이나 토양 중에 존재하는 우라늄(238U)과 토륨(232Th)이 방사성붕괴를 거듭한 후 생기는 불활성 기체이다. 라돈 자체는 방사성 가스이지만 불활성이므로 사람이 호흡하더라도 폐에서 흡수되지 않고 약 2시간만에 다시 방출되니까 별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라돈이 붕괴하여 만들어지는 폴로늄(218Po), 비스무스(214Bi), 납(214Pb)과 같은 입자상의 방사성 핵종(‘라돈자손’이라고 부른다)이 먼지 형태로 공기 중에 떠돌거나 어떤 물체의 표면에 흡착되어 인체에 흡입되는 경우이다. 라돈자손을 흡입하면 폐에 흡착되며 여기서 방출되는 알파 방사선 피폭으로 인해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은 라돈을 자연방사선 방어대상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매년 폐암사망 중 약 2,000건(전체의 약 6%)은 거주지 라돈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며, 흡연으로 인한 폐암 다음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매년 발생하는 6,000-36,000명의 폐암사망(전체의 10-12%)이 실내 라돈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서울시내 대부분의 지하철 역사에서 지하로 내려갈수록 라돈 농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고, 6개 지하역사에서는 미국 환경청의 권고기준(4pCi/L)을 초과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지하철 역사의 지하수에 포함된 라돈 함량은 역사보다 더욱 높게 나와서 이미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지금껏 지하실실내공기질관리법에서도 라돈은 측정대상에서 제외된 상태이고, 다른 나라와 같이 정밀한 라돈지도를 만들 조사도 진행된 적이 없다.


청계천이 복원되었다고 한다. 도하의 언론들은 찬양일색으로 난리법석이다. 그들이 말하는 청계천은 생태하천이자 공해물질을 정화하는 친환경 하천이다. 그것은 생태계의 복원이 아니라 인공의 하천에 불과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쫓아내고 지주와 개발업자들에게 막대한 불로소득을 안겨주는 거대한 파괴적인 개발 사업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는 일반 대중들에게 전달되기에 역부족이다.


청계천에 새로 흐르게 된 물은 팔당 하류에서 끌어다 온 것이란다. 이명박과 같은 독선적인 개발주의자들이 물길을 낸답시고 서울의 지하수들을 무분별하게 끌어다가 청계천을 정제되지 않은 라돈의 강으로 만드는 우울한 상상이 깨져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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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젖다

해미님의 [하늘이 원망스럽다.] 에 관련된 글.

9월 30일은 진작부터 하이텍알씨디 500인 동조단식에 참가하기로 한 날이었다.

 

5:20

휴대폰 알람이 울리다. 깨어나서 알람을 멎게 하고, 잠시 생각한다. 겨우 2시간 잤네. 어차피 사무실에 가서 일처리를 하고 가야 하니까 8시에 맞출 수가 없잖아. 1시간만 더 자자-

 

8:20

서울역에서 계단을 오르다가 임두혁 동지를 만났다. 어, 요즘은 집에서 출퇴근도 하는 거요, 했더니, 오며가며 시간이 맞으면 집에 들린다고 했다. 그는 나와 같은 아파트에 산다. 근로복지공단에 가야 하는데 사무실에 일이 있어 늦게 생겼다고 했더니, 자기도 지금 거기에 가는 중인데 늦었다고 한다. 서울역 지하에서 우리는 반대편으로 가는 전철을 탔다.

 

10:20

비가 오면 어차피 우산도 별 소용이 없을거야, 가방은 어쩌지? 아침에 그러면서 집을 나섰는데, 신길역에서 내리자마자 곧 후회를 했다. 비가 쏟아지고 있다. 가방 속에서 비상용으로 준비한 일회용 비옷을 꺼낸다. 가방은 가슴팍에 가로질러 걸치고 비옷을 그 위에 입었다. 뒤뚱거리며 근로복지공단 앞으로 갔다.

 


 

아침에 국회에서 일인시위를 하기로 했던 노상규 국장이 벌써 끝내고 온 듯, 맨 먼저 보였다.

김영준 동지와 김정곤 동지가 나란히 반색을 했다.

아침에 만났던 임두혁 동지가 그 뒤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고

두꺼비인지 전쥐인지 하는 오래된 동지가 거기에 있었다.

"보고서도 다 썼다매?"

"어, 어떻게 아세요?"

