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나라가 2년 연속 출산율 ‘꼴찌’를 기록했다며 연일 호들갑을 떨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재작년 기준으로 평균 1.2명을 낳았다는데, 뭐든 ‘일등’, ‘일류’만 외치다 ‘꼴찌’를 해서인가요. 헌데 따지고 보면 어디 ‘꼴찌’가 이 출산율 하나뿐일까요. 어찌 보면 애들을 낳지 않는 건 애들과 관련된 것들이 모조리 ‘꼴찌’를 하고 있기 때문일 터인데 말입니다. 육아에 대한 가족 책임 주의, 낳아서 대학 졸업시키는 데까지 ‘억’소리가 나는 교육비와 서열화, 경쟁에만 열을 올리는 교육제도, 그리고 이를 철저히 제도화하는 신계급사회, 돈 없으면 죽으라는 사유화 정책에 내몰리고 있는 의료시스템 등등 말입니다. 그런데도 애 안 낳는다고 성화만 해대니. 그러고 보니 지자체별로 애 가진 가족이 주소를 이전하면 선물을 준다느니, 둘째 애, 셋째 애를 낳으면 출산장려금을 준다느니 요란한 걸 보니 바야흐로 우리나라는 애 낳기 운동 중인가 봅니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둘도 많다 하나만 낳자’며 산하 제한 운동을 벌이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요란들을 떤다고 애 안 낳기로 작정한 사람들이 갑자기 순풍, 순풍 애들을 낳아 댈까요.

 

지난 주말이었죠. 11일이 ‘인구의 날’이었답니다. 뉴스에서 ‘초고령사회’니 ‘인구감소’니 하며 잔뜩 우려석인 말들을 쏟아내지 않았더라면 그날이 ‘인구의 날’이었는지도 모르고 지났을 겁니다. 아무튼 ‘인구의 날’이란 게 세계 인구가 50억을 넘은 것을 기해 인류가 장차 직면하게 될 사태에 대비해 인구전략을 모색하자는 의미로 국제연합이 지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날 우리 언론이 보여준 태도는 아직도 경제발전지상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겉으로는 우리 사회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환기시키는 듯하지만 ‘노년부양비율’, ‘국가경쟁력’, 등등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결국은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 경제력이 위축될 것이라는 말만 하니 말입니다. 심지어는 국가 안보 능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까지도 합니다. 어쨌든 이윤창출이 지상최대의 목적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착취 가능한 노동력의 지속적인 확보는 매우 중요한, 아니 필사적으로 수행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니 그러려니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전세계적으로 인구밀도가 평방킬로미터 당 51명이라고 합니다. 헌데 우리나라는 이보다 무려 10배 가까이나 많은 490명이랍니다. 이 정도면 방글라데시와 대만 정도를 제외 하고 우리나라 보다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가 없으니 가히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 할 만합니다. 상황이 이러니 땅을 넓히려고 그 넓은 갯벌들을 다 메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야 골프장 하나라도 더 짓을 수 있으니까요. 아무튼 이 통계수치를 보니 참 좁은 땅 덩어리에 많이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인구밀도가 높다면서도 합계출산율이 너무 낮다느니 그래서 세계 인구 순위가 46위로 밀려날 거라느니 말하는 걸 보면 아직은 살만한가, 봅니다. 하기사 이 나라는 땅을 일구며 사는 것 보다는 핸드폰 팔아서, 자동차 팔아서 밥 사먹고 고기 사먹을 작정을 했으니 땅이 좁은 들, 사람이 많은 들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누군가 이런 계산을 했더군요. 지구별의 역사를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1년이라는 시간 단위로 놓아보았더니 마치 지구별을 제 것인 양 마구 파헤치며 생채기를 내는 인간이란 족속이 등장한 게 겨우 12월하고도 31일, 그것도 밤 8시 경의 일이었다는 겁니다. 그야말로 지구 나이에 비하면 그 찬찬한 인간 역사는 새발에 피인 셈이죠. 그러면서도 이 인간이란 종(種)이 하는 짓이란 게 지구별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는커녕 그저 주인 된 양 착취와 수탈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으니 참으로 어리석기 이를 데 없습니다. 사실 인구가 줄어들어 이런저런 문제가 생긴다는 건 그야말로 인간들 입장에서만 바라본 거 아니겠습니까. 천년만년 문명이라 칭하는 것을 이어가야겠다고 애쓰는 인간들만의 입장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이 작은 지구별의 진짜 주인인 지구 처지에서 보면 인구가 준다는 건 되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까요. 그토록 짧은 시간 안에 지구별을 망신창이로 만든 이들이 이들 말고 또 누가 있었는가를 생각해보면 말입니다. 결국 이제는 인간 스스로가 무한정 지구별 자원을 마구 퍼다 쓰는 짓을 줄이던가, 지구별이 감당할 만한 적절한 부양능력을 스스로 갖춰야 할 겁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인구가 줄어든다고 그리 호들갑을 떨거나 우려할 만한 일은 아닐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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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5 15:01 2009/07/1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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