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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2/09
    눈이 펄펄(3)
    손을 내밀어 우리
  2. 2011/04/01
    과학벨트에 대한 이해(1)
    손을 내밀어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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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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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10/06/12
    타임오프제, 사용자가 노조를 지배한다(2)
    손을 내밀어 우리

눈이 펄펄

누군가의 죽음에 관한 글은

더 이상 쓰지 말자고 한 것이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지난 주에 고 이광호 동지의 빈소에 다녀오면서

자꾸 뇌리에서 맴도는 생각들을 떨치기 위해서

몇 자 메모해 두었더랬습니다.

 

오늘 오연히

메주님의 글을 보고 트랙백을 걸어 둡니다.

 

메주님의 [[자동 저장 문서]이광호국장과 소주 한 병] 에 관련된 글.

 

눈이 펄펄

-김포 우리병원 장례식장에 다녀옴

 

1.

김포는 공항 아니면 평야였다 내겐 공항 아닌 김포에 올 일은 없었다 살아서는 얘기 한번 나누지 못한 어느 동지가 스스로 허공에 몸을 던졌다 하여 분함과 노여움과 애닯음으로 마침내 김포에 왔다.

 

눈이 펄펄 내린다 씨바 소복처럼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린다 세상에 치이고 사람에 밟혀 병을 얻고도 병을 병이라 부르기를 거부하고 약도 거부하고 그저 처절하게 고독과 싸우고 죽음에 저항했던 삶은 찰나의 순간 허공을 가르는 빛이 되었다.

 

그래 죽음마저 빛이라 하자 무상한 빛 아래로 동지들이 모여들어 뒤늦은 탄식과 울음을 소줏잔에 채워서 들이킨다 여기에 필시 깊은 우울을 앓고 있는 동지가 또 있을 테지만 그가 누군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 산 자들의 죄이다 이대로는 도저히 씻을 길이 없다 더 이상은 죽지 말자 살아서 함께 싸우자는 맹세조차 부질없다.

 

2.

김포를 벗어나는 길에도 눈이 펄펄 내린다 환장하겠다 송이 송이 하얀 꽃송이마다 앞서 간 동지들이 번갈아 나타나서 아는 체를 한다 어디로 가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 내 생애에 단 하나의 생명이라도 죽음의 문턱에서 끌어낼 수 있을까.

 

어깨 위로 속절없이 내리는 사념을 툭툭 털고는 총총 총총 발걸음을 재촉한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도망치며 살 것인가.

 

나여, 나의 동지들이여!

 

(2012. 2. 5)

 

* 고 이광호 동지의 명복을 빕니다.

 

1998 영등포구 양평동 소재 화평운수 입사(민주택시연맹 대의원)

2006 민주노동당 중앙위원, 영등포구위원회 위원장

2006 지방선거 서울시의원 영등포구 제4선거구 출마

2008 주경복 서울시 교육감후보 선대본 영등포연락사무소장

2008 진보신당 발기인(영등포 당협 추진위원)

2010 전국민주택시민주노조건설준비위원회 서울지역 대표

2010 공공운수노조(준) 해복특위 조직담당자

2011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조직국장

 

2012. 2. 2. 아파트 15층에서 스스로 뛰어내려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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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벨트에 대한 이해(1)

[110401 과학벨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_1.hwp (14.50 KB) 다운받기]

 

미디어충청에 보내려고 간략하게 정리한다는 것이

그동안 상황을 되돌아보느라고 제법 시간이 걸렸다.

 

피시방에서 4시간을 낑낑거렸다.

과학벨트의 내용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고민이 있는데

잘 정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과학벨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1)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에 관한 논란이 끝이 없다. 정치권, 지자체, 시민사회까지 지역별로 나뉘어져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다. 과학벨트가 무엇인지, 왜 과학벨트를 하려고 하는지, 과학기술계의 입장은 어떤지, 그 계획은 과연 바람직하며 어떤 문제점을 갖고 있는지, 하는 것들은 잘 보이지 않고 입지 선정을 둘러싼 대립은 첨예하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과학벨트 논란을 차분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과학벨트의 기구한 운명

 

지난 2007년 대선 당시에 이명박 후보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초청 특강에서 과학기술분야의 2대 핵심프로젝트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건설'과 '신에너지기술개발로 에너지 자립국 실현'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한나라당 대선공약집 충청남도편을 보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구축>이라는 제목 아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조성하여 기초과학센터를 건설하고 글로벌 기업의 연구소를 유치하겠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과학벨트는 충청권에 대한 공약이라는 사실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2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된 이후 과학벨트 공약은 별다른 진척이 없다가 그 해 10월부터 불과 석달 남짓 논의를 거쳐 2009년 1월 13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제29차 본회의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종합계획(안)>이 확정되었다. 그리고 채 한달도 안되는 2월 10일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학벨트 특별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2월 12일에 국회로 넘겨졌다.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추진되어 2009년 상반기 중에는 입지선정까지 끝내려는 기세였다.

 

그러나 과학벨트 특별법안은 입지선정을 충청권으로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충청권의 반발을 사는 한편 각 지자체간에 각축적이 시작되었다. 뒤이어 세종시의 역할을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바꾸는 수정안이 대두되면서 과학벨트의 세종시 유치가 수정안의 핵심이 되었다.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고 6월 29일에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과학벨트 입지선정은 다시 오리무중이 되었다.

 

2010년 12월 8일 한나라당이 예산안 부수법안을 날치기 처리할 때 과학벨트 특별법이 동시에 날치기로 통과되었다. 그리고 2011년 1월 초에 대덕특구를 방문한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은 '대통령의 공약사항에 변화가 올 수밖에 없는 여건'이라고 말해 파란을 일으켰다. 급기야 대선 공약의 당사자가 폭탄발언을 했다. 2011년 2월 1일 오전 방송 3사가 생방송으로 중계한 <대통령과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과학벨트)는 공약집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충청도에서 표를 얻으려고 했던 것 뿐이며, 위원회가 발족해서 백지상태에서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명백한 거짓말을 내뱉었다.

 

대통령의 과학벨트 충청권 공약 백지화 선언에 반발하여 충청권이 들고 일어났다. 범충청권 시도민 궐기대회가 열렸고,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까지 가세했으며, 거리에는 과학벨트 사수 플랭카드가 나부끼기 시작했다. 충청권만 떠들썩한 것이 아니다. 영남권과 호남권도 각각 과학벨트 유치 당위성을 들고 나왔고, 민주당의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은 대전, 대구, 광주 내륙 삼각벨트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지난 해 12월 8일에 국회를 통과한 과학벨트 특별법은 2011년 1월 4일에 공포되었고, 4월 5일부터 시행된다. 과학벨트 특별법 시행을 앞둔 3월 29일에 그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4월 1일 이명박 대통령은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 관련 특별기자회견'에서 '(과학벨트)에 관한 구체적인 것은 (법이 시행되는) 4월 5일 이후 총리실에서 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위원회가 본격적으로 검토하여 상반기 중에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과학벨트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이렇듯 과학벨트의 운명은 기구하게 흘러왔다.

 

과학벨트는 경제자유구역의 판박이

 

'과학벨트 특별법'부터 보자. 과학벨트 특별법의 주요 내용은 과학벨트 기본계획의 수립(제8조-제10조), 기초연구환경의 구축(제14조-제27조), 비즈니스환경의 구축(제28조-제35조), 국제적인 생활환경 조성(제36조-제47조)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에서 기초과학연구원 설립과 대형 기초과학연구시설(중이온가속기) 설치 등을 포함하여 과학벨트의 개념에 관한 내용은 파악하기에 앞서, 입법 목적과 기업과 외국인에 대해서 특혜를 부여하는 내용을 우선 살펴본다.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경제자유구역 특별법)'이라는 것이 있다. 특정 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고 투자기업의 경영환경과 외국인의 생활여건을 개선하여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목적으로 2003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2003년 8월 6일에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한 이후 부산/진해와 광양망권이 03년 10월에 지정되었고, 08년 5월에 대구/경북, 황해, 새만금/군산이 추가로 지정되어 현재 6개 구역이 운영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은 기업에 대해서는 갖은 특혜를 주는 반면에 노동기본권을 제약하고(주휴, 생리휴가 무급화, 파견제 확대 허용, 단체행동권 제약, 장애인, 고령자 의무고용 회피 등), 교육과 의료의 공공성을 파괴하며, 심지어 조세징수권을 포기하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어, 이 법 제정을 막기 위해서 2002년에 노동자들은 치열하게 싸웠지만 끝내 막지는 못했다.