"뭐, 블로그에 떠벌여 놨더구만."

"헤헤..."

 

노국장이 일단 등록부터 하라고 했다.

윗 사진의 오른편에 놓인 천막 아래로 가서 단식농성단에게 목례를 하고 내 이름과 소속과 연락처를 적었다.

노동자 건강권 쟁취! 노동해방 쟁취! 까만 바탕에 분홍색 글씨가 새겨진 손수건 하나, 호루라기 하나, 그리고 산재 승인 쟁취! 노동자 건강권 쟁취!가 쓰인 버튼 하나가 선물이자 기념품이자 투쟁물품으로 주어졌다. 그리고 500인 동조단식 선언문과 프로그램 안내문을 받았다.

 

대오의 맨 뒤에 서서 연설을 들었다. 듣다 보니 연설이 아니라 강연이었다. 비오는 날 수백의 대오가 길바닥에 앉아서 숙연하게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의 목숨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의 역사와 근로복지공단의 반노동자적인 행태에 대해서 하나하나 사례를 들어가며 연사이자 강사는 열변을 토했다. 그는 금속연맹의 산안국장이라고 했다. 어디 하나 틀린 말이 없었다(아, 하나 틀린 거 있다, 근로복지공단의 몰래카메라를 알게 된 것은 주차된 차를 옮겨달라고 해서 나갔다가 오는 길이었는데 그는 화장실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비는 마구 쏟아지는데, 빗물이 곧 개천을 이루어 물결치며 가는데, 서서 오롯이 그의 얘기를 끄덕이며 들었고 맘껏 박수를 쳤다.

 

새로운 만장이 들어왔고, 그 만장들을 뒤로 하고서 45일째 단식을 계속한 동지들의 연설을 들었다. 그렇게 긴 기간 단식을 해놓고서도 연설에는 힘이 있고 의기가 서렸다. 사진을 찍기도 미안해서 그냥 가만히 얘기만 들었다.

 


 

단식을 그날로 끝내기로 했다는 것은 어쨋거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11:30

서 있기도 힘이 들다. 자리를 앞으로 옮겼다. 김진경 위원장을 만나서 그 옆에 철퍼덕 앉았다. 비옷 아래에서 가방이 비에 젖는 것이 자꾸 신경에 거슬린다. 손수건을 펼쳐 가방 위에 얹어 두었지만 금세 물이 흥건하다. 아침 8시부터 나와 있던 권 부위원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더 앞쪽 자리에 있다고 했다. 그리로 가는 길에 천막 아래로 가서 비옷을 하나 얻었다. 그 비옷으로 가방을 둘러싸고 어깨에 걸쳤다. 비장미가 넘치는 투쟁의 현장에서 겨우 가방 속의 책이 빗물에 젖는게 신경쓰이다니, 쓴웃음이 나왔다.

 

만장들을 앞세우고 근로복지공단을 에워싸기로 한 모양이다. 박준의 깃발가를 들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한줄로 늘어섰다. 호루라기를 불며 영등포 로타리 쪽으로 나가서 근로복지공단 뒤로 줄지어 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한차례 되풀이했다.

 


 

우리가 움직이면 경찰도 덩달아 바삐 움직인다. 이 놈들이 그날 오후에 우리 대오들을 덮치고 잡아갈 줄 짐작이야 했지만 미리 칠 수도 없고 그렇게 덮칠 힘도 나 혼자에게는 없구나, 하는 생각을 실없이 했었다. 경찰들의 비옷에는 저렇게 투명모자가 달렸더라.

 

선채로 잠시 쉬었다. 권 부위원장이 내 사진을 하나 찍어주다가 킥킥 웃었다. 내 꼬락서니가 웃기기는 했나 보다.

 


 

나중에 전주희 동지가 지나가다가 역시 킥킥 웃으면서, 우비소녀같다고 했다.

 

늘어선 동지들을 15명씩 끊어서 조를 편성했다고 한다. 우리는 9조였다. 선장을 뽑고, 조이름과 조구호, 퍼포먼스 준비를 하라고 누군가 안내를 했다. 모두 모여서 인사부터 하기로 한다. 안재원 동지가 나더러 선장을 하라고 했다. 대단히 죄송하게도 오후에 저는 광주로 출장가야 할 처지입니다, 하고 마다했다. 빗소리 때문에 서로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도 않는다. 누군가 재능교사노조의 황창훈 동지를 추천했다. 

