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바귀(7월 6일/무더움 20-31도)

 

엊그제 모처럼 서울엘 다녀왔다. 춘천으로 이사를 오고 난 후 간간이 서울 혹은 의정부엘 가게 되는데 엊그제도 그랬듯이 어찌 그리 사람 많은 곳에서 살았는지 매번 의문이 생긴다. 아마 그 안에서 밖으로 나오지 않았으면 절대 모를 일일지만 말이다.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서울에 다녀오지 않았어도 주말에는 웬간해선 일하지 말자, 했기에 그러려니 했지만 불과 이틀새 풀이 무릎까지 올라왔다. 물론 애벌도 못해준 콩 밭 한쪽은 키 높이로 풀이 자랐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하지만 모처럼 어머니까지 함께 밭에 나왔기에 일보다는 아삭이며, 호박이며, 오이, 참외, 방울토마토 수확에만 매달린다. 또 밭 한쪽 귀퉁이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지만 뭔지도 모르는 주인만나 눈길조차 한 번 받아보지 못했던 씀바귀도 한 바구니 가득 담아낸다. 아무래도 내일 낮엔 비빔밥을 먹게 될 것 같다.

 

소서(小暑)(7월 7일/무더움 22-29도)

 

본격적인 더운 날씨로 접어든다는 소서다. 이맘때가 되면 밭농사에는 김매기가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농약을 쓰지 않으려면 아침, 저녁으로 호미를 들고 밭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땅심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농사를 지으려면 농부가 감내해야 할 몫이지만 아직은 힘만 든다는 생각뿐이니, 농부 되는 길이 쉽지 않다.

 

남쪽 지방엔 기록적인 비로 작물 피해가 났다는 얘기가 들리는데 여긴 새벽에 잠깐 온 것 빼곤 감감무소식이다. 아니 한 낮엔 이글거리는 해 때문에 밖에 나가기가 두려울 지경이다. 또 해질녘 쯤 되면 선선한 바람이 불던 것도 그쳤다. 한마디로 일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다.

 

무더위가 계속되니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니 사방이 풀천지다. 그래도 이제 하루 이틀이면 대충 콩 밭은 정리가 될 것 같아 다른 쪽에도 신경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급한 건 옥수수를 심어놓은 곳과 한 차례 김을 매주기는 했지만 또 풀이 정강이까지 올라온 고구마 밭이다. 모래 장맛비 후엔 여기부터 손을 봐줘야겠다.

 

                          

     <오른쪽은 고구마 줄기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낫으로나마 김매기를 해준 왼쪽은 그래도 좀 낫다>

 

낫으로 하는 김매기(7월 8일/무더움 21-30도)

 

고구마와 감자를 심어놓은 곳은 한 번 김매기를 했지만 콩 밭 풀 잡느라 신경을 안 썼더니 무릎까지 풀이 올라왔다. 다행히 오늘로 콩 밭 김매기가 끝나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감자는 호미로 풀을 매면서 함께 북주기도 하면 좋으련만 워낙 손봐야 할 곳이 많아 결국 낫으로 쓱쓱 잘라내고 만다. 아무래도 고구마, 감자 밭은 이제 호미는 무용지물일 듯하다.

 

장마(7월 10일/무더움 17-29도)

 

며칠 동안 비는커녕 무더위가 계속돼 장마예보가 무색했었는데 어제 비로 체면치레는 한 것 같다. 춘천만 해도 무려 200미리가 넘는 장대비가 하루 종일 지속됐으니 말이다. 덕분에 하루 잘 쉬기는 했지만 잡초란 게 비가 오고 나면 급속히 자라는 속성이 있어 이만저만 걱정이 크다. 게다가 이틀 정도 쉬었다 또 많은 비가 온다고 하니 고추 지주끈도 한 번 더 묶어줘야 하고, 이래저래 일이 꽤 된다. 또 느지막이 밭에 나가봤더니 고추밭에 물이 빠지지 않은 곳도 있으니 내일은 일찍부터 움직여야 할 듯하다.

 

마음은 급한데 비는 내리고(7월 12일/흐리고 비 18-28도)

 

내일부터 또 비소식인데 이번엔 제대로 된 장맛비다. 월요일에 잠깐 그쳤다 다시 수요일까지 쭉 비다. 그리도 목요일쯤 쉬었다 또 주말에 비다. 뉴스에선 장마예보를 하지 않기로 했던 기상청이 머쓱해졌다고 하는데 그러고도 남겠다.

 

어제 비 그치고 나온 밭 한쪽에 물이 고인 게 보였었다. 또 콩 밭 김매기에 잠시 소홀했던 고구마 밭과 고추 밭에 풀이 꽤 올라왔다. 수확하는 재미에 풀 올라오는 줄 몰랐던 채소밭도 손봐줘야 한다. 한마디로 할 일이 태산이란 얘기다.

 

일단 급한 게 고추 밭 배수로 정비인 것 같아 괭이부터 집어 든다. 고추는 배수가 잘 돼야 병이 오지 않는다고 하던데 물이 고였으니 어쩔 수 없다. 한 삼십 분 괭이질을 한 것뿐인데 온 몸이 땀으로 젖는다. 하루 종일 흐린 날씨에 해가 보이 않았는데 땀으로 젖는 걸 보니 아무래도 곧 비가 오려나보다.

 

어제 대충 감자 밭 제초를 했으니 오늘은 고구마 밭인데 통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어느새 덩굴을 뻗어내고 있는 줄기를 피해 낫질을 하려니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결국 두 시간 가까이 낫을 놀렸는데도 두 이랑을 다 못했다. 게다가 이런. 아까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한 방울, 두 방울, 빗방울이 떨어진다. 마음은 급한데 비는 내리고, 난감지사다. 서둘러 노랗게 익은 참외 예닐곱 개와 고추, 상추, 치커리 등을 바구니에 담는데 빗방울이 점차 굵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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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2 11:39 2009/07/1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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