 

'과학벨트 특별법'은 입법 목적과 특혜의 내용이 경제자유구역 특별법과 흡사하다. 과학벨트 특별법의 목적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조성 및 지원을 통하여 세계적인 수준의 기초연구환경을 구축하고, 기초연구와 비즈니스가 융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국가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는 것'(과학벨트 특별법 제1조)이다. 경제자유구역 특별법 또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을 통하여 외국인투자기업의 경영환경과 외국인의 생활여건을 개선함으로써 외국인투자를 촉진하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의 강화와 지역 간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것'(경제자유구역 특별법 제1조)이 목적이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특별법은 그야말로 특별한 지위를 갖는다. 과학벨트 기본계획은 다른 법률에 따른 계획에 우선한다(과학벨트 특별법 제4조). 경제자유구역개발계획도 마찬가지로 다른 법률에 따른 개발계획에 우선한다(경제자유구역 특별법 제3조). 물론 이 두개의 특별법보다 우선하는 것이 있기는 하다. 국토기본법에 따른 국토종합계획,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따른 보호구역 등 관리기본계획 등이 바로 그것이다. 과학벨트에서 한가지 더 추가된 것은, 과학벨트 특별법에서 규제를 완화하기 위하여 특례를 정한 제29조부터 제31조까지의 조항과 제6장(제36조부터 제47조까지)은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하며, 만약에 다른 법률에서 과학벨트 특별법보다 더 규제를 완화하는 규정이 있으면 그 법률에 따른다는 것이다(과학벨트 특별법 제4조 1항).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한 특례법

 

과학벨트 특별법은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한 특례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법에 따른 특혜의 내용을 일부 열거해 본다.

 

과학벨트에 입주하는 외국투자기관(외국인투자기업, 외국연구기관)에 대하여 국세와 지방세를 감면하며, 외국투자기관에 임대하는 부지의 조성, 토지 등의 임대료 감면, 의료시설/교육시설/주택 등 외국인 편의시설의 설치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국/공유 재산의 임대료를 감면한다(과학벨트 특별법 제29조). 공공연히 조세징수권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제30조는 노동기본권을 제약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55조에 정한 유급휴일을 무급으로 하고,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업종을 초과하여 근로자파견대상업무를 확대하거나 파견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과 고령자고용촉진법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장애인과 고령자의 고용은 기대할 수 없다.

 

국제적인 생활환경을 조성한다는 미명 아래 외국인에 대한 직접적인 특혜는 즐비하다. 출입국관리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과학벨트 거점지구에 근무하는 외국인에 대한 사증 발급 절차와 체류기간의 상한선에 특혜를 부여한다(과학벨트 특별법 제36조). 외국투자기관과 외국인의 편의증진을 위하여 공문서를 외국어로 발간/접수/처리한다(제37조). 방송법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외국방송을 재송신하고(제38조), 주택을 특별히 공급하며(제39조), 외국인 자녀 전용 보육시설을 설치/운영한다(제40조). 외국인학교의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제41조), 국제고등학교 등 외국교육기관 설립을 지원하고 외국인 교원을 임용한다(제42조). 외국의료기관과 외국인 전용 약국도 개설하며(제43조, 제44조), 외국의료기관을 개설한 법인은 온천법에 따른 보양온천의 설치/운영 등 부대사업을 할 수 있다(제45조). 문예회관/도서관/박물관 등을 포함한 문화시설, 관광/숙박/위락시설 및 체육시설이 우선 설치되거나 유치되도록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제46조).

 

한 마리 토끼부터

 

기초과학과 기초연구역량의 획기적 진흥과 연구성과의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하여 과학벨트를 조성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외국인 투자에만 매달리는 내용만을 나열하고 있으니 어안이 벙벙하다. 경제자유구역 특별법도 시행된 지 8년이 지났지만 정부나 지자체 입장에서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한 내용을 충분히 알지 못한 채 3조5천억원의 투자계획과 20년간 생산유발효과 235조9천억원, 고용유발 212만2천명이라는 과장된 선전에 장밋빛 환상을 갖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현재 상황은 무척 안타깝고 혼란스럽다. 

 

과학기술은 한 나라가 축적한 지식체계와 기술력의 총화이다. 단번에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한다고 해서 단기간에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과학과 기술의 전 분야에 걸쳐서 차근차근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력을 양성하고 적절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것이다. 갖가지 특례로 화려하게 치장한 특별법을 내놓고 정작 과학기술은 정치적 공방의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 앞에서 과학기술자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과학벨트의 개념, 과학벨트가 진정 과학기술의 획기적 발전을 담보할 만한 것인지, 현장의 과학기술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음에 이어가기로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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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비

황사는

새처럼 자유롭게

국경을 가로지른다

 

황사는

울릉도와 후쿠시마를 지나

태평양을 내달리는 꿈을 꾼다

 

밤새 꿈을 꾸었다

무수한 인파들 속에서

낯선 이들과 만나기도 하고

그리운 사람들을 찾아 헤매기도 했다

 

한순간 내 꿈은 온데간데없고

일요일 새벽

못다 이룬 황사의 꿈이

추적추적 봄비가 되어 땅으로 주저앉는다.

 

(2011.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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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연봉제를 해부한다

[110217 쟁점 분석_성과연봉제.hwp (27.50 KB) 다운받기]

 

성과연봉제에 대해서 우리 노보에 방금 기고한 글입니다.

 

번갯불에 콩궈먹듯이 쓴 거라서 헛점이 많을 수도 있는데

그럴수록 여러 사람들의 조언이 필요하기에 일단 올립니다.

사실관계가 틀렸거나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을 발견하면

곧바로 알려주십시오.

누구라도 의견을 주시면 감사하게 받고

편집과정에서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참, 읽기 불편한 분은

메일 주소를 알려주시면 파일을 보내드릴게요.

(아, 여기에 올릴 수가 있네요...내려 받으세요...ㅎㅎ)

 

고맙습니다.

 

-2011.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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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분석]

                                                   성과연봉제를 해부한다

 

성과연봉제를 놓고 한판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렇다, 이것은 가히 정부와 공공기관 노동자 사이의 한판 전쟁이다. 사용자들은 언제나 그랬지만 정부의 지침에 순응하면서 소나기를 피해갈 방법만 찾고 있다. 그러나 누적식이라는 괴물을 필두로 공세를 취하고 있는 성과연봉제는 그 자체로 공공기관 노동조합과 노동자 모두에게 치명적이다. 저지하지 않으면 주는 대로 받고 시키는 대로 일하면서 비굴하게 사는 길 밖에 없다.

 

정부의 뜻대로라면 성과연봉제는 2011년 바로 올해부터 시작된다. 간부직을 대상으로 우선 적용하라고 권고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권고일 뿐이다. 겉으로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대해서 성과연봉제를 권고했다고 하지만 출연연을 관장하는 3개 연구회는 모두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다. 간부직으로 일단 한정한 것도 2010년 상반기에 공공기관 노동조합들이 하나로 뭉쳐 성과연봉제에 저항하자 슬그머니 우회로를 찾은 것뿐이다. 못난 사용자들은 하나씩 둘씩 전 직원에 대한 성과연봉제를 도입함으로써 정부의 품 안으로 기어들 기미를 보이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 성과연봉제에 대해서 동지는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투쟁할 각오는 되어 있는가? 혹시 적당히 적응하면서 살아날 방도를 찾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 노동조합이 성과연봉제를 막아낼 대책은 있는가? 있다면 과연 무엇인가?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전쟁인 바에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서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성과연봉제를 구석구석 살펴보자. 정부의 엉성한 논리를 반박하기보다는 주로 성과연봉제가 갖고 올 폐해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보기로 한다.

 

1) 누적식 기본연봉

 

가. 기본연봉이란?

- 연간 통상임금에서 성과연봉을 제외한 임금.

- 기존에 연봉을 구성하던 정액급, 연구활동비, 중식비, 차량보조비 등을 모두 통합.

- 출연연의 경우 현재 기본연봉 비중은 대략 70% 수준

 

나. 기본연봉의 관리 : 누적식(정부 지침)

- 직급별 호봉 또는 연봉표 폐지하고 직급별 임금범위(pay-band)로 관리.

- 근속년수와 연동한 자동승급 등을 지양하고 평가를 통해서 차등인상(누적식).

- 직급별 임금폭을 상위직급으로 갈수록 확대하고 차등폭도 점진적으로 커지도록 설계.

- 작년에 평가한 결과로 올해 기본연봉이 결정되고 올해 기본연봉을 기준으로 내년도 임금이 결정됨.