 

모여보니 23명이었다. 가능한 한 좁게 밀착해서 모여 인사들을 나누었다. 재능교사노조 3명, 서울통신산업비정규직노조 3명,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조합원 3명(그 3명의 여성조합원들은 어째 그렇게 착하고 순하게 생겼던지, 저런 사람들을 죽도록 괴롭히고 있는 인간들은 모두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노동자의 힘 2명, 나와 권수정 부위원장, 서울지하철 노동자(기관사), 도시철도노조 조합원 3명, 산재노협(?) 사무차장, 대강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랬다. 와, 공공연맹이 참 많네요, 황 동지가 말했다. 고마운 일이었다. 500인 동조단식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조직해보자고 28일 중집위에서도 떠들고 문자메시지도 보내고 했지만 연맹의 조직담당자에게는 참가하겠다는 연락 하나 없었는데 와서 보니 저마다 알아서들 투쟁에 참가하고 있었다. 나도 한 때 그랬었지. 드러나지 않게 어디든 있어야 할 곳을 찾아가서 작지만 자기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조이름을 정했다. 산재박살이든 용석퇴진조로 하자고 제안했더니, 산재박살은 내가 생각해도 의미가 모호했고, 다들 (방)용석퇴진조가 좋겠다고 했다. 이어, 윤순제 동지가 구호를 제안했다. 용석이를 퇴진시켜 건강하게 살아보자! 모두 웃었다. 약하다 약해, 누군가 말했지만 비도 오고 새로운 제안도 없고, 그냥 통과. 다음은 퍼포먼스 준비를 할 차례이다.

 

밥 먹고 합시다. 아니, 물 마시고 합시다. 누군가 말했다. 좀 쉬기로 했다. 비는 아랑곳없이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서 선채로 얘기들을 나눈다. 임두혁 동지가 지나다가 안재원동지들 을 보고 멈췄다. 그 옆에서 내가 말을 걸었다.

-금속은 임원들이 다 왔습디다?

=2시면 다 들어갈 거요. 중집회의가 있어서. 나는 이거 담당이라서 그냥 남고...

-오, 담당이었어요? 몰랐네.^^

=담당이라고 뭐 한 게 있어야지.

-우리 연맹은 담당도 아예 없는데요. 내년 가야 노동안전보건위원회도 만들고 담당임원도 두고 할 계획인데...

=그래도 공공은 별로 죽지는 않잖아요. 우리는 죽으니까!

-......

둘 사이에 이런 얘기가 이어졌다. 작년만 하더라도 그는 주말이면 대전에 와서 주중의 고단함을 잊고 주말농장을 가꾸며 가족과 함께 보내곤 했다. 그의 딸 한결이는 가문비보다 한 학년 아래였고, 같은 곳에서 성악을 배우기도 했다. 요즘 주말은 어떠냐고 했더니, 가족이 파괴되는 것 같다고 했다. 주말조차 아이와 함께 보내질 못하니 소통도 되지 않고... 동병상린이라, 뭐라 할 말이 따로 없었다. 비는 추적추적 계속 내리고.

 

1:20

권부위원장은 원주 상애원 공동대책위원회에 참가해야 했고, 나는 지역공공서비스노조 연석회의에서 산별노조와 관련된 교육/토론을 하러 광주로 가야 했다. 용석퇴진조의 동지들이 퍼포먼스를 준비하기 위해서 다시 모였을 때, 우리는 사정을 얘기하고 미안해하며 자리를 떴다. 정말, 미안했다.

 

해미님이 근처에 있으면 잠깐 만나려고 전화를 했다. 일 끝내고 지금 오는 중이라고 했다. 조만간 술이나 한잔 하자고, 기약없는 말을 남긴 채, 근로복지공단 앞을 떠났다.

 

기차에 탔다. 가방 속의 물건들을 모두 꺼내어 옆 좌석과 간이탁자 위에 놓았다. 가장자리는 모든 게 젖었다. 어제 사서, 오늘 차 안에서 읽겠다고 갖고 온, 공선옥의 유랑가족이 헌책이 되었다. 광주까지 가는 동안에 대강 마르겠지. 늦게 도착해서 미처 읽지 못했던 500인 동조단식 선언문을 한번 읽고 곧 잠에 빠져들었다. 동지들은 아직도 비에 젖고 있는데-

 

5:00

전화가 와서 잠에서 깼다. 광주에서 온 전화, 제 시간에 오고 있는지 묻는 전화이다.

