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애당초 유기농 대회에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습니다. 팔당 두물머리 유기농지를 없애야 한다면서 그곳에 유기농 대회를 하는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지요. 또 4대강 삽질로 농민들을 강으로부터 몰아내면서 올 여름 홍수 피해가 줄었다고 사기 치는 것도 제대로 짜증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지요. 마치 천성산에 굴 파고 새만금에 방조제 만들면서 람사르  총회 유치한 거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눈 가리고 아웅. 소귀에 경 읽기입니다.
 
2.
셔틀버스가 있다고는 했습니다. 20분 간격으로. 인터넷으로 거리를 재보니 걸어가도 30분이 안 걸리고. 택시로는 5분도 채 안 걸리니. 서둘러 나왔더라면 걸어갔을 터인데. 도농역에 내리니 벌써 세미나 시작 10분 전. 결국 셔틀버스 타는 곳으로 갔습니다. 헌데 웬 여고생들? 그것도 20미터가 넘게 줄을 서있고. 가만 보니 여기저기서 몰려드는 교복행렬. 어이쿠. 어디서 또 체험학습 핑계로 동원한 거 아냐. 가뜩이나 자주 오지 않는 버스인데 저리 학생들이 많으면. 하는 수 없었습니다. 택시를 타는 수밖에.
 
3.
“청소년 수련관 가주세요”
“거기 오늘 무슨 행사 있습니까?”
“아, 예. 유기농 대회라고.....”
“유기농 대회요? 그게 뭐하는 겁니까”
 
음. 여기 남양주 맞나?
 
“아, 예. 전세계에서 유기농업과 관련해 농민들....... 학자들.....”
“아, 농약 안 쓰고, 비료 안 쓰는.... 근데 어디서 오셨어요?”
“예. 춘천서 왔습니다”
“아니 그렇게 먼데서 왔어요?”
“아, 예..... 뭐.....”
“근데 유기농하는 사람들 얘기 들으면 양이 적게 나와서 못하겠다고 하던데”
 
음. 맞다고 해야 하나, 어째야 하나.
 
“아따, 차들 많네. 경상도, 전라도, 전국에서 왔나보네”
 
저건 또 뭐꼬. 행사장 주차장도 아닌. 입구 쪽 길 양쪽으로 쭉 늘어선 관광버스가 수도 없다. 우리나라에 유기농사 짓는 사람이 저렇게 많았나? 아니 유기농에 관심 있는 사람이 저렇게 많았나? 혹시 전농에서 단체로? 가만 보아하니, 이것도 역시 수상한 냄새가 폴폴. 허나 확증이 없으니.
 
4.
분명 301호에서 한다고 했는데 잘 못 봤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3층을 다 뒤져도 GMO는커녕 G자도 보이질 않더군요. 해서 집에 있는 짝지에게 세미나 장소가 어딘지 확인해달라고 했는데. 1분 후 돌아온 답. 청소년 수련관이 아니라 제2청사랍니다. 시계를 보니 이미 30분은 훌쩍 넘었고. 이런 데라면 꼭 빠지지 않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진행요원 찾아 이리저리. 셔틀버스 타는 곳을 찾아 또 이리저리. 게다가 버스 기사는 뒤차가 와야 출발한다며 세월아 내월아. 결국 3시가 다 돼서야 세미나가 열리는 2청사 301호에 도착했습니다.
 
5.
매일 먹는 반찬, 국에 식용유, 간장, 된장이 안 들어 간 게 얼마나 될까요. 모르긴 해도 거의 없을 겁니다. 하지만 마트 상품 진열장에 가득 늘어선 이들 제품들 가운데 말이지요. 과연 어떤 것에 GM 작물이 포함돼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놀랍게도 소비자들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올 초 햄, 소시지에 GMO 콩이 함유돼 있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다들 기겁을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햄, 소시지이고 어른들이라면 간장, 된장 맛이 음식 맛을 좌우한다고 생각들 하는데. 거참 이 정도면 사안이 보통 심각한 거 아닌데. 
 
6.
현재 우리나라가 GMO와 관련해 채택하고 있는 표시방식은 증명(proof)기반 표시제입니다.  유전자 조작 DNA 및 단백질 성분이 최종 제품 잔류 시에 한해 표시하는 방법이지요. 반면 유럽은 가장 강력한 표시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유전자 조작 DNA 및 단백질 성분이 최종 제품 함유 여부를 불문하고 모든 GM 식품에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과정(process)기반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지요. 미국이나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 GMO 작물을 많이 재배하고 또 수출하는 나라들에서는 실질적 동등성(Substantial Equivalence)이라는 이름아래, GM 식품의 조성 성분 및 영양가 면에서 기본 식품과 현저한 차이가 있거나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함유하는 경우에만 표시의무를 부과합니다. 쉽게 말해 모든 GM 식품이 아무런 규제 없이 팔려 나갈 수 있는 겁니다.
 