 

2) 누적식 적용시 3년간 기본연봉 변화 분석

 

가. 체계적 임금 관리 불가능

- 평가등급을 5단계로 하고 누적식을 적용하면 3년 후 35가지 기본연봉으로 분화.

 

 

연차별

현행

1년차

2년차

3년차

가능한 기본연봉수

1

5

15(14)

35(30)

<연차별 실제 가능한 기본연봉수>

 

 

- 상대평가를 통해서 5등급으로 평가하면 이론적으로는 1년차 5등급, 2년차 25(=5×5)등급, 3년차 125(5×5×5)등급으로 나뉘지만 <표1>에서 보다시피 결과적으로 동일한 평가등급(AB=BA, ABC=CBA=CAB 등)끼리 묶으면 2년차 15등급, 3년차 35등급이 남음.

- 만약에 이진아웃제가 강제로 도입된다면 DD가 포함된 등급은 모두 제외되므로 2년차 14등급, 3년차 30등급.

- 임금에 통제권은 전적으로 사용자에게 귀속됨 : 사실상 완전연봉제

- 노동조합의 임금교섭권은 철저히 무력화되고 설령 노동자가 개별적으로 연봉협상을 하려고 해도 적정 기준을 찾을 수가 없음.

 

나. 임금차등폭의 확대

- 3년만에 최고-최저 기본연봉이 12.73% 격차(임금인상률 3±2%)

 

 

임금인상률

현행

1년차

2년차

3년차

3±2%

0

4%

8.24%

12.73%

3±1.5%

0

3%

6.18%

9.55%

3±1%

0

2%

4.12%

6.37%

<연차별 최고-최저 기본연봉 격차>

 

 

- 임금이 동결되는 경우에도 차등폭을 유지한다면 일부(C, D등급)는 여지없이 삭감을 감수해야 함 : 삭감이 거듭되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간부직과 그렇지 않은 비간부직 사이에 임금역전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기존 직원과 경력이 전혀 없는 신규 직원 사이에도 임금역전현상이 나타날 수 있음.

 

다. 기본연봉의 양극화 : 중간등급 유지 어려움

 

 

등급별 확률

현행

1년차

2년차

3년차

상위

(구분 없음)

30%

37%

39.6%

중위

40%

16%

6.4%

하위

30%

47%

54%

 

<누적식 적용시 중간등급 비율의 변화>

 

- 정부 지침 : 인원배분비율은 특정등급이 50%를 초과하지 않고 최소 10% 이상으로 상대평가(정규분포).

- S와 D 10%, A와 C 20%, B 40%로 배분했을 때, 중간등급은 40%(1년차, B) -> 16%(2년차, BB) -> 6.4%(3년차, BBB) -> 2.56%(4년차, BBBB)로 계속 축소됨.

- 중간등급(B, BB, BBB....)등급에서 이탈한 사람들은 하위등급으로 갈 확률이 높음 : 1년차에서 상위등급(S+A)과 하위등급(C+D)이 될 확률은 똑같이 30%였지만, 2년차에서는 상위등급이 될 확률(37%)보다 하위등급으로 추락할 확률(47%)이 10%나 더 높음.

- 3년차에서는 상위등급으로 갈 확률(39.6%)보다 하위등급으로 갈 확률(54%)이 14.4%가 더 높음 : 3년만에 전체 인원의 절반이 평균보다 더 낮은 등급으로 가게 됨.

 

라. 정률제 중심의 임금인상 고착화 : 상후하박 가속화

- 노동조합의 임금 인상 원칙은 하후상박.

- 기본연봉의 차등폭은 정액이 아니라 정률로 제시되어 있음. 상후하박.

- 정률 인상은 해가 갈수록 상위 연봉자와 하위 연봉자의 임금격차를 확대하여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을 형성함.

 

<표1> 성과연봉제에서 3년간 기본연봉 변화 예측

 

 

1년차

2년차

3년차

등급

인상률(%)

배분율(%)

구간합계

등급

인상률(%)

확률

(%)

구간합계

등급

인상률(%)

확률(%)

구간합계

S

5

10

30%

SS

10.25

1

37%

SSS

15.7625

0.1

39.6%

A

4

20

AS/SA

9.2

4

ASS/SAS/SSA

14.66

0.6

B

3

40

40%

AA

8.16

4

AAS/ASA/SAA

13.568

1.2

C

2

20

30%

BS/SB

8.15

8

BSS/SBS/SSB

13.5575

1.2

D

1

10

BA/AB

7.12

16

AAA

12.4864

0.8

 

 

 

 

CS/SC

7.1

4

BAS/ABS/BSA/SBA/ASB/SAB

12.476

4.8

 

 

 

 

BB

6.09

16

16%

CSS/SCS/SSC

12.455

0.6

 

 

 

 

CA/AC

6.08

8

47%

BAA/ABA/AAB

11.4048

4.8

 

 

 

 

DS/SD

6.05

2

BSB/SBB/BBS

11.3945

4.8

 

 

 

 

CB/BC

5.06

16

CSA/SCA/ASC/SAC/CAS/ACS

11.384

2.4

 

 

 

 

DA/AD

5.04

4

DSS/SDS/SSD

11.3525

0.3

 

 

 

 

CC

4.04

4

BBA/BAB/ABB

10.3336

9.6

 

 

 

 

DB/BD

4.03

8

AAC/CAA/ACA

10.3232

2.4

 

 

 

 

DC/CD

3.02

4

CSB/SCB/BSC/SBC/CBS/BCS

10.313

4.8

 

 

 

 

DD

2.01

1

DAS/ADS/DSA/SDA/ASD/SAD

10.292

1.2

 

 

 

 

 

소계

100

100%

BBB

9.2727

6.4

6.4%

 

 

 

 

 

 

 

 

 

 

 

<참고>

BAC/ABC/CBA/BCA/CAB/ACB

9.2624

9.6

54%

CSC/SCC/CCS

9.242

1.2

DAA/ADA/AAD

9.2416

1.2

DBS/BDS/BSD/SBD/DSB/SDB

9.2315

2.4

CBB/BCB/BBC

8.2118

9.6

CCA/CAC/ACC

8.2016

2.4

BAD/ABD/DBA/BDA/DAB/ADB

8.1912

4.8

평가등급

S

A

B

C

D

 

CSD/SCD/DCS/CDS/DSC/SDC

8.171

1.2

인상률(%)

5

4

3

2

1

CCB/CBC/BCC

7.1612

4.8

배분률(%)

10

20

40

20

10

DBB/BDB/BBD

7.1509

4.8

 

DCA/CDA/DAC/ADC/CAD/ACD

7.1408

2.4

DDS/DSD/SDD

7.1105

0.3

CCC

6.1208

0.8

DCB/CDB/DBC/BDC/CBD/BCD

6.1106

4.8

DDA/DAD/ADD

6.0904

0.6

DCC/CDC/CCD

5.0804

1.2

DDB/DBD/BDD

5.0703

1.2

DDC/DCD/CDD

4.0502

0.6

DDD

3.0301

0.1

 

소계

100

100%

 

 

3) 성과연봉 비중과 차등폭 확대

 

가. 성과연봉에 관한 정부 지침

- 총연봉에서 차지하는 성과연봉의 비중을 20-30% 이상(공기업은 30%).

- 성과연봉의 차등폭은 최고-최저 등급간 최소 2배 이상이 되도록 확대.

- 기본연봉과 성과연봉을 합친 총연봉의 차등폭은 고성과자와 저성과자간 단계적으로 20-30% 이상 되도록 기본연봉(조정방식)과 성과연봉(비중․차등폭)을 설계.

 

나. 총연봉 차등폭 20.4%는 시작에 불과하다

- 최고-최저 등급간 2배 차이가 나는 최소 차등폭은 평균 성과연봉액의 ±33.4%(성과연봉액 평균 대비 최고 133.4%, 최저 0.666%)

- 이 조건에서 성과연봉의 비중이 30%이라면 성과연봉제 도입 1년차에 총연봉의 차등폭은 20.4%

 

 

총연봉

5,000만원

6,000만원

7,000만원

8,000만원

차등액

1,020만원

1,224만원

1,428만원

1,632만원

 

<총연봉 차등폭 20.4%일때 실제 차등액>

 

다. 성과연봉 차등폭 ±33.4%의 충격

- 기존에 성과연봉의 차등폭을 ±10% 또는 ±20%로 했던 공공기관에서 ±33.4%으로 차등폭을 확대하면 등급간 간격이 넓어져서 하위 등급은 임금이 크게 삭감될 수밖에 없음.