전화를 끊고 보니 문자메시지 하나 와 있었다.

"근로복지공단 규탄집회 중

 공단내 경찰에 의해 고립당

 했던 조합원 58명 연행! 현재

 분리이송중! 9/30 4:56P"

 

나쁜 놈! 방용석!!

더 나쁜 놈!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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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꿈

술판이 벌어졌다. 맥주 회사 광고라도 찍는 듯, 사람들이 모두 화사하고 밝은 옷차림에 얼굴 가득 웃음이 넘친다. 생맥주 5천cc통과 병맥주와 캔맥주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테이블 위에 올려지고, 저마다 취향대로 술잔을 집어든다. 왁자지껄, 화기애애, 소주병만 더해지면 금상첨화겠다. 누군가, 내가 캔맥주 하나 들고서 버티고 있다고 야단한다. 이 술판에서 내가 웬 캔맥주? 비로소 손에 잡고 있던 것을 보니 화려한 무늬가 새겨진 맥주캔이다. 허허허, 나는 웃고 있고, 사람들이 손가락질한다. 에이, 그건 내 맥주란 말이예요. 또 누군가가 나를 가리키며 타박하고, 나는 그저 웃는다. 참 흐뭇하다.

 

그런 술자리에 푹 빠져 있는데, 갑자기 귓가에서 울리는 한 여자의 목소리.

"죄송해요, 손님, 종착역에 다 왔습니다."

 

눈을 뜨니 내가 차창에 팔을 괸 채로 잠들어 있었다.

서울역이다.

평일 새벽 첫차라고,

겨우 열명 남짓한 사람들이 타고 있었는데 모두 사라지고,

객차에 승객이라고는 나 밖에 남지 않았다.

 

휘청거리며 내려서 한가롭게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이제는 기차에서도 그런 꿈을 꿀 수 있구나. 내가 그렇게 되었구나.

 

짧은 숙면으로 간밤의 모든 피로가 다 가셨다.

전철을 타고 사무실로 오면서 내내 꿈을 상기했다.

 

그렇게 평화롭게 술 마셔 본지도 꽤 오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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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승?

"87년 대선이 압승이었다구?"

이렇게 제목을 달면 너무 선정적이다 싶어서 그냥 "압승?"이라고 썼다.

 



오늘 민중연대 간부수련회에 갔었다.

철도웨딩홀에서 연맹 중집위 마치고

곧바로 철도노조에 가서 급한 공문 하나 기안해서 연맹으로 보내고

느긋하게 대전 동구청소년수련원으로 달려갔더니

예고한 것보다는 빨랐지만 지각은 지각이다.

 

한쪽 구석에 앉아서 발제를 듣는데,

한 동지가 나와서 시군구민중연대 건설과 10만 아펙투쟁 계획이라고 발표를 했다.

 

무심히 듣고 있다가

우리 역사에서 항쟁은 반드시 선거에서의 압승으로 이어졌고, 87년 대선에서도 그랬다,

대통령은 노태우가 되었지만 김영삼과 김대중의 표를 합치면 압승이었다,

하는 대목에서 귀가 번쩍 열렸다.

이게 무슨 말이냐?

얼른 자료집을 찾아 보았다.


1. 10만 아펙투쟁의 역사적 의의

1) 투쟁의 측면: (생략)

2) 조직의 측면:

- 10만 아펙투쟁은 집권태세를 확립하는 투쟁이다.

민주노동당이 공식 선언한 ‘2012년 집권’은 어떻게 가능한가?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 토론회에서 어떤 참가자가 “2012년 집권은 황당개그 수준의 발상이다”고 염려하는 등 집권경로를 둘러싼 연구, 토론과 실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실현 가능한 구체적 집권경로는 과연 무엇인가?

<<상식에 속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선거와 항쟁 수준의 대중투쟁을 결합하는 것이다. 항쟁은 민중의 의식화 조직화 수준을 비약적으로 높여 선거에서의 압승을 보장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역사에서 항쟁은 반드시 선거에서의 압승으로 이어졌다. 1987년 6월 항쟁과 789노동자 대투쟁 이후 치러진 12월 선거를 보자. 물론 노태우가 800만표로 당선되었다. 그러나 김영삼, 김대중 후보의 표를 합치면 1200만표, 압승이었던 것이다. 당시에는 우리의 당이 없었기 때문에 대중투쟁의 성과가 고스란히 가짜 야당으로 사라졌지만 지금은 전혀 다르다. 2012년에 집권하겠다는 선언은 2012년 전에 항쟁 수준의 대중투쟁을 조직하겠다는 선언이며, 시급히 항쟁의 태세를 갖추겠다는 선언이다.>>

-100개 시군구에서 1,000명씩 조직, 동원하는 10만 투쟁태세를 갖추자.

