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쪽 밭 - 셋째 날(7월 25일/비, 흐림 22-27도)

 

오락가락하는 날씨 덕에 아침부터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됐다. 분명 집에서 나올 때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아니 해가 보이지 않는 게 그저 또 안개 때문이겠거니 싶어 아무생각 없이 나오기는 했지만. 어제도 잠깐씩 후두둑 내리다가도 금새 그치고 해서 그러려니 싶었지만.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이 심상치가 않다, 싶어 자전거에 오르지만. 이미 늦었다. 겨우 100미터도 못가 바지까지 다 젖고. 겨우겨우 집에 오니 그제야 비가 그친다. 결국 하루 종일 내렸다, 그쳤다. 하지만 그 덕분에 생각지도 않게 하루 푹 잘 쉬었다.

 

마지막으로 심는 콩, 팥(7월 26일/흐린 후 비 22-27도)

 

어제 쫄딱 비 맞은 게 컸나보다.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하늘을 보니 땅이 또 젖었고. 하늘은..... 해가 아직 안 뜬 건지 잔뜩 흐린 건지 잘 모르겠지만. 주차돼있는 차들 앞 유리창에도 물기가 아직 남았고. 아스팔트 바닥도 마르지 않은 걸 보니. 비가 그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잠깐 어찌할까, 망설이다. 또 속옷까지 젖으며 자전거 타고 다니기 싫어 다시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간다. 하지만,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 한 번 깬 잠이라 그런지 다시 자기가 쉽지 않다. 뒤척뒤척. 밥이라도 먹어야겠다, 싶어 부엌으로 나오니. 구름인지 안개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무래도 비가 올 것 같진 않아 보인다. 이런.

 

서둘러 아침을 먹고는 서리태, 메주콩, 팥을 챙겨 밭으로 나간다. 인터넷으로 확인하니 비는 오후 늦게나 내릴 예정. 이달 초, 한 차례 싹이 나지 않은 곳이 있을 채우기는 했는데. 어찌된 게 군데군데 빈 곳이 있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심을 요량으로. 더 늦으면 심어도 꼬투리가 생기기 힘드니 이번이 마지막일 터이고.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아 가져간 콩이며 팥을 다 심고. 풀도 좀 뽑고. 방울토마토, 오이도 따오고. 한 시간이나 일을 했을까. 일 한 시간은 쬐끔인데, 땀으로 젖은 옷은. ㅋ 서너 시간 땡볕에서 일한 것 같다.

 

팥 심은 곳 풀베기- 첫째 날(7월 30일/안개 24-32도)

 

염병. 적자가 수십조 원이니 수백조 원이니 하면서 뭔 돈이 있다고. 홍수 피해 예방한다고 4대강에 20조가 넘는 돈지랄을 하더니. 정작 물난리는 딴 데서 나고. 내 이럴 줄 알았다고 혀를 차는데 이걸 정쟁이라 몰아붙이니. 대체 그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하기야 지가 만들었다고 자랑질하는 대궐도 빗물이 샌다고 하는데. 더 웃긴 건. 기사를 올리자마자 어디서 뭔 소리를 들었는지 금방 또 내려버리는 포털 사이트는 또 모꼬.

 

물폭탄을 맞아도 일단은 강남에, 그것도 잘사는 쪽에 살아야만 하는 나라. 연일 만 명이 넘는 군병력과 공무원이 동원됐다고 자랑질이나 하고 있고. 또 한쪽에선 니가 공문을 언제 보냈느니, 문자를 안 보냈는지 싸움박질이나 하면서 도망갈 궁리나 하고 있고. 곳곳에서 삽질 때문에 둑이 터지고 물이 넘쳐나는데도 홍수 피해가 없다는 장관은 어디 부처 장관일까.

 

아무리 팥 심은 곳이며 콩 심은 곳에 풀이 무릎까지 올라와 ‘내 코가 석자’라지만. 또 수십 명이 죽어가는 모습에 무너진 집들이며 물에 잠긴 논, 밭을 보며 가슴이 미어터지기도 하지만. 가슴엔 분통만, 분노만 쌓이고. 나 원, 이거 제 정신으론 눈뜨고 볼 수 없다.

 

팥 심은 곳 풀베기- 둘째 날(7월 31일/무덥고 비 22-16도)

 

오후부터 또 폭우가 내린다고 한다. 매년 그렇지만 이제 진짜 여름 장마가 열대성 우기로 바뀌나보다. 장마가 끝났다던데 장마 때보다 더 비가 자주 오고 많이 오니. 이리 날씨가 요동을 치면 제일 먼저 피해를 입는 게 농사일인데. 그냥 열대성 작물로 바꿔 농사지으면 되는 걸까. 답답한 마음이야 끝이 없지만 그래도 오늘 일은 또 해야겠지. 비가 온다고 해서 그런지 기온은 안 높아도 무덥기만 한 날씨다. 비 오듯 쏟아지는 땀에 젖어 정신없이 낫질을 하니 밥을 먹어도 영 기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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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1 12:45 2011/08/01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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