 

 

 

S

A

B

C

D

±10%

110%

105%

100%

95%

90%

2,310만원

2,205만원

2,100만원

1,995만원

1,890만원

±20%

120%

110%

100%

90%

80%

2,520만원

2,310만원

2,100만원

1,890만원

1,680만원

±33.4%

133.4%

116.7%

100%

83.3%

66.6%

2,801.4만원

2,450.7만원

2,100만원

1,749.3만원

1,398.6만원

 

<총연봉 7,000만원(성과연봉 2,100만원)의 차등폭에 따른 성과연봉 변화>

- 이 표에서 보다시피 성과연봉 차등율 10%에서 33.4%로 바뀌면 평가등급이 C인 경우 성과연봉 2,457,000원이 삭감되고, D인 경우에는 4,914,000원이 삭감됨 : 기본연봉도 또한 삭감됨.

 

라. 성과연봉 차등과 누적식 기본연봉이 결합되면 총연봉 차등률은 대폭 확대

 

 

성과연봉만 차등

성과연봉과 기본연봉 동시 차등(정부 지침)

기본연봉차등률

1년차

2년차

3년차

4년차

5년차

20.4%

2%

22.18%

23.92%

25.87%

27.82%

29.77%

4%

23.92%

27.82%

31.71%

35.62%

39.55%

 

<성과연봉 차등과 기본연봉 누적식이 결합될 경우 총연봉 차등률의 변화>

* 임금인상률은 3%로 했음 => 차등률 2%=3±1%, 차등률 4%=3±2%

 

- 임금인상률 차등폭 2%일 때 매년 약 2%씩 총연봉 차등폭 확대(5년차에는 약 30% 도달)

- 임금인상률 차등폭 4%일 때 매년 약 4%씩 총연봉 차등폭 확대(5년차에는 약 40% 도달)

 

마. 차등폭이 같더라도 임금인상률이 낮아지면 총연봉 차등률은 다소 커짐.

 

 

인상률

최고/최저

1년차

2년차

3년차

4년차

5년차

3±2%

5%/1%

23.92

27.81

31.71

35.62

39.55

2±2%

4%/0%

23.97

27.89

31.83

35.78

39.75

1±2%

3%/-1%

24.00

27.97

31.94

35.93

39.94

 

<기본연봉 인상률 변화에 따른 총연봉 차등률(%) 추이>

 

- 기본연봉의 차등률은 똑같이 ±2%로 하더라도 임금인상률 자체가 낮아지면 총연봉 차등률은 약간씩 증가.

- 최근 3년간 공공기관의 동결에 버금가는 낮은 임금 인상률을 감안하면 차등률은 더 커질 수도 있음.

 

4) 직무급 차등

- 기본연봉 누적식 차등, 성과연봉 차등 확대에 더해서 직무등급 또는 자격등급별로 차등

- 직무평가에 따라 동일직급 내 3개 이상의 직무급 설치(정부 지침): 비누적식

 

5) 요약

- 성과연봉제는 기본연봉 차등 도입(누적식), 성과연봉 차등 확대(비누적식), 직무급 차등 도입(비누적식) 등 3중의 차등제도를 강화하여 임금차등폭을 극대화한다.

- 성과연봉제는 모두가 열심히 해도 중장기적인 임금 저하로 귀결된다.

- 성과연봉제는 노동조합/노동자의 임금인상을 위한 교섭과 투쟁의 여지를 완전히 봉쇄한다

- 성과연봉제는 자의적 평가에 따라 임금이 크게 차이가 나게 되므로 평가제도의 미비와 불공정성의 문제가 첨예하게 부각된다.

- 성과연봉제에서는 단기적인 성과나 업적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질보다는 양 중심으로 쏠리게 되어 개인이나 부서 간 협동연구과 공동사업은 더욱 위축된다.

 

결국 성과연봉제를 통해서 정부가 노리는 것은 노동자들 사이의 무한경쟁이며, 노동조합의 무력화이다. 노동자들은 노동 강도의 강화와 과로 등으로 쓰러져갈 것이 분명한데 노동조합은 힘을 잃어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고 있는 것이다. 성과연봉제, 막아야 한다. 노동조합의 단결투쟁으로 막아내든지, 조합원 과반수를 조직해서 막아내든지, 전직원 과반수를 설득해서 막아내든지, 모든 힘을 다해서 막아야 한다.

 

사족일 수도 있지만, 성과연봉제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간략하게 덧붙인다.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연봉제를 도입할 경우, 또 현행 연봉제를 개악할 경우에,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른 취업규칙의 변경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노동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은 노동자 과반수(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으면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물론 단체협약에 노사합의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도록 정하고 있다면 당연히 단체협약에 따라야 한다.

 

성과연봉제 도입은 불이익 변경인가? 전체적으로 연봉제 도입으로 유리해지는 플러스섬 방식이 아닌 이상 행정해석과 판례는 일반적으로 근로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되는 것으로 해석하여 집단적 동의를 요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개인별․부서별 차등성과급제를 확대하는 경우에도 하위평가를 받은 집단의 경우 기존과 비교하여 불이익한 결과가 초래되므로 반드시 과반수 노동조합(과반수 노동조합이 없으면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다. 다만, 조합원 가입대상이 되지 않는 상위직급만을 대상으로 연봉제가 도입․확대되는 경우 이에 대한 과반수 동의의 주체가 '해당 직급 과반수'인지 아니면 '전체 노동자 과반수'인가 대한 논란은 있다. 노동부의 기존 행정해석은 해당 직급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대법원의 판례는 특정 직급의 동의가 아니라 변경된 규정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 전체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결론은 간단명료하다. 노동조합이 과반수가 되면 노동조합이 성과연봉제의 폐해에 대해서 정확하게 인식하고 정부와 사용자의 공세에 흔들리지 않으면 된다. 노동조합이 과반수가 되지 않으면 빨리 과반수가 되게 조직하든지 아니면 비조합원들까지 성과연봉제의 심각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서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는 과반수를 확보해야 한다. 그것은 결코 쉽지 않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예산상 불이익이 온다거나, 임금을 삭감해야 한다거나, 기관평가가 나쁘게 된다거나, 갖가지 회유와 협박 속에서 조합원이든 비조합원이든 끝까지 버티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IMF 환란 이후 지금까지 공공기관의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이 자의든 타의든 양보하고 포기했던 많은 것들 중에서 성과연봉제만큼 치명적인 것은 없었다는 것을. 예산상 불이익, 임금 삭감 등등 저들이 을러대는 그 무엇도 성과연봉제만큼 지독하게 나쁘지는 않다는 것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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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뭐기에?

작년 8월 8일인가, 금강일보에 보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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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 보궐선거에서 충남의 한 도시에 출마한 집권여당의 국회의원 후보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를 자신의 지역구에 유치하겠노라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되었다. 6․2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바탕으로 국회에서 지난 6월 하순에 세종시 법안을 원안으로 처리하자마자 정부가 세종시에 유치하겠다고 했던 과학벨트의 입지선정이 다시 논란이 되었다. 과학벨트가 대체 무엇이기에 이렇듯 지자체끼리 과열된 쟁탈전을 벌이고 있으며, 과연 그러한 논란은 바람직한 것인가?

과학벨트를 놓고 벌이는 지자체들이 벌이는 과열 경쟁은 우선 과학벨트에 대한 불충분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인데, 그것은 '벨트'라는 모호한 개념을 내세우면서 거점지구의 불확실한 경제적 효과만을 부풀린 정부의 잘못이 크다. 과학벨트를 유치하면 20년(2009-2029년)동안 생산유발효과 213조, 고용유발효과 136만명이 보장된다니 그 유혹에서 자유로운 지자체가 어디 있으랴.

그러나 정부가 말하는 과학벨트의 개념을 보면 특정한 지역에 한정되지 않을 뿐더러 거점지구와 기능지구만을 갖고도 광역 단위를 포괄할 수 있고(과학벨트가 17대 대선에서 충청권에 대한 광역 단위의 공약이었던 점을 기억해 보라), 전국 각지의 과학산업거점과 연결(네트워킹)되는 전국 단위의 계획이다.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 벤처캐피탈과 컨설팅 기관들을 한 곳에 모아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창출하고자 하는 '클러스터(cluster)'를 전국적 규모로 확장하려는 욕구가 반영된 개념이 '벨트'라고 미루어 짐작하는데, 선행 성공사례도 없고 정립되지도 않은 개념을 만들고 밀어붙여온 것도 정부의 잘못이다.

