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캐기

from 11년 만천리 2011/10/09 21:13
밭이 팔렸다(10월 5일/맑음 10-21도)
 
한 달 쯤 됐나. 갑자기 밭을 네 등분으로 나누고 끈을 쳐놓더니. 츄레라도 아닌 것이 냉동차도 아닌 것이. 자물쇠까지 채워놓은 거 보니 버린 건 아닐 터인데. 박스차 한 대가 밭 한귀퉁이에 서 있었다. 밭에 끈이 여기저기 쳤을 때도 주인은 말이 없었고. 급한 사람이 물  구한다고. 먼저 전화를 했더니 그제야 밭을 팔 거라고 한다. 박스차를 누가 갔다 놨나 궁금은 했지만 뭐 그쪽엔 심은 것도 없으니 별 생각 없이 지났는데.
 
오전에 고구마 캐고 팥꼬투리 따고 있는데 봉고차 한 대가 박스차 뒤에 조용히 선다. 그리곤 두 사람이 왔다 갔다 하며 자물쇠를 열고 뭔가를 꺼냈다, 넣었다를 하는데. 밭에서 일하는 사람은 보이지도 않나 말도 없다. 해서 뭐하는 사람들이냐, 왜 밭에 세워놨냐 했더니. 허참, 밭주인이란다. 그리고는 전 주인이 얘길 안 했나 본데, 밭을 내가 샀고 여긴 풀밖에 없으니 그랬다고 한다. 이런 전 주인이나 새 주인이나 어찌 다 이러냐. 어차피 내년엔 농사를 잠시 접어야 하니 다행이지 이래서야 뭘 하겠나 싶다.
 
아무튼 이래저래 새 주인과 일단 밭에 심어놓은 거 수확할 때까진 다른 일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는 걸 확인하고. 전 주인에게 밭이 팔렸으면 팔렸다 얘길 해줘야지 그럼 되느냐며 따끔하게 한 마디 하고. 꼬투리 따던 거 마저 따고. 고구마 캔 거 흙 털어 봉지에 담으니. 어이쿠 12시가 훌쩍 넘었다. 이런,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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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캐기 - 첫째 날(10월 6일/맑음 9-21도)
 
오늘부터 다음 주까진 줄기차기 고구마를 캐야 한다. 간간이 녹두, 팥꼬투리 따고. 마저 기장 수확하고. 메주콩 다 여물면 베어 너는 것 빼곤.
 
고구마 캐기 - 둘째 날(10월 7일/맑음 6-21도)
 
일교차가 크다. 15도나 되니. 자전거에 오르면 춥고 일하다 보면 덥고. 딱 감기 걸리기 좋은 조건이다. 몸 조심해야겠다.
 
고구마 캐기 - 셋째 날(10월 8일/박무 후 맑음 8-22도)
 
하루에 한 고랑씩 캐고 있으니 이제 4일만 더 캐면 되는 건가. 오늘도 고구마 캐고, 녹두 꼬투리 조금 따왔다.
 
고구마 캐기 - 넷째 날(10월 9일/박무 후 맑음 8-20도)
 
매년 하는 일이지만, 자전거로 고구마 나르는 일은 참으로 더디다. 맘 잡고 하면 하루면 끝날 일을 일주일씩이나 해야 하니 말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어차피 팥이며 녹두 꼬투리 따러 이틀에 한 번은 나와야 하니. 하루걸러 운동하느니 매일 하는 게 낫다, 생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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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9 21:13 2011/10/09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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