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꼬투리

from 10년 만천리 2010/09/27 20:47

팥꼬투리(9월 20일/흐린 후 비 18-26도)

 
추석연휴다. 차례상에 햇과일이며 나물들을 올려야 할 터인데. 추석이 일찍 찾아온 탓도 있지만 아무래도 날씨 때문에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에선 20만원 가량이 들 거라는데. 연일 계속되는 비로 과일이며 야채며, 값이 장난 아니다. 얼추 헤아려도 20만원은 택도 없는데 어디서 그 가격에 사왔을까. 혹 자기네들만 다니는 시장이 있는 걸까.
 
못해도 삼일은 집을 비우니 음식물도 처리할 겸 밭도 둘러볼 겸 잠깐 나섰는데. 지난주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았던 팥꼬투리가 있는 게 아닌가. 올 해 처음 도전한 작물인데다 팥은 콩과 달리 재배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또 낼 모래면 10월인데 꼬투리가 달리지 않아 걱정이 많았는데. 또 가을장마에 고추가 다 죽어버리는 바람에 맘이 많이 상했었는데. 다행히 꼬투리가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아직은 팥 농사가 성공했다, 섣부르게 판단하긴 이르지만. 일단은 꼬투리가 달렸으니 반은 성공한 셈 쳐도 되지 않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당근(9월 24일/맑음 11-23도)
 
“어제, 오늘만 같은 날씨면 원이 없겠다”
 
9월도 이제 끝을 향하고 있으니 선선한 날씨가 나타나는 게 당연하겠지만. 올 봄과 여름에 하도 당한 게 많아서인지. 이런 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하지만 갈수록 이상기상 현상이 잦지만 되레 더 무덤덤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또 고작 대체 작물로 뭐가 뭐가 유망하다, 고 떠들기만 하니. 한숨만 푹푹 나온다.
 
아무래도 무슨 수를 내도 진작에 냈어야 하는데. 이젠 글렀나, 싶기만 하고. 과학기술이 이 난관을 해결해줄 거라고 믿고들 있는 건지. 어딜봐도 심각하게 얘기하는 곳은 당체 찾아볼 수 없다. 앞으로 60년 후엔 밤나무도 못 볼 거라는데 말이다.
 
추석 연휴 동안에도 많은 비가 내렸다. 뉴스에선 ‘물폭탄’이라는 표현을 쓰던데. 내 기억으로도 이렇게 국지적으로 집중호우가 내린 게 벌써 몇 해 전인데. 쓸데없는 死대강 사업엔 묻지마식으로 돈을 쏟아 부울 줄은 알면서도 이런 건 아무 대책 없다. 그냥 불가항력이라고만 말할 뿐 또 되풀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또 돈 없는 이들이 고스란히 다 받고.
 
춘천에도 많은 비가 왔다는 걸 어제 기상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알았다. 그런 줄 알았다면 어제 저녁에라도 밭에 나가봤을 터인데. 피곤한 탓에 집에 오자마자 한 숨 자고나니. 보름달이 떴고. 그제서야 겨우 날씨를 봤으니.
 
해서 오늘은, 나가도 별 특별히 손 볼일이 없지만, 늦었지만 밭에 나가보는데. 다행히 물도 잘 빠져있고 콩, 팥, 고구마, 땅콩들도 스러진 것 없이 무탈하다. 또 다 죽은 줄만 알았던 방울토마토도 여럿 열렸고 아삭이고추도 꽤 달려있다. 그리고 봄에 심어놓았으나 까맣게 잊고 있었던 당근도 제법 튼실하게 자랐다. 물론 겨우 손바닥크기나 되려나, 남이 보면 웃음이 나오겠지만. 그래도 작년엔 싹조차 나지 않았는데 올핸 이렇게 수확까지 하게 됐으니. 추석 전엔 팥꼬투리로 흐뭇했는데 추석 지나고선 당근 때문에 또 흐뭇하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09/27 20:47 2010/09/27 20:47
Tag //

Trackback Address :: https://blog.jinbo.net/nongbu/trackback/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