과학벨트에 대한 졸속적인 논의 과정도 문제이다. 과학벨트에 대한 기획연구단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대한 공유된 개념이 부재하고', '국가프로젝트로서의 비전 및 폭넓은 공감대 형성이 미흡하며', '기초과학연구원과 가속기시설 투자 등 핵심 선도프로젝트의 타당성 검토가 미흡하다'고 지적했고, 그것은 여전히 유효하고 의미있는 내용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벨트계획은 2015년까지 총 3조5천487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거대 프로젝트로 마련되어, 국가과학정책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2009. 1. 13)에서 통과되었고, 2009년 상반기 중에 입지를 선정하고 추진하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2009년 2월 12일에 국회에 제출된 과학벨트 특별법안은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표류하고 있다. 입지를 둘러싼 지자체들의 과열 경쟁에 더하여,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과학벨트를 세종시에 유치하겠다고 하면서 커다란 정치 쟁점으로 부상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기초과학연구원, 세종국제과학원, 중이온가속기 등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들어설 주요 연구기관과 대형 연구시설물들에 대한 과학기술계 내부의 합의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과학벨트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대통령의 임기는 절반이 지나버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럴싸한 과학기술 관련 공약이 나타났다가 용두사미로 사라지는 것을 익히 경험한 사람들은 벌써부터 과학벨트의 실패를 호언하기도 한다. 끊임없이 과학기술입국을 강조하는 나라에서 수십 년을 내다봐야 할 과학기술정책이 기껏 대통령이나 장관의 임기에 좌우된다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그런 측면에서 과학벨트 종합계획은 다시 차분하게 검증되어야 한다. 정부의 계획이 타당하고 실현 가능한지, 지역발전과 어떻게 연관되며 지자체의 역할은 무엇인지, 과학기술계의 입장은 반영되었는지, 하나하나 점검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들이 쉽사리 보완하기 어려운 것이라면 과학벨트 계획을 폐기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무작정 두려워할 일은 아니다. 성공은 실패를 먹고 탄생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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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벨트 논란에 관한 메모

1.

작년 12월 중순에 지역 신문사 기자에게서 청탁을 받았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를 충청권에 유치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원고지 4매의 짧은 글을 써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과학벨트 계획 자체가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기에

무조건 충청권 유치만을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지만

기자는 다른 필자를 찾기 어렵다고 간청을 했고,

나는 끝내 이런 글을 보냈다.

 

이 글은 다음 날 아침 그 신문의 1면에 실렸다고 들었다.

 

과학벨트, 대통령이 책임져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대선을 앞두고 급조된 것이었기에 처음부터 논란이 많았다. 대덕R&D특구법이 연구개발의 사업화(비즈니스)에 역점을 두고 2005년에 제정되었는데, 불과 2년여만에 기초과학과 비즈니스를 연계하겠다는 계획이 등장하자 과학계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기초과학원 신설과 가속기 건설 등 핵심 사업의 타당성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합의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과학벨트를 정치적 쟁점으로 만든 것은 이명박 정부이다. 총 예산 3조5,487억원, 생산유발효과 213조원, 고용유발효과 136만명 등 장밋빛 청사진을 내걸자 지자체들이 각축전이 벌였고 정치권도 요동쳤다. 과학벨트의 내용에 대한 논의는 실종되고 입지를 둘러싼 논란만 커져갔다. 그 사이 대통령의 임기는 절반이 훨씬 지났다.

모두 냉철해져야 하는 때이다. 정부는 과학벨트가 충청권 공약이라는 사실과 과학벨트의 개념이 아직 미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일을 진행해야 한다. 과학벨트의 입지 선정이 논란거리가 되지 않게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다른 지자체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보다 앞서 과학벨트 공약 자체를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계획이 과연 적합한지, 선거만을 의식한 공약(空約)은 아니었는지, 두루 검증해야 한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면, 실현가능하고 충청권이 받아들일 수 있는 대안을 즉각 마련하라. 그것은 공약을 제시한 이명박 대통령의 임무이고 책임이다.

 

2.

지난 1월 27일이었던가, 우리 노조는 신년기자회견을 했다.

우리 노조의 여러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문에

과학벨트에 관한 내용이 들어갔다.

 

성명서 작성 과정에서 내 의견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과학벨트의 근본적 문제를 깊이 다루지 않고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표현된 초안을 수정하지 않은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아니나 다를까, 지역 방송과 신문들은

출연연 구조개편 문제, 안전성평가연구소 매각 등의 문제보다는

과학벨트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고, 그것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기자회견문 일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와 관련한 소모적 논쟁을 중단하고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은 태생부터 많은 문제를 안고 있으며 세종시 문제와 연결되어 정치적 도구로 전락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입지 선정과 관련한 청와대의 정책 변화 발언으로 이제는 지역과 정치권의 대결구도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국제과학비즈니벨트 사업에 대한 정부의 부실한 준비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청와대가 정부가 이미 수차례 충청권이 최적의 입지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의 판단도 그러하다면 국민을 납득시킬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더 중요한 문제는 연구현장의 의견이 광범위하게 반영되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구체적인 위상과 역할을 제대로 설계하는 일이며 더 이상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이 사업이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3.

지난 1일이었나, 이명박의 신년방송좌담회...

그는, 과학벨트는 공약집에도 없다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했다.

누구 말마따나 노조 위원장도 공약 안지키냐는 조합원의 얘기를 들으면

뭐라 변명하기 전에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부터 생긴다고 했는데

이명박씨는 아주 독특하고 특별한 인간인 것 같다....쩝

 

암튼 그리고 나서 그동안 충청권의 불이

전국으로 옮겨붙었다.

 

대전(만 그런 게 아니겠지만) 전역에

이명박 규탄한다, 과학벨트 사수하자, 등등의 플랭카드가

마치 선거 때처럼 나붙었다.

 

얼마 전에는 민주당 소속의 시의원에게서

과학벨트에 대한 손학규 대표와의 간담회에 참가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4.

지금 떠오르는 생각들은

 

-과학벨트는 선거만을 의식한 공약(空約)이었다.

-과학벨트는 4대강 사업에 견줄만한 무모한 계획이다.

-과학벨트를 둘러싼 과학계 내부의 합의는 이루어진 적이 없다.

-4대강 사업에 비해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본격적으로 착수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 노조는 과학벨트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2009년 초에 이런 입장으로 노조 소식지에 연재하기도 했음)

-그러나 지금 과학벨트 중단을 내걸고 투쟁하기에는 우리 노조의 현안이 너무 많다.

-과학벨트계획 자체의 문제점, 그리고 입안과 추진과정의 문제점을 적시하여 입지문제만을 갖고 다투는 정치권에게 최소한의 경고는 해야 할텐데...

-근데 당장은 무얼 하지?

 

트위터에서 한 동지의 과학벨트에 관한 멘션들을 보고

내 생각을 정리해보자고 이리로 왔는데

시간도 늦었고 다른 일도 쌓여 있고 해서 메모 수준으로 일단 남겨본다.

 

첨예한 쟁점일수록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법,

과학벨트에 관해 그동안 내가 썼거나 우리 노조가 다루었던 내용들을

모아서 정리 좀 하고 나서

내부 토의부터 벌여봐야겠다.

 

쉽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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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그리고 전태일

원고 마감이 다음 월요일인 줄 알고 있다가

점심 먹으러 나서던 길에

혹시나 하고 확인했더니 오늘 오전까지란다.

허걱...화들짝 놀라서는 부리나케 써서 보낸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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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이 왔다. 추풍낙엽이라더니, 바람이 건듯 불 때마다 노란 은행잎과 플라타너스의 갈색 이파리들이 허공으로 나부낀다. 저 낭만적 풍경도 곧 황량한 겨울로 치달을 것이다. 사람들이 짐짓 가을을 타는 한편에서 겨울을 알리는 찬바람이 틈틈이 몰아치는 이맘때면 유난히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분신한 젊은 노동자 전태일을 기리는 노동자들이다.

노동자들뿐만 아니다. 정치의 민주화뿐만 아니라 이 땅의 경제․사회․문화의 민주화를 외치며 헌신했던 많은 사람들이 전태일을 기억하고 그의 뜻을 기리며 오늘을 살고, 해마다 11월을 숙연하게 맞이한다.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군사독재정권이 노동자들을 극단적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 착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종교, 학계, 사회단체 등 민주화운동에서는 노동자들의 실태를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전태일의 분신을 맞았고, 한국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전태일은 '나를 죽이고', '나를 버리고', '나약한 나를 다 바치며' 그렇게 먼저 가고, 그가 가고 난 다음에 70년대는 새롭게 열렸다. 위수령, 휴교, 10월 유신, 계엄령으로 얼어붙은 시대를 가로지르며 그는 활활 불꽃이 되어 세상을 녹였다. 고시를 준비하던 대학생들이 그의 분신으로 말미암아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에 투신하였고, 노동자들의 삶이 얼마나 열악한지 미처 몰랐던 지식인들은 뒤늦게 피눈물로 오열했다. 오늘날 사람들이 전태일을 일러 '인간성의 원형', '나의 표상', '죽비'라고 표현하는 것은 전태일을 통해서 그 자신들이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다는 말과 다름없다.