우리나라 노동운동은 세계 최강이다. 우리나라 농민운동도 세계 최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민중은 왜 집권을 하지 못하는가? 세상의 주인이 되는 투쟁에 힘을 합치지 못하기 때문이다.................(이하 생략, <<   >>표는 내가 임의로 표시한 것임)


푸하하하-

착각도 유분수지 이 정도면 거의 맹목적인 신앙 수준이다.

논리는 관변학자들의 궤변을 능가한다.

그러니까 11월의 아펙투쟁을 제대로 해치우면 내년 5월의 지방선거는 따놓은 당상이렸다?

‘2012년에 집권하겠다는 선언이 2012년 전에 항쟁 수준의 대중투쟁을 조직하겠다는 선언’이라면, 2007년에 집권하겠다고 하고서 그 전에 항쟁 수준의 대중투쟁을 조직하면 되지 않나?


‘민중진영의 상설공투체’라는 민중연대, 실망이다.

그동안 무관심하게 지나쳤는데 민주노총만큼 눈여겨 지켜봐야겠다.

이런, 오늘 수련회의 주된 쟁점이 민중연대를 발전적으로 재편하여 ‘단일연대연합체’를 건설하자는 것이었는데, 사소한 일에 트집이나 잡고 있다니,  나도 참 불쌍하구나. 쩝.


단일연대연합체가 뭐냐고?

-민중연대가 ‘민중진영의 상설공투체’로서 자리잡았고 이제 정치투쟁의 구심으로 가야 하는 길목에 서 있는데,

-기층의 결합이 취약한 상층연대의 한계로 조직발전이 지체되고 있고,

-기층을 대상화시키는 구조적 한계와 지도집행력이 취약하며,

-사안별 연대체의 난립으로 집중과 분산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투쟁의 성과가 유실되고 있으니

-민중연대 강화를 넘어 연대연합운동의 질적 발전을 준비해야 하는 때이다.

따라서, ‘전국민중연대의 강화’라는 양적 발전을 넘어 새로운 질적 발전을 위한 연대연합의 발전적 재편 전망을 내와야 하므로, 진보진영의 연대연합 질서를 발전적으로 재편하여 ‘단일한 투쟁의 구심’으로서 ‘단일연대연합체’를 건설하자고, 자료집에 써 놓았다.


이런저런 문건들 꽤나 읽었지만 이거 참 조악하다.

누군가, 단일연대연합체라는 것이 민중연대와 통일연대를 통합하자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문건에는 꼭 그렇게 표현하고 있지는 않다고, 답하더라. 눈가리고 아웅-

아, 전국연합도 있구나.

그러고 보니, 민주노총과 전빈련은 민중연대와 통일연대에 가입하고 있고,

전농은 민중연대, 통일연대, 전국연합에 모두 가입하고 있다.

각종 연대단위들의 족보를 읊어보니 성경 읽기 못지 않구만-^.^


단결도 어렵지만 연대도 이리 어려우니 투쟁은 언제?


(진보넷 에러로 두 번 쓴 글; 술술 내려갈기던 첫 번째와는 달리, 너무 힘들었다. 근데 아래한글에서 써서 옮겼더니 글씨체가 뒤죽박죽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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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간다

해마다 조금씩은 바뀌지만

우리나라는 1월 초순 앞뒤로 걸쳐

12-13일쯤 아침 7시 47분에 해가 뜬다.

 

그리고 6월 중순쯤이면

또 그만큼의 기간 동안은

아침 5시 10분에 해가 뜨곤 한다.

 

지난 1월에

내가 처음으로 서울로 출근하던 날은

해가 가장 늦게 뜨는 기간이었다.

 

아침이면 늘 엇비슷한 시간에

허겁지겁 집을 나서서 부리나케 역으로 달렸는데

처음엔 음주단속이나 하는 밤길이었다가

눈부신 햇살이 앞을 가려 차를 멈추게 하더니

비 내리고 바람 불고 어떤 날 노란 유채꽃이 넘실대며 내게로 왔지.

