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해진 날씨

from 11년 만천리 2011/10/03 09:20

사용자 삽입 이미지고추(9월 26일/안개 후 맑음 11-25도)

 

고추 값이 장난 아니다. 물론 고춧가루 값도 그렇다. 재작년에 빻아 놓은 고춧가루가 여적 남아 있어 다행이지. 고작 여름 내 풋고추 따 먹은 걸로 만족해야 할 만큼 올 고추 농사 망한 거 보면.

 

그래도 집에서 김장을 담가 먹는 것도 아니고. 반찬을 많이 맹글어 먹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한 번 떡볶이나 해먹고. 찌개에 조금 넣고. 부추 겉절이 무쳐 먹으니. 남은 고춧가루만 가지고도 이년은 더 먹을 수 있겠다. 

 

그제 땅콩이며 고구마 캐고 나서 고추 밭에 썼던 지주를 다 뽑아냈는데. 자전거로 옮기려니 역시. 적어도 세 번은 해야 할 듯.

 

일단 흙을 탈탈 털고. 이단은 끈으로 묶고. 삼단은 자전거에 단단히 묶고. 조심조심 오르막, 내리막길을 달려 집으로 오니. 아침, 저녁으론 쌀쌀해도 등 뒤는 아직 뜨겁다.  

 

고추대 실어 나르기(9월 27일/맑음 11-28도)

 

낮 기온이 28도다. 도로 여름인가? 아침 밥 먹고 잠깐 밭에 나가 고추대만 싣고 왔다. 아, 다른 것들보다 일찍 여문 팥, 녹두들이 있어 그것도 따왔다.

 

고양이(9월 28일/흐림 10-22도)

 

고추대를 자전거에 싣고 팥 여문 게 있나 들여다보는데. 어라, 웬 고양이. 그것도 새끼 고양이가. 가만 생각해보니 지난 번 고구마 캤을 때도 잠깐 봤던 것도 같고. 그땐 한 마리가 아니라 세 마리였던 것 같은데. 두 마리는 어디가고 혼자서? 사진이라도 한 장 밖아 두려고 연신 따라가보는데. 새끼치곤 눈치도 빠르고 잽싸기도 하다. 괜히 고양이 못살게 구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고. 금세 고양이 쫓기도 그만두고 집에 오니. 딱 한 시간 반 걸렸다.

 

쌀쌀해진 날씨(10월 2일/맑음 4-18도)

 

유기농대회 GMO 세미나에 갔다 온 목요일에 비가 온 후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다. 들리는 얘기론 설악산과 대관령에 얼음이 얼고 산간지방엔 서리가 내렸다고 한다. 어디는 초여름 날씨고 어디는 초겨울 날씨. 단풍도 안 들었는데 얼음이 얼고 서리가 내리고. 작년에도 이랬나 싶다. 생각난 김에 농사일지를 보니. 그래도 이달 중순쯤부터 추워진 것 같으니. 갈수록 날씨 종잡기가 쉽지 않다.

 

갑자기 추워지니 팥과 고구마가 걱정이다. 메주콩이야 하루 날 잡아 베어 널면 되고. 서리태는 서리 내릴 때까지 기른다고 서리태니 제쳐놓고. 고구마는 모르긴 몰라도 꼬박 일주일은 캐내서 날라야 되는데다. 팥은 작년에 1/3 가량을 서리 때문에 거두지도 못했던 기억이 있는지라.

 

마음 같아선 한 열흘 아니 일주일이라도 더 두었으면 하는데. 조마조마한 마음에 밭에 나올 때마다 조금씩이라도 옮겨야겠다 싶어 고구마도 캐고. 이틀 동안 여문 팥, 녹두 꼬투리도 따고. 한 시간이면 되겠거니 싶어 마실 물도 안 가져오고 담아갈 것도 안 가져왔는데. 눈 깜짝할 새 밥 먹을 시간. 게다가 목도 마르다. 서둘러 집에 오니 배 속에서 ‘꼬르륵, 꼬르륵’ 이거 난리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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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3 09:20 2011/10/0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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