7.
딱 보아하니 개인적으로 참가한 사람이 별로 없어 보이더군요. 잠깐만 앉아 있어 봐도 다들 이리저리 엮인 사람들이란 걸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 틈에 끼여 있으려니 좀 멋쩍기도 하고. 쉬는 시간엔 갈 곳 몰라 괜히 청사밖에 나갔다 들어오고. 질의응답 시간엔 손은커녕 얼굴도 들기 민망한 게. 끝났다는 말이 나오자마자 서둘러 회의실을 빠져나왔습니다. 다행이 어수선한 틈을 타 주최한 쪽에서 마련한 떡을 챙기긴 했지만 말입니다.
 
8.
기후변화로 인해 생기는 피해는 제3세계에 집중됩니다. GMO 농산물로 인한 피해 역시 제3세계, 특히 가난한 민중들에게 돌아가지요. 물론 잘 산다고 하는 나라들에서도 피해자는 가난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언컨대 저급 식품에 이들이 사용될 것이기 때문이지요. 가난할수록 비만인 역설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셈입니다. 그리고 또 이로 인해 막대한 돈을 챙기는 이들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곡물기업, 식품기업, 화학.석유,제약 회사들일 것이구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버는 격입니다. 
 
9.
10월 16일은 세계 식량의 날로 알려졌지요. 또 이날은 화학조미료를 안 먹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난 2010년에는 생물다양성 협약 당사국 총회를 연 일본 나고야에서 10월 16일을 몬산토 반대의 날을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10월 16일은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과 관련해 의미가 있는 날인데요. 올 해엔 한 가지가 더 추가됐으니. 이래저래 10월하고도 16일은 꼭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바로 ‘반G의 날’입니다.
 
10.
‘반G의 날’은 反GMO를 상징화한 표현인데요. 이날만큼은 유전자 조작 식품 없는 밥상을 차려보고 또 우리 주변에 유전자 조작 식품이 얼마나 되는 지 찾아보고 생각해보자는 취지입니다. 구체적으로는 ․ 식량주권과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해서 생각해보기 ․ 수입농산물과 수입가공식품을 사지 않기 ․ 식품 겉면의 원료 표시를 확인하여 GMO가 들어간 원료를 피하기 ․ 식당에서 콩이나 옥수수, 육류가 들어간 음식을 사먹지 말기 ․ 우리 농산물은 비교적 안전하니 우리 농산물로 밥상을 꾸미기. ․ 생협이나 유기농 직거래 단체를 이용하기 등입니다. 어떻습니까. 보기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보여지는데. 그래요 일단 한 번 해보면 이거 보기보단 그리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알 게 됩니다. 그만큼 우리 곁에 GMO 식품이 알게 모르게 많아졌다는 뜻이구요. 아무튼 반G의 날은 10월 16일이니 올해는 이미 지났고. 내년엔 꼭 달력에 표시했다가 유전자 조작 식품 없는 밥상을 차려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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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3 12:42 2011/12/03 12:42

1.

처음 궁동 주말농장에서 5평 남짓한 밭을 빌렸을 땐. 작은 모종이 어느새 자라 토마토며 고추며 가지를 만들어내는 게 신기해 연신 사진만 찍어댔지요. 

 

삼천동 밭 100평을 임대해 모양새는 좀 나는 밭농사다운 밭농사를 했던 재작년엔. 사진만 찍던 것에서 조금 더 나아가 농사일지라는 걸 쓰기 시작했습니다. 언제 무엇을 심었고, 언제 무엇을 수확했는지 정리한 것이지요.

 

올해도 농사를 짓게 된 만천리 밭을 만난 작년엔. 무엇을 심고 무엇을 수확한 것에 덧붙여 밭에 나간 날만큼은 날씨까지 적으면서 나름 농사일지 다운 일지를 써보겠다고 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올해. 올해엔 재작년과 작년보다 더 꼼꼼히 적어야겠다, 마음을 먹습니다. 작물이 자라는 모양새에 절기의 변화에 따른 농사준비까지 말이지요. 이렇게 하나하나 기록을 하다보면 어떤 땅에서 어떤 게 잘 자라고, 어떤 날씨에 어떤 건 잘 안 되는지. 작물별로 그 특성들을 자연스레 알 수 있지 않을까요.

 

2.

궁동 주말농장에선 써 놓은 게 없으니 정확치는 않지만. 찍어 놓은 사진을 보니 4월 29일에 상추며, 고추 모종을 옮겨 심은 것 같구요. 춘천으로 와 처음 밭농사를 했던 재작년엔 4월 30일에 퇴비를 뿌리고, 5월 13일에 첫 모종을 심었습니다. 그리고 작년엔 5월 7일에 감자를 시작으로 토마토, 가지, 오이, 애호박 등을 9일부턴 고추를 심었구요. 올해엔.

