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10월 17일/맑음 3-16도)
5일 만에 밭에 나온다. 금요일 하루 비가 오긴 했지만 고구마도 다 캐고 해서 좀 쉬었다. 메주콩 베어 너는 것 빼곤 이틀에 한 번 정도 나와 팥과 녹두만 거두면 되니까. 헌데 날씨가 갑작스레 추워진다고 하니 걱정이다. 내일은 영하로 떨어진다고까지 하고. 그러면 딴 거는 몰라도 팥이 제일 큰 문제인데. 다행히 수요일부턴 다시 평년 기온을 되찾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계속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게 다 작년에 있었던 일 때문인데. 하지만 어쩌겠나. 날씨를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 하늘이 하는 일이라 생각해야지. 들깨 베어놓고 한 시간 넘게 팥꼬투리 따냈다.
결국 팥이.....(10월 19일/맑음 1-20도)
딱 하루 0도 가까이 떨어진 날씨에 팥이 심상치 않다. 잎은 다 시들시들 채 여물지 않은 꼬투리들도 시들시들. 그나마 조금이라도 여문 것들은 어찌 건질 수 있겠지만. 그것도 따서 까봐야 알 듯. 결국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는 건지, 참 답답하다. 허한 마음 때문이지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겨우겨우 정신 차리고 위쪽 밭에 심었던 메주콩만 베어서 널어놨다.
춘천 날씨, 팥(10월 21일/맑음 8-21도)
날씨 탓만 할 순 없는 노릇이다. 죽은 것 죽은 거고. 얼은 건 얼은 거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여문 상태였던 것들이라도 따서 건져야지. 그것마저 그냥 뒀다간. 그야말로 팥은 반도 못 건질 듯. 그러고 보면 작년엔 작년대로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를 보면 그래도 작년이 나으니. 아무래도 춘천 날씨로는 팥 재배가 쉽지 않겠다.
고구마 캐기 - 다섯째 날(10월 10일/안개 후 맑음 10-21도)
고구마 캐고 오늘이 제일 안 좋다. 크기도 자잘한 것만 나오고 양도 적고. 덕분에 일은 빨리 끝났고 자전거도 가벼워 오르막길이 편하긴 했지만.
고구마 캐기 - 여섯째 날(10월 11일/안개 후 맑음 11-22도)
언제 서리가 내릴지 모르니 팥만 보면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이제 막 수확을 하기 시작했으니 꼬투리 대부분이 아직 파랗고. 그러니 작년처럼 또 절반도 다 따지도 못할까봐서다. 해서 급한 마음에 채 여물지도 않은 걸 따는 건 어쩌나 싶기도 하지만. 일단 여물었다 싶은 것들은 매일 매일 따낸다. 고구마 캐내고 캐낸 고구마 잠깐 일광욕 시키는 틈에.
고구마 캐기 - 마지막 날(10월 12일/안개 8-17도)
오늘로 고구마는 다 캐냈다. 이제 밭에 남은 건 메주콩, 서리태, 팥. 비 그치고 다음 주 후반쯤에 메주콩은 베어 널고. 팥은 틈틈이 따 내고. 서리태는 이달 말까진 더 키우고. 오며가며 지주 옮기면 올 농사도 끝이다. 아니 만천리 밭농사가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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