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수확

from 09년 만천리 2009/08/09 22:23

<크기는 그리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겨우 반 이랑만을 캐냈는데도 박스가 가득 찬다>

 

감자 수확 - 둘째 날(8월 3일/맑음 21-27도)

 

겨우 이틀째 감자를 수확했는데 베란다가 꽉 찼다. 감자를 오래 보관하려면 햇볕에 한 이틀 정도 내놓은 다음 서늘한 곳에 놓아야 한다기에 베란다에 늘어놓았는데 그새 놓을 데가 없다. 이제 한 이랑을 파냈고 다섯 이랑이 더 남았으니 아무래도 감자를 어찌 처리해야 할 지 빨리 알아봐야겠다. 중곡동이며, 의정부, 김해로 한 상자씩 보낸다 해도 지금 대로라면 적어도 두 상자는 더 넘게 남을 듯하다.

 

콩 밭 김매기(8월 4일/무더움 20-31도)

 

콩 심은 곳은 두 번이나 김매기를 해줘서인지 그닥 신경을 쓰지 않았어도 풀로 엉망이 되지 않았다. 다행이지 싶다. 이 바쁜 와중에 콩 밭까지 김매기를 했다면 정말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이니 말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감자 수확 와중에 콩 밭을 들여다보니 고랑에 풀이 허리만큼 자라 있다. 해서 엊그제부터 한 시간은 감자 캐내고 한 시간은 콩 밭 김매기하고 마지막으로 한 시간은 고추 밭 정리를 한다.

 

모라꼿(8월 7일/흐림 20-31도)

 

어제 밤, 이틀을 또 서울에서 보내고 춘천으로 돌아오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태국어로 에머랄드를 뜻하는 태풍 모라꼿의 영향이다. 국지적으로 집중호우를 대비하라고 하던데 다행히 아침에 눈을 뜨니 구름이 많고 흐리기는 하나 비가 쏟아질 것 같진 않다.

 

7월 초부터 매일 적게는 두어 개에서 많게는 예닐곱 개까지 열매를 맺어줬던 참외와 역시 많게는 비닐로 한 봉지 이상을 딸 수 있었던 방울토마토 심은 곳에 풀이 잔뜩 이다. 월요일쯤 여기저기 감자를 보내려 생각하고 감자 캘 생각으로 나왔는데 이 꼴을 보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겠다. 해서 감자 캘 호미가 참외, 방울토마토 심은 곳으로 향한다.

 

두 시간 가까이 땀을 뻘뻘 흘리며 풀을 다 뽑아주고 참깨 심은 곳까지 김매기를 하니 바지까지 땀으로 흠뻑 젖는다. 저녁 먹을 때가 지났으니 배가 고프고, 배가 고픈 건 토마토를 따 먹고 참외를 깎아 먹으면 된다지만 땀으로 젖은 옷은 어찌할 방도가 없다. 서둘러 땀이 식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감자 수확 - 셋째 날(8월 9일/무더움 23-33도)


어제는 모라꼿의 영향으로 소나기가 간간이 내렸다. 덕분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바쁜 가운데 하루를 쉬게 됐다. 며칠 전 병들어 죽은 고추 밭에 또 고추 몇 주가 시들시들해 뽑아도 줘야 하고, 비 내린 후면 부쩍 풀이 자라나는 고구마 밭도 김매기를 해줘야 하고, 또 캐다 만 감자도 캐내야 하는데 말이다. 

 

아침부터 마음은 벌써 밭에 가 있지만 올 들어 가장 무더운 날이라는 게 실감나듯 내려쬐는 햇볕 때문에 감히 나설지 못한다. 결국 5시가 넘어서야 겨우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밟으니 벌써 해가 뉘엿뉘엿하다. 서둘러 감자 반 이랑 정도 캐내고 제일 급한 고추 밭 정리에 나선다. 일단 아래부터 타들어가듯 죽은 고추는 떼 내고 바짝 마르고 시들해지긴 했지만 빨갛게 된 고추는 따로 봉지에 담아둔다.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한 번 햇볕에 말려볼까 해서 말이다.

 

감자를 반 이랑 조금 넘게 캐냈는데도 가지고 간 10kg짜리 쌀 포대가 반 넘게 찬다. 힘겹게 자전거 뒤 짐받이에 실고 출발하려니 무게가 심상치 않다. 게다가 무거워 바람이 빠진 건지, 펑크가 나서 바람이 빠진 건지 바퀴에 바람이 잔뜩 빠져 있다. 아무래도 집에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겠다. 

 

<씨감자 하나 심은 곳에 알감자 조림 하기 딱 좋은 것부터 꽤 씨알이 굵은 것까지 다양하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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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9 22:23 2009/08/09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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