 

밭을 다시 구하고 어쩌고 하지는 않았다고 쳐도. 또 당장 뭘 심지는 않을 것이긴 하지만. 4월 7일에 퇴비를 뿌리고 엊그제 밭을 갈았는데도. 어찌된 게 빠르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으니요. 겨우 삼년 텃밭 수준의 농사짓고 이런 말을 하는 게 우습기도 하겠지만. 농사를 시작하는 날짜가 조금씩 앞당겨지고 있다는 게 심상치가 않습니다. 

 

그리고 지난주엔 4월 초순 날씨라고는 믿기지 않게 낮 기온이 20도까지 오르기도 하고. 예년에 비해 많았던 겨울눈과 비, 그리고 꽃샘추위 때문에 일조량이 낮아 꽃 피는 시기가 작년에 비해 좀 느리다고는 하지만. 평년에 비하면 개나리며, 진달래, 벚꽃 등이 빠른 건 열흘까지도 빨리 폈다고 하니까요. 뭔가 좀 이상하긴 하지요.

 

3. 

여기저기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만든다고 토론회다, 책이다, 벌이고 펴내고 있습니다. 또 무슨무슨 센터를 만드네, 부처를 새로 신설하네, 분주합니다. 그리고 날씨가 변하면 가장 많은 영향을, 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농업분야에서도 이런저런 준비를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얘기들을 들어보고 있자니.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 지역에 해당했던 아열대 기후가 점차 충청도와 경기도로 확장될 것으로 예측”되니 “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품종개발과 농업용수 관리, 생산기술 개발 등이 절실하다”는 말들이 꽤나 많습니다. 그리고 그 말들 속에는 벼 이모작 확대, 난대성 및 아열대 과일 재배기술 보급, 아열대 채소류 적응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따라 나오고 있구요.

 

사실 강원도로 이사를 가자, 결정하게 된 데에는 앞으로 농사를 짓는데 딱 이다, 싶은 판단이 들어서였지요. 벌써 사과는 물론이고 포도까지 재배가 가능한 걸 보면. 비록 다른 지역에 비해 땅이 척박하고 산지 지형이라는 약점이 있기는 하지만. 따뜻해지는 날씨 덕에 그동안은 엄두도 내지 못했던 여러 작물들을 길러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던 겁니다.

 

물론 변화하는 기후에 발맞춰 새로운 작물을 심기도 하고 그러면서 적응력을 길러내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농업용수 관리라는 이유를 들어 자연스런 물길을 막거나 부러 곧게 펴는 것은 옳은 방향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갯벌을 메워 만든 새만금에, ‘녹색성장’이란 되도 않는 말을 갖다 붙이면서 농업부문 전진기지를 개발하자고 하는 건 그야말로 혹세무민일 뿐입니다.        

 

4. 

언제부터인가 날이 좀 추워진다 싶으면 그새 겨울이고, 풀린다 싶으면 금방 더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봄, 가을이 짧아진 게지요. 또 눈이든 비든 내렸다하면 감당하지 못할 만큼 쏟아내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방송이다 언론에선 하루는 지구 반대편에서 발생한 또 하루는 바로 이웃 동네에서 일어난 이상 기후 현상들을 토해내고 있지만. 

 

어느새 한여름엔 창문을 꽁꽁 닫아두고는 전기로 찬바람 만들고. 겨울엔 여름에나 입을 반팔 옷을 입으면서도 또 전기로 따뜻한 공기를 만들어내는 데 무척이나 익숙해져만 가고 있는 모습에. 

 

가만두면 스스로 정화하고 치유하는 강물에 삽을 들어 생채기를 내고. 기껏 발전 기업에 부과된 ‘신재생 에너지 할당’을 채워주려 또 갯벌을 막으려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곡물가격의 상승에 대비해 GMO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하자고 하는 이 나라 국책농업연구기관의 연구관이 하는 말**을 듣고 있자니.

 

빨라지는 봄을 걱정하는 건. 하늘을 보며 내일의 날씨를 점치고. 때를 맞춰 씨를 뿌리고 곡식을 거두는. 들판의 농부님네들만일런지요.

 

* 영종도, 용유도, 장봉도와 강화도 남부의 갯벌과 해류를 틀어막는 '인천만 조력발전소', 강화 본섬과 석모도, 서검도, 교동도를 북쪽으로 이어 역시 그 일대의 갯벌과 해류를 막는 세우는 '강화 조력발전소'가  2012년부터 전체 발전량의 10퍼센트'까지 이른바 '신재생 에너지'로 충당해야 하는 '신재생 에너지 의무 할당제'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는데요. 벌금 액수가 상당해 발전 기업마다 태양력이니, 풍력, 소수력, 지력, 조력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답니다. 이 때문에 여기저기 무분별한 '개발'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게 작금의 '신재생 에너지' 정책입니다.

 

**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00416030004   4월 16일자 서울신문 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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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6 17:40 2010/04/16 1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