 

대전천과 유등천을 흐르는 물도

해뜨는 시간의 변화에 따라 가물었다가 넘쳤다가

하상도로를 따라 늘어선 키큰 코스모스와 이름모를 꽃잎들이

철도 없이 피고 지고, 진줄 알면 또 피고

 

해뜨는 시간이

하루 또는 이틀에 1분씩 빨라지고 늦춰지면서

오늘 아침 해뜬 시간은 다시 6시 24분이다.

 

그렇게 세월이 간다.

2년을 어떻게 서울로 다니냐고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는데

일년 중 사분의 삼이 지나고 있다.

 

힘들겠다 힘들겠다 남들은 자주 묻고 걱정하는데

어떤 사람은 6개월을 버티는가 보자고 큰소리쳤는데

그게 무어 대수랴,

나의 여전한 고민과 숙제는

세월은 가는데

나는 변할 줄 모르고 

내 일도 변함없이 지지부진하다는 것,

하루하루 해뜨는 시간의 변화만큼씩이라도

내 자신을 죽기로 반성하고 살아있는 이유를 찾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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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의문을 결의문답게 하자

 

금요일(23일)에 수안보 사조마을 대강당에서 민주노총 제35차 대의원대회가 있었다.

 

주된 안건은 하반기 사업계획(안), 조직혁신(안), 규약개정(안)이었고,

사업계획안은 원안 통과,

조직혁신안은 혁신에 대한 결의문 채택하고 산별노조건설특위 구성은 하되

혁신안에 대해서는 각급 회의단위에서 토론을 더하기로 했고,

규약개정안은 유보되었다.

 

끝 순서는 언제나 그렇듯이 결의문 채택 순서였다.

자료집에 실린 대의원대회 결의문이 기본 주문사항이고,

이날 특별결의를 요청한 것이 네 가지가 더 있었다.

-교육공공성 강화, 교원평가 반대, 무상교육 쟁취를 위한 특별결의문

-건강은 국민의 권리이다 영리법인 도입과 의료산업화 정책 즉각 철회하라!

-(주)크라운제과 전 제품 불매투쟁 동참을 적극 결의한다

-화물노동자들이 더 이상 죽지 않고 일할 권리와 생존권 쟁취! 제도개선! 노동기본권쟁취를 위해 총력투쟁하자!! 

 

결의문을 주문한 조직의 대표자들이 내용에 대한 설명을 했고,

이수호 위원장(의장)이 특별한 이의가 없느냐고 물었다.

 

보고와 심의안건을 다루면서 여러 차례 발언을 했던 나로서는

더 이상은 손들지 말자며 나 자신을 달래고 있었는데

내 손이 참지 못하고 올라가 버렸다.

어지간하면 그냥 끝내고 싶어하는 여러 대의원들의 탄식과

의장의 곤혹스런 눈길을 부담스럽게 받으며 마이크 앞에 섰다.

 

내가 말한 것을 대강 정리하면 이런 내용이었다.

 

-오늘 회의 시작 전에 우리는 여러 장기투쟁노조들의 투쟁 보고를 들었다. 그 투쟁들에 대해서 대의원대회 자료집에 미리 넣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꺼번에 결의문 채택 주문이 들어왔는데 너무 쉽게 해버리는 것 아닌가. 결의(라는 형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결의의 내용에 대해서 대의원들이 정확하게 알고 실제로 함께 하는 투쟁의 결의를 해야 하는 것이다.

-결의만 해 놓고서 이 결의문들이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대의원대회는 거의 한달 전부터 공지되었고, 이 결의문을 미리 자료집에 넣어서 안건으로 처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후 대의원대회에서는 그렇게 해달라.

 

뭐, 이런 내용이었다.

의장이 그제서야 한마디 거들었다.

맞는 얘기다. 국제회의에 가보면 결의문위원회 같은 것이 있어서 결의문 하나하나 미리 심사를 한다. 우리가 관심을 덜 가졌는데, 앞으로는 미리 제출받아서 자료집에 싣도록 하자. 그렇게 하고, 결의문은 채택하는데 이의없으시죠?

그랬던 것 같다.