그것은 80년대의 민주화운동의 자양분이 되었다. 감히 말하거니와 80년 5월의 광주민주항쟁부터 87년 6월항쟁, 그리고 7․8․9 노동자대투쟁은 전태일의 분신에서 싹이 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0년대 이후 '공돌이'와 '공순이'라는 이름으로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던 노동자들이 87년 이후 마침내 역사의 한 주체로서 시민권을 획득하고 나서 전태일 정신을 내걸었던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오는 11월 13일은 전태일이 분신한지 40주기가 되는 날이다. 지난 40년동안 우리 사회는 참 많이 변화하고 발전했다. 그러나 과연 모두가 함께 살맛나는 세상이 되었는지, 모든 사람들의 삶의 질이 골고루 높아졌는지, 되물어보면 대답이 무척 궁색하다. 국민소득이며 무역수지 따위, 정부가 내세우는 현란한 수치들이 무색하게, 사회 양극화가 매우 심각하여 가난은 대물림될 뿐만 아니라 갈수록 확대된다. 자랑할 것 없는 자살율과 저출산율 같은 것은 세계 1위이다.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공장과 하청공장, 사무직과 생산직, 고학력과 저학력, 남성과 여성 등으로 갈기갈기 찢겨져 있다.

노동탄압과 착취에 저항하는 분신과 투신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주말 KEC 구미 1공장에서 또 한 사람의 노동자가 몸에 불을 붙였다. 전태일은 자신의 결단이 끝이기를 바랐겠지만, 지금 민주노총에서 노동열사로 부르는 노동자만 150명이 넘는다. 2010년 11월은 그래서 우리로 하여금 40년 전으로 돌아가게 한다. 전태일 정신이 무엇인지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11월의 바람에 몸을 맡기고 가만히 귀기울여 본다. 전태일이 다시 살아나, 돈보다는 인간이 더없이 귀중하다고, 경쟁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것이 더 소중한 가치라고, 나에게 속삭이는 듯하다. '이 사람아, 당신이 전태일 목소리를 어떻게 알아?' 하고 따지고 싶으면, <전태일 평전>을 한번 읽기를 권한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다가 전태일의 분신 소식을 접하고 자신의 인생행로를 바꾼 고 조영래 변호사가 전태일보다 더 생생하게 전태일의 삶과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2010.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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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강부회의 멍에를 벗어라

누가 쓰라고 해서 급하게 쓴 거.

무슨 얘기를 하고자 했는지 나도 헷갈리네....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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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정권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특히 이명박 정권에서 공공기관 노조들의 수난은 일찌감치 예고된 것이었다. 실제로 2008년 8월 이후 6차례나 발표된 공공기관 선진화방안은 노동조합 때려잡기라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지난 3년 가까이 공공기관 노조들은 참 모질게 싸워왔고 투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9월 1일부터 시작된 공공서비스노조 위원장과 몇몇 지부장들의 단식투쟁은 그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그러한 단식투쟁에 9월 8일부터 공공연구노조 위원장이 가세했다. 발표가 임박한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 대한 선진화 방안과 안전성평가연구소 민영화, 그리고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 조용주 원장의 가공할만한 노동조합 탄압에 맞서는 투쟁이다. 노조 탄압이 사실상 공공기관 선진화방안의 내용이며, 건기연 말고도 다른 출연연에서 이미 노조 탈퇴공작을 파상적으로 벌여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기실 세 가지 현안이 모두 출연연 선진화방안에 집약되어 있다.

 

출연연 선진화 방안은 2008년 4월에 정부가 KAIST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통합하려고 기도했을 때 이미 시작된 것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노조와 직원들의 결집된 투쟁에 밀리고 촛불정국에 둘러싸여 통합논의는 그해 가을에 중단되었지만, 정부는 3년간 충분한 연구와 논의를 거쳐서 출연연의 거버넌스를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는 그 3년의 마지막 해이다. 때맞추어 기획재정부는 올해 초에 업무계획을 보고하면서 출연연을 중대형연구소로 재편하겠다고 했다.

 

물론 출연연 현장에서 보더라도 출연연의 거버넌스는 개편해야 한다. 문제는 연구기관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연구자율성을 확보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의 출연연 거버넌스 개편의 기조는 구시대로 되돌아가려는 것이다. 공공연구노조가 미리 입수하여 지난 8월 10일에 발표했던 정부의 출연연 선진화 방안을 보면 현재 교과부와 지경부가 13개씩 나누어 관리하고 있는 과학기술계 출연연을 여러 부처로 분산 배치하고,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5개 출연연과 지식경제부 산하 7개 출연연을 각각 하나의 연구소로 통합하는 것이 핵심이다.

 

각 부처가 나누어 관리하고 있던 출연연을 3개의 연구회 체제로 묶어서 부처로부터 독립시킨 것이 1999년의 일이니까 11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출연연을 부처 산하에 두느냐 독립적으로 관리하느냐 하는 것은 정치적 입장의 차이를 떠나서 출연연에서 더 이상 논란거리가 아니다. 인문사회계 출연연에 대해서도 2008년에 잠시 개편시도가 있었지만 역시 부처 소속으로 되돌리는 것은 연구자율성에 역행한다는 것이 현장의 여론이었고 노조의 공식 입장이었다.

 

출연연을 부처에서 직접 관리하면 기관의 독립성과 연구자율성이 실제로 후퇴하는가? 그렇다! 얼마나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통제하느냐 하는 강도의 문제만 남을 뿐이다. 기관장 선출 과정에 부처는 가장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기관의 예산도 부처가 직접 통제할 수 있다. 연구과제 선정에 부처가 갖는 권한도 막강할 수밖에 없다. 특히 96년에 PBS(Project Base System, 연구과제중심운영제도)가 도입되고 나서 과학기술계 출연연의 연구자들은 연구비 수주와 인건비 확보라는 이중삼중의 굴레에 매여 신음하였고, 그러한 폐해를 완화하려고 도입한 것이 99년 김대중 정권에서의 연구회(연합이사회) 체제였다.

 

그 당시 노조(과기노조)는 연구회 체제가 전문가 집단에 의한 자율적 관리기구로 기능해야만 성공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옥상옥의 통제장치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의 우려는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연구회는 출연연에 대한 통제와 간섭을 완화시키는 기구가 되지 못하고 정부의 지침을 충실하게 출연연에 전달하는 옥상옥이라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급기야 이번 출연연 선진화방안이 추진되면 연구회는 해체되게 된다.

 

정부 부처의 통제와 연구회의 간섭이 외부의 권력으로 연구자들에게 작동한다면 기관장은 내부의 살아있는 권력으로 연구자들을 구속한다. 어찌 보면 기관장들은 출연연 내부에서는 영주와 같은 신분이지만, 이명박 정권 출범 초기에 임기와 무관하게 물갈이된 것처럼 권력 앞에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기관장의 연봉은 기관장 평가에 의해서 좌우되는데, 기관평가와 기관장평가의 세부 기준이 같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오기도 하니 기관장들의 입장에서 보면 참 미칠 노릇이다. 얼마 전에는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이 점수를 조작하여 특정 기관의 평가 등위를 11위에서 4위로 올려주었다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표면적으로는 연구실적의 가중치가 엄연히 크지만 기관장들이 노사관계나 선진화지수를 더 크게 받아들이고 노조 탄압에 자신의 생사가 달린 듯이 행세하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일찍이 송(宋)나라의 정초(鄭樵)는 '통지총서(通志總序)'에서, 사관들이 일식과 같은 순수한 자연현상의 이변을 길흉의 조짐 따위로 해독하여 붙이는 것을 견강부회(牽强附會)라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이후 연구데이타 조작이나 보고서 조작 등 특히 지식노동자(출연연 연구자들을 통칭함)의 견강부회와 혹세무민이 두드러졌고, 그에 맞서 2009년에 공공연구노조에서는 연구자율성 침해사례를 공개적으로 접수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이 출연연에 요구하는 것은 온순한 지식시녀집단이 되라는 것이니 공공연구노조는 태생적으로 그것에 맞서서 투쟁할 수밖에 없다.

