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태 순지르기

from 10년 만천리 2010/09/13 00:31

서리태 순지르기 - 첫째 날(9월 6일/가끔 비 22-28도)

 
태풍이 지나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태풍이란다. 올 여름은 정말 ‘징하다, 징허’라 할 만큼 비가 많다. 건달 농사짓는 사람이야 뭐 대수겠냐, 마는 이래가지고는 농부님들, 참 농사짓기 힘들겠다.
 
비가 이리 많이 오니 밭에 나갈 시간도 많지 않고. 잠깐 해가 나올 때 일한다 해도 겨우. 급한 것들만 처리하고 오는 정도니 밭 상태가 꽤나 심각하다. 세찬 바람에 쓰러져 버린 옥수수들도 미처 다 세우지 못했고. 콩은 한참을 웃자라 잎과 줄기가 무성하다. 이것저것 손 봐야 할 게 많지만 아무래도 이번 주는 콩 순지르기가 우선일 듯.
 
태풍이 온다고는 하는데 다행히 오후가 되자 비가 그치고 해가 나온다. 아직은 무더운 날씨니 급하다고 땡볕에 나갈 수는 없고. 그래 네 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나와 일을 하니. 겨우 두 이랑 남짓 풀 뽑고 순 지르고. 이거 속도가 너무 더디다. 하지만 어쩌겠나.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매어 쓰지 못하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리태 순지르기 - 둘째 날(9월 7일/맑음 20-29도)
 
다행히 ‘말로’만 태풍이 춘천까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덕분에 이틀은 더 일할 수 있을 것 같고. 주말에 또 비소식이 있긴 하지만. 잘만하면 이번 주 안에 서리태를 심은 곳은 정리를 마칠 수 있을 듯. 또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다 이미 빨갛게 된 지 한참이 지난 고추도 수확한다. 오늘같이 햇볕 좋고 바람만 잘 불어준다면 다음 비가 올 때까진 어느 정도는 말릴 수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하지만 따낸 고추 절반 이상이 이미 썩거나 물러져 있어 말리기 어려우니. 쾌히 마음이 좋지는 않다. 
 
서리태 순지르기 - 셋째 날(9월 8일/흐림 17-24도)
 
정신없이 풀 뽑고 순지르다 보니 해 지는 줄도 모른다. 어둑어둑해서야 자전거에 오르는데. 불과 며칠 사이 해 지는 시간이 많이 빨라진 듯하다.
 
서리태 순지르기 - 넷째 날(9월 9일/흐리고 비 19-21도)
 
오늘로 서리태 순지르기는 대충 마무리가 됐고. 오후에 비가 온다는 얘기가 있으니. 부식으로 할 감자도 조금 캐고. 다 죽어가는 고추에서 장아찌 담글 풋고추를 건져내고. 곁다리로 죽지 않고 살아남은 빨간 고추들도 따고. 한동안 손대지 못했던 땅콩 밭도 풀매고. 이것저것 꽤나 일을 했는데도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았다.
 
장대비(9월 12일/비온 후 맑음 20-25도)
 
9일 낮부터 오늘 아침까지 춘천에 쏟아진 비가 무려 344.5mm다. 둘째 날이 가장 심했는데. 무려 195mm가 왔다. 그야말로 장대비였던 셈. 와도와도 너무 오는 것 같다. 이래가지고야 무신 농사가 될는지. 안 그래도 중곡동에서 안부 전화가 왔기에 그저. “어쩌겠어요. 그런가보다 해야지요. 하고 말았다. 하지만 갈수록 이상스러워지는 날씨가 걱정되지 않을 수밖에. 그런데도 무심한 건지, 애써 외면하는 건지. 누구 하나 뭔가 잘못됐다, 말하는 사람이 없으니. 유별나게 호들갑 떠는 것도 같고. 그냥 변화하는 날씨에 맞게 농사를 바꾸는 게 맞는 건지. 정말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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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3 00:31 2010/09/13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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