 

의장의 말씀대로 될지, 몇 달이 지나는 사이에 또 잊게 될지, 알수는 없지만

암튼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5가지 결의문들은 내용에는 전혀 이의없이 통과되었고

(전교조에서 제출한 결의문은 전교조 위원장이 제안설명하면서 결의의 내용을 수정하기는 했다)

끝까지 남은 대의원들은

전교조가 제안한 특별결의문에서 여덟번,

보건의료노조가 제안한 특별결의문에서 여섯번,

화학섬유연맹이 제안한 특별결의문에서 두번,(해당 노조가 자리에 없다고 사무총장이 네 개의 결의내용 중에서 하나만 선창했음. 물론, 5가지 결의문 모두 본문 내용 낭독은 생략되었음. 시간관계로...)

화물통합노조준비위에서 제안한 특별결의문에서 여섯번,

(자료집에 실린) 대의원대회 결의문에서 열번,

이렇게 32번의 '결의한다'('정부는... 발표하라'는 것도 있었지만^^)를 외쳐야 했다.

 

그 19개(외치지 않은 것 3개 포함해서)의 세부 결의 중에서

참석한 대의원들이 몇 개를 기억해낼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전교조가 제안했던 것을 빼고는

나머지 중에서 단 한가지라도 기억하고 실천해야지 하고 다짐은 했다.

 

전교조꺼는 왜 제외했냐고?

1. 정부는 초등학교 완전 무상급식을 실시하라.

2. 의무교육이 실시되는 중학교 학교운영비 부담을 폐지하라.

3. 교원평가를 통해 학교를 살릴 수 없다. 학교를 살리기 위한 교육재정확충, 교원정원 확보, 학급당 학생수 감축 계획을 조속히 발표하라.

4. 교육재정  GDP 6% 확보 공약을 이행하여 질 높은 공고육 실현의 토대를 구축하고 유아에서 고교생까지 질높은 무상교육 확대하라! 

 

보다시피 내가 결의할 것이 없지 않은가. 물론 열심히 투쟁하고 쟁취해야 할 것들임을 몰라서 하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계획을 조속히 발표하라'고 투쟁하거나, 아직 쟁취하지도 못한 '질높은 무상교육'을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투쟁하는 게 내 당면하고도 절실한 일이 되기는 좀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쩝-

 

참, 내가 앉았던 자리에서 주섬주섬 줏어모아 내 가방에 넣어왔던

이 날 뿌려진 유인물들이 위 사진의 주인공들이다.

(사진을 클릭하면 내 발가락은 사라지고 사진은 좀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소개하면,

-꿩먹고 알먹고!!! 정치도바꾸고 돈도돌려받고 2장 (민주노동당)  : 10만원 세액공제 관련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일하고 싶다 3장(현대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 : 폐업/해고..그리고 투쟁

-전국비정규직노조대표자연대회의 사내하청노조대표자회의 유인물 2장 : 현대차비정규직 노조, 현대차 아산사내하청지회, 현대차 전주사내하청지회,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GM대우창원 비정규직지회, 기아차 비정규직지회.

"민주노총 대의원동지들에게 호소합니다! 우리 동지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세력들과 대화는 없습니다! 그것은 동지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어떠한 전제조건도 달지 않는 노사정대표자회의 완전 탈퇴를 결의해 주십시오!!"

-교육공공성 강화, 교원평가 반대, 무상교육 쟁취를 위한 특별결의문 2장 (전교조 제안 결의문) : 내용은 위에 소개함.

-건강은 국민의 권리이다 영리법인 도입과 의료산업화 정책 즉각 철회하라! 1장 (보건의료노조 제안 결의문)

-화물노동자들이 더 이상 죽지 않고 일할 권리와 생존권 쟁취! 제도개선! 노동기본권쟁취를 위해 총력투쟁하자!! 2장 (화물통합노조 준비위 제안 결의문)

-전국노동자 투쟁을 촉구한다! 1장 (하이텍알씨디코리아조합원 집단정신질환 해결을 위한 공대위) : 2005. 9. 30. 오전 8시부터 500인 동조단식... 참가신청 한주태희 016-9711-1136

-(주)크라운제과 전 제품 불매투쟁 동참을 적극 결의한다 4장 (화섬연맹 제안 결의문)

-근조 고 김동윤 열사 6장 (김동윤 열사 정신계승 및 화물노동자 생존권 쟁취! 제도 개선!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전국투쟁대책위원회) : 열사의 영정과 화물운송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현실.........후원계좌 부산은행 225-12-035231-4 예금주 김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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