 

구체적 사례를 보자. 공공연구노조 건기연지부 김이태 동지가 4대강 사업은 곧 대운하사업이라는 양심선언을 했던 것은 2008년 5월이었다. 연구자의 양심에 따른 행동이라 징계할 수 없다고 공언했던 건기연은 그 후 조용주 원장이 오고 나서 김이태 박사를 중징계에 처했다. 그 당시 연간 7억원의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던 김이태 박사는 지금은 소속 부서에서 왕따 신세로 전락했고, 그의 징계를 막고자 했던 노조 지부장과 부지부장은 해고되었다. 출연연의 독립성과 연구자율성이 무참히 파괴된 현장이 지금 건기연이고, 출연연 선진화방안이 노리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견강부회의 사슬을 끊고 연구자율성을 쟁취하기 위해 공공연구노조는 더 굳세게 투쟁하기를 기대하고, 지식노동자가 자신의 양심을 저버리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모든 노동자들이 그 투쟁에 함께 연대하기를 바란다.(2010.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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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우렁각시 이야기

오늘 아침에 금강일보에 보낸 글.

내일 날짜로 나갈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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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우렁각시 이야기

 

옛날 옛적에 가난한 나무꾼이 나무를 베러 갔다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우렁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나무꾼은 그 우렁이를 집으로 갖고 가서 항아리에 넣어 두었다. 그 날부터 나무꾼의 집에는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날마다 누군가 나무꾼의 집에 찾아와 음식을 차려놓고, 청소와 빨래까지 해놓고는 홀연히 사라지는 것이다. 나무꾼이 못내 궁금해서 집을 나가는 척하고는 집안을 살폈더니, 항아리 속 우렁이가 사람으로 변해서 하는 일이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담 가운데 하나인 우렁각시 이야기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로 치부하면서도 우리는 생활 속에서 곧잘 우렁각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가령 이런 식이다. 몸이 고달프고 힘들 때, '집에 우렁각시 하나 키웠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떤다. 맞벌이를 하는 동료의 집에 청소와 정리정돈이 잘 되어있는 걸 보고는 '우아, 우렁각시라도 키워?' 하고 농을 건네며 웃는다.

 

요즘 시대에 실제로 우렁각시가 있다면? 남들이 보지 않을 때 우리 주변 청소를 말끔히 하고,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흔적도 없이 생활하고, 일하는 모습이 혹여 사람들에게 발견될까 싶어서 몸을 사리는 사람들, 영락없이 민담 속 우렁각시의 모습이다. 그런데 우리 시대의 우렁각시들의 모습은 영 말이 아니다. 그들은 대부분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로 산다. 임금 수준은 426개 직업 중에서 419위, 대부분 5~60대(평균 나이 57.2세), 다섯 중에 넷은 여성(여성 81.6%), 혼자서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는 사람들이 절반(49.7%), 이것이 청소노동자의 모습이다.

 

우리나라 임금노동자 가운데 청소노동자는 43만명으로 상점판매원, 경리, 총무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대전지역은 1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일주일에 남성은 62.5시간 일하고 여성은 52.7시간 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들이 일을 하거나 쉬거나 밥을 먹는 모습을 좀처럼 볼 수 없다. 자신의 신분을 스스로 감추었던 민담 속 우렁각시와는 달리 우리 시대의 우렁각시들은 자신이 일하는 모습을 드러내지 말도록 강요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이 출근하기 전에 청소를 모두 끝내야 하니까 새벽 일찍 집을 나서야 한다. 초라한 행색을 남들한테 들키면 안되니까 쉬는 곳도 지하실이나 화장실 구석 자리이다. 최저임금(시급 4,110원)으로 구내식당에서 밥을 사먹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어서 어두컴컴한 지하실이나 화장실 근처에서 차가운 도시락을 먹는다.

 

그들이 일하는 곳은 대학교, 정부청사, 공기업, 연구소 등 겉보기에도 제법 번듯한 곳인데, 근무환경이 이토록 열악한 이유는 무엇일까? 비용절감을 내세워 청소 업무를 용역업체에 위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용역업체는 최저가 낙찰제로 정해지고 거기에서 최대의 이윤을 뽑아내기 위해서 인건비는 최소한으로 지출하는 것이다. 그러니 인권이며 복지가 자리잡을 틈새는 없고 오로지 청소노동자에 대한 착취만이 존재한다.

 

보다 못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청소노동자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의 권리를 보장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청소노동자들이 따뜻한 밥 한끼를 먹을 수 있도록 원청 사용자가 식권과 휴게공간을 제공하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대전에서 민주노총과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서 대전지역 캠페인단을 결성했고 때맞추어 지역 언론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따뜻한 밥 한끼의 권리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을 현실화하고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2007년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청소노동자의 외주화에 따른 문제 확산을 막기 위해 준공영화 방안 등 공공부문 청소노동자 인권개선 권고를 한 적이 있지만 3년이 지나도록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우리 시대 우렁각시 이야기는 정부가 법과 제도 개선으로 끝맺어주기를 촉구한다.(2010.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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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오프제, 사용자가 노조를 지배한다

뭘 했는지 내세울 것은 특별히 없지만

잠이 부족할 정도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

블로그에 뭘 올리는 것도 좀 심드렁했는데

일상으로 겪는 일들을 똑같이 올리지는 못해도

요즘 쓴 것이나 예전에 쓴 낙서나

메모용으로 찍었던 사진이라도 틈틈이 올려보자.

그것도 책상머리에 앉아있어야 가능한데....ㅎㅎ

 

아래 글은 우리 노조 노보(소란)에 보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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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오프제, 사용자가 노조를 지배한다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소귀에 경읽기가 될지라도 우선 분명히 밝혀두고 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노사 자치에 대한 중대한 침해입니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을 금지하는 규정을 폐지하라고 여러 차례 권고한 바 있습니다. 정부가 입만 열면 선진국은 그렇지 않다고 떠드는데, 정부가 선진국이라고 칭송하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어디에도 전임자 임금지급을 금지하는 법은 없으며, 대체로 단체협약에 따르도록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 금지 이유를 ‘노동조합의 자주성 훼손’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사용자의 시혜적 조치가 아니라 노동조합의 투쟁의 결과로서 확보했다는 점에서 결코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없고 법원의 판례도 이를 그대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도저식 밀어붙이기가 특기인 이명박 정부는 2010년 신년 벽두부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명문화한 노동법 개정안을 날치기 처리했습니다. 지난 노동절(5/1) 새벽에는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근심위)가 경찰과 노동부 공무원들을 동원하여 노동계 위원들을 배제한 가운데 법적 시간을 넘긴 상황에서 타임오프(Time-off)안을 날치기로 통과시켰습니다. 이렇게 두 번의 날치기를 자행하고서도 노동부는 주저없이 5월 14일에 타임오프 한도를 날치기한 내용 그대로 고시합니다. 타임오프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뜨거운데, 지방선거에서의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해서였는지, 선거 다음날(6/3)까지 기다렸다가 노동부는 자의적 판단만을 담아서 <근로시간면제 한도 적용 매뉴얼>(이하 “타임오프 매뉴얼”)을 발표했습니다.

 

날치기 타임오프제 : 하박상쪽박

 

정부가 날치기 처리한 타임오프의 내용은 <표1>과 같습니다. 연간 2,000시간의 타임오프에 대해서 1명의 전임자가 활동할 수 있다고 환산하면 1만명 이상의 대기업의 경우 전임자수가 무려 72%나 감소하게 됩니다. 정부가 타임오프 도입의 취지는 노동조합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하지 않는 수준의 전임자를 인정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던 것과 완전히 배치되는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부는 근심위의 타임오프 결정에 대해서 ‘하후상박(下厚上薄)’이라고 강변했지만 노동계는 ‘하박상쪽박’이라고 성토합니다. 타임오프 사용 대상자와 대상 업무, 사용인원 등을 일일이 제한하여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한다는 측면에서 조합원수가 적은 노동조합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타임오프가 그대로 적용할 경우에 국내 최대 규모인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조합원 45,000명)는 현재 220명의 전임자를 올해 7월부터 24명으로, 2012년 7월부터는 18명으로 대폭 줄여야 합니다. 타임오프를 나눠서 쓰더라도 2012년 6월까지 48명, 그 후에는 36명만 유급 전임활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대규모 사업장 노동조합이 많이 가입해 있는 민주노총이 특히 큰 타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조합원 규모

노동계

날치기안

노동연구원

전임자실태조사

(2008)

민주노총

한국노총

면제시간

인원한도

50명 미만

노사자율

1,050-6,300

(0.5-3인)

1,000(0.5명)

3배수

1.3명

50-99명

2,000(1명)

100-199명

3,000(1.5명)

1.9명

200-299명

4,000(2명)

300-499명

10,500(5인)

5,000(2.5명)

2배수

3.7명

500-999명

6,000(3명)

1,000-2999명

27,300(13인)

10,000(5명)

24.1명

3,000-4,999명

14,000(7명)

5,000-9,999명

48,300(23인)

22,000(11명)

10,000-14,999명

48,300 + 조합원수 1천명당 2,100시간 추가

(23인+ 1천명당 1명)

28,000(14명)

 

15,000명 이상

36,000(18명)

<표1> 날치기 타임오프안과 노동계, 기존 실태 비교

 

* 15,000명 이상은 2012년 6월 30일까지는 2800시간+3000명당 2,000시간(1명)추가함.

