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천지

from 09년 만천리 2009/09/07 14:48

풀천지(9월 2일/맑음 14-28도)

 

딱 일주일 만에 밭에 나갔더니 온통 풀천지다. 그 동안 비가 이틀 정도 오기도 했지만 갑작스레 응급실로, 게다가 하루 입원까지 하는 바람에 그리됐는데.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기도 하고 해서 이렇게까지는 아니겠지 했건만. 막상 풀로 뒤덮인 밭을 보니 심란하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데. 우선 퇴비를 넣어둔 곳에 이랑 만들기부터 한다. 가을 채소를 심어야 하는데 퇴비만 넣고 이태까지 방치했기 때문이다.

 

10여분 만에 이랑 하나를 후딱 만들고는 호미와 낫을 들고 고구마 밭으로 뛰어든다. 다행이도 고구마 줄기가 잘 뻗어 나와 다른 데 보다는 좀 낫긴 하다. 그래도 줄기 사이사이로 삐죽삐죽 나온 풀을 일일이 호미로 뽑아내야 하니 쉽지만은 않다. 또 땀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모기들 때문에 괜히 짜증까지 난다.

 

땀도 식힐 겸 그동안 손대지 못했던 가지며, 토마토며, 깻잎이며, 치커리 등을 수북이 따는데. 그새 해도 짧아졌는지 어둑어둑하다. 서둘러 자전거에 오르는데. 오랜만에 저녁 밥상이 풍성할 걸 생각하니 입에 침이 고인다.  

 

                       

   <씨앗을 심은 무는 싹이 텃고 모종을 사다 심은 배추는 벌레가 여기저기를 뜯어 먹긴 했어도 잘 자란다>

 

가을 채소(9월 3일/맑음 14-28도)

 

해 뜨기 전과 해 지기 전 날씨만 보면 영락없는 가을 날씨다. 선선한 바람도 바람이거니와 15도를 넘지 않는 기온으로 이젠 덥지 않겠다, 싶다. 하지만 정오를 기준으로 언제 그랬냐 싶게 햇볕이 따가워 아직은 조심해야 한다.

 

아침 일찍 옥상에 고추를 널어놓고는 서둘러 밭으로 나간다. 조금만 지체하면 금방 더워지기도 하겠지만 오늘처럼 맑은 날은 뭐를 심어도 좋은 날씨기 때문이다. 물론 내일이나 모래 쯤 비가 온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봄에는 아욱이며, 근대, 열무, 시금치까지 많은 채소를 심었었다. 하지만 무에 그리 바쁜 일이 많았는지 열무는 키워놓기만 하고 맛도 못 봤다. 또 아욱이며 근대는 언제 수확을 해야 하는지 몰라 허둥대다 결국 제 손으로 뽑아내야 했다. 이래서야 어디, 초보 농부 티 팍팍 내는 거 아닐까.

 

해서 가을 채소는 이것저것 심지 않기로 했다. 김장 무와 배추는 이미 심었으니 열무 조금하고, 상추, 아욱, 치커리. 이 정도면 족하다. 다만 이번엔 때를 놓치지 말아야지.

 

* 감자 수확량 - 11.3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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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7 14:48 2009/09/0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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