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초

from 09년 만천리 2009/09/01 19:26

감자 수확 - 다섯째 날(8월 24일/무더움 16-30도)

 

근 한 달에 걸쳐 감자를 캐고 있다. 중간에 고추도 수확하고 가을 배추와 무 심을 준비도 하느라 그랬다 쳐도 좀 심하다. 아무래도 저녁나절에만 밭에 나가다 보니 그리 된 듯하다.

 

여섯 이랑을 심었는데 오늘까지 감자를 수확하면 모두 세 이랑을 캐는 셈이다. 모래 또 비가 온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모두 캐내야 할 텐데, 벌써 첫물고추 따낸 자리에 빨간 고추가 주렁주렁이다. 감자캐랴, 고추따랴 정신없다.

 

급한 마음에 땡볕인데도 삽질까지 한다. 감자 캐는 거야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지만 봄부터 여름까지 밥상에 올라왔던 상추를 뽑아내고 다시 심기 위해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하지만 쇠뿔도 당김에 뺀다고.

 

상추만 심을 요량으로 자리를 만들다 알타리며 아욱 등을 심을 곳까지 만든다. 덕분에 퇴비만 사다 넣으면 될 만큼 일을 마무리했지만 한낮에 움직여야 하니 여간 번잡스러운 게 아니다. 겨우겨우 집으로 돌아와 옥상에 널어놓은 고추 뒤집어 주고 나니 2시가 훌쩍 넘었다. 

 

* 감자 수확량 - 12.3kg

 

고추 수확 - 첫째 날(8월 25일/무더움 18-30도)

 

아침, 저녁으로 선선하다 못해 조금은 추운 듯한 느낌까지 드는 날씨가 계속된다. 하기사 처서가 엊그제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한 낮엔 여전히 30도에 육박하니, 이래저래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날씨인 셈이다.

 

내일 밤부터 비가 온다고 하니 마음이 급하다. 무는 어제 씨앗을 심었으니 이제 배추 모종을 내야 할 텐데. 한 달씩이나 걸리도록 아직도 다 캐지 못한 감자도 눈에 밟히고, 첫물고추 따낸 후 다시 빨갛게 물들고 있는 고추도 눈에 들어오니 말이다.

 

아침 일찍 눈을 뜨자마자 옥상에 고추 널고 겨우 밥 한술 뜨고는 자전거에 오른다. 좀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모종 파는 곳은 이보다 더 일찍 문을 여니 걱정할 필요는 없고. 30여 분 만에 사 온 배추 모종은 다 심고, 곧바로 고추 따기에 나선다. 급한 거야 감자도 마찬가지지만 아무래도 고추가 더 걱정이기 때문이다.

  

한 시간을 조금 넘게 고추를 따고 나니 어느새 포대가 꽉 찬다. 포대를 하나 더 챙겨왔으면 더 고추를 땄을 테지만. 금세 머리 위로 오른 해가 지글지글하니 이 핑계로 서둘러 호미며, 낫을 챙겨든다. 대신 한 낮 더위를 피해 해 질 무렵 다시 밭에 나가 또 한 이랑 고추를 따고 나니. 휴. 이제 겨우 절반 했네. 

  

* 고추 수확량 - 12.5kg

 

고추 수확 - 둘째 날(8월 26일/흐리고 비 19-28도)

 

어제에 이어 오늘도 고추 수확이다. 하지만 고추 따기 전,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가을 야채 심을 곳에 퇴비를 넣어주는 일. 해서 농협에 먼저 들러 퇴비를 사 밭으로 향한다.

 

고추 따기는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허리를 굽히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쪼그리기도 어색하고, 드문드문 나오는 상태 나쁜 고추를 골라내며 포대에 담기도 여간 신경이 쓰인다. 또 땀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모기떼들은 목이며, 손목이며, 옷으로 가려지지 않는 곳은 어디든 달려든다. 모기 쫓으랴, 고추 가려내랴, 이래저래 신경 쓸 일이 많기만 하다.

 

아침 안개 때문인지, 밤부터 온다던 비 때문인지 12시가 다 돼도 해가 보이지 않는다. 다행이지 싶다. 그래 고추 수확 끝내고 옥수수도 따고, 참외도 따고, 퇴비도 넣어준다.     

 

* 고추 수확량 - 14kg

 

태양초(8월 30일/맑음 16-24도)

 

첫물고추를 따고 13일부터 햇볕에 말리기 시작했으니 20여일이 지났다. 그 사이 비도 간간이 오고했으니 따지고 보면 보름 정도는 말린 셈이고. 난생처음 만들어보는 태양초이지만 색깔도 그렇고 냄새도 그렇고 그럭저럭 모양새는 난다. 이제 두 번째 고추를 또 따왔으니 오늘까지만 첫물고추를 말리기로 한다. 일일이 고추를 닦아내고 무개를 재보니 4.2kg인데, 28.9kg을 따서 이만큼 나왔으니 잘된 건가? 잘 안 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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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1 19:26 2009/09/01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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