 

대기업 노동조합에 대한 타임오프의 지나친 축소 기도가 사용자측의 요구를 뛰어넘고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지난 4월 21일에 한국경제신문과 한국노사관계학회가 함께 실시한 ‘전임자 및 복수노조에 대한 인식조사’<그림 1>에서 사용자측 조사 대상자의 가장 많은 응답이 조합원 1,000명 이상의 경우 300명당 1명의 전임자가 적정하다는 것이었지만, 정부가 날치기한 타임오프에서는 상한선을 18명으로 제한한 것입니다. 앞에서 예로 든 현대자동차지부의 경우 150:18로 무려 8배가 차이가 나는 수치입니다. 사용자들의 다수 의견도 전임자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것은 아닌데 정부가 사용자보다 더 앞장서서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몰고 가고 있습니다.

 

 

 

우리 노동조합에서 예상되는 문제들

 

우리 노동조합은 대부분의 지부가 300명 미만의 조합원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타임오프를 100% 전임활동으로 전환한다면 전임자가 당장 크게 축소되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몇 가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우선, 조합원수에 따라서 타임오프 한도가 정해지는 제도의 특성으로 인하여 조합원수를 일정 수준 이하로 줄이려는 사용자들의 부당노동행위가 극심해질 것입니다. 실제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지부와 한국해양연구원지부의 경우 사용자의 탄압으로 조합원수가 급격히 감소하여 현재의 전임자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복수노조의 경우에도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복수노조의 사업장의 경우 모든 노동조합의 조합원수를 합산하여 적용될 타임오프 한도를 정한 후 이를 다시 각각의 노조별로 나누어야 합니다. 산업기술평가관리원지부, 한국연구재단지부는 통폐합으로 말미암아 이미 복수노조 상태인데, 타임오프가 그대로 적용되면 전임자를 온전히 유지하기 어렵고 노동조합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 있습니다.

 

타임오프 매뉴얼을 보면 상급단체 파견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사용자들이 이것을 확대해석하여 우리 노동조합의 임원이나 상설위원장, 국장 등의 활동에 대해서 제멋대로 상급단체 활동이라고 규정하고 논란을 벌일 여지가 있습니다. 우리 노동조합의 통일협약에는 본부 임원으로 피선되면 전임을 추가로 인정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타임오프제에 묶이면 사문화될 수도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별도의 노동조합을 설립하게 될 경우에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탄압에 더하여 타임오프를 빌미로 전임활동을 보장받기는 더욱 힘들게 될 것입니다. 타임오프제는 노동자의 단결권까지 파괴하는 것입니다.

 

타임오프 문제를 생각할 때 꼭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타임오프가 최저기준이 아니라 상한선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개별 사업장의 전임자수가 타임오프 수준 안에 있다고 해서 피해가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공공기관의 경우에는 정부가 지침만 내리면 법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단 강행해온 행태에 비추어 볼 때, 타임오프가 상한선임을 내세우면서 유급전임시간을 삭감하려는 시도가 계속될 것이고, 정부는 지침이나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하여 타임오프를 활용하는 전임자가 업무범위를 벗어났는지 여부를 꼬치꼬치 파고들면서 노동조합을 더욱 위축시키려고 할 것이 뻔합니다.

 

근로시간면제자는 전임자와 전혀 다르다

 

노동부의 타임오프 매뉴얼을 보면 ‘노조전임자’와 별개로 이른바 ‘근로시간면제자’라는 개념을 제멋대로 만들고 근로시간면제자의 업무 범위를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하고 노동조합을 정부의 뜻대로 통제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타임오프 매뉴얼에서 제시하고 있는 타임오프 한도 사용 절차<그림2>를 보면 더 이상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자주적 결사체가 아니라 사용자에게 종속된 기구에 불과합니다.

 

 

 

 

노동부가 임의로 정한 ‘근로시간면제자’는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의 동의에 의해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내에서 사용자와의 협의‧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활동 등 노조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업무와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의 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입니다. 근로시간면제자 명단과 개인별 면제시간은 노동조합이 사전에 사용자에게 통보하여야 하고, 근로시간면제자로 통보된 이후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사가 협의하여 변경하여야 하며, 사용자와 협의 없이 노조가 임의로 변경하거나 수시로 변경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합니다. 근로시간면제 대상 업무는 근로시간면제자가 반드시 우선적으로 수행해야 합니다.

 

근로시간면제자는 법에 정해진 소정의 대상 업무를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지만, 근로시간면제 대상 업무 이외의 업무(가령 상급단체 파견, 파업, 공직선거 출마 등은 노사 공동의 이해관계에 속하는 업무와 무관한 활동이라 유급처리해서는 안된다고 노동부는 주장함)를 수행하거나 노사 당사자가 정한 시간 한도를 초과하는 경우 그 해당 시간에 대해서는 무급 처리하여야 하며, 근로시간면제자의 활동업무 및 사용시간에 대해서는 사후 정산합니다. 더 나아가 노동부는 근로시간 면제자로 지정되지 않은 조합원의 총회, 대의원회, 임원선거 등 노동조합 활동은 근무시간 외에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법제화를 빌미로 노동조합 활동까지 송두리째 봉쇄하려는 수작입니다.

 

앞에서 밑줄 친 내용만 보더라도 타임오프가 갖는 독소적인 성격을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초법적이고 일방적이며 자의적인 지침, 타임오프 매뉴얼에 따르면 노동조합의 전임자와 근로시간면제자는 분명히 다릅니다. 노동조합의 전임자는 업무범위에 제한이 없고 인원수도 노사가 합의하여 결정하면 되지만 사용자가 급여를 지급하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게 됩니다. 근로시간면제자는 타임오프 한도 내에서 사용자가 급여를 지급하지만 법에서 정한 업무범위를 벗어나면 무급처리합니다. 근로시간면제자의 활동이 정당한지 어떤지 또 임금을 지급할지 말지에 대해서도 사용자가 지배‧개입할 수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 전임자가 근로시간면제자가 되면 사실상 사용자의 통제 아래 놓이게 됩니다. 정부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타임오프제 도입을 통해서 노동운동의 자주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결과는 이렇듯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파괴하고 노동조합 활동의 뿌리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타임오프는 노동기본권을 유린한다

 

타임오프 매뉴얼을 들여다 보면 우리 사회에서 노동기본권이 어떻게 유린되고 있는지 또 노동조합의 위상이 얼마나 추락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IMF 환란 이후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권을 거치면서 정부는 개별적 노사관계부터 집단적 노사관계까지 철저히 개악했고,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이제 비빌 언덕조차 남지 않았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4대강, 세종시, 무상급식, 천안함 등이 첨예한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정작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좌지우지하는 노동기본권 문제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관련해서 말하자면 이전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노사 자율로 임금지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도록 투쟁해야 할 것입니다.

 

노동악법이 개정되기까지는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하는 강력한 투쟁과 상당한 시일이 필요합니다. 그 때까지는 노동악법과 타임오프 매뉴얼에 순순히 적응하면서 참는 것이 노동조합이 할 일일까요? 타임오프 매뉴얼을 따라가면 노동조합은 없고 사용자의 일상적 지배 아래 놓인 노동자 관리조직이 노동조합을 대체할 것입니다. 그런 미래라면 마땅히 거부해야 합니다. 민주노조가 모두 함께 뭉쳐서 악법을 깨뜨리는 투쟁을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기존 조합활동을 새롭게 혁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즉, 기존의 전임자 중심 조합활동에서 비전임 조합간부를 포함한 활동으로 확대하고 인물 중심이 아닌 노동조합 조직이 유기적으로 가동될 수 있는 조직체계를 갖추어야 합니다. 바야흐로 민주노조운동이 기로에 섰습니다.(2010.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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