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천성산을 관통하는 터널을 막아보겠다고 나선 지율 스님은 “저를 보지 말고 제 뒤의 천성산 생명붙이를 봐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바위를 깎는 포크레인 소리에 묻혀 그 목소리는 아주 가느다랗게 들렸습니다. ‘누구 없나요? 살려주세요...’라고. 어린아이의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늙은 어머님의 신음 같기도 한 이 소리’는 꼬리치레도롱뇽만이 울부짖는 소리가 아니라고 말이지요. 하지만 뭇사람들은 스님만 쳐다보며 하루, 하루 날짜만 샜습니다. 또 나라 걱정에 여념이 없는 이들은. 혈세(血稅) 낭비라는 얘기는 그나마 양반이었습니다. 어디서 들었는지 뜻도 모르는 말도 갖다 붙였지요. 스님이 하는 일은 ‘에코파시즘’이라나 뭐라나. 재판관에서부터 대선후보로까지 오르내리는 전(前) 청와대 수석까지. 사실 왜곡은 기본, 그나마 한 약속마저 손바닥 뒤집듯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스님이 한 말, 아니 간곡한 호소에는 좀체 귀를 열지 않았습니다. 아니. 스님이 말씀한 대로 ‘천성산 생명붙이’는 외면하고 제 보고 싶은 것만 본 것이지요.
 
김진숙 지도위원이 크레인에 오른 지 250일이 훌쩍 넘었습니다. 아들 전태일 곁으로 가신 이소선 어머니마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해 꼭 살아 내려오라며 울부짖었지만. 또 김 지도위원 역시 여전히 정리해고가 철회되지 않는 이상, 내려오지 않겠다고 하는데도. 많은 사람들은 그저 하루, 하루 날짜만 꼽습니다. 희망버스며 희망비행기가 아무리 떠도. 현대자동차노조가 조합원 대신 식당 여성노동자를 버렸던 일이 다시 반복되고. 자본이 갈라놓은 정규-비정규가 노동자들을  옥죄고. ‘미래경영상의 이유’라는 기가 막힌 논리도 스스럼없이 말해지고. ‘귀족노조’니 ‘노조이기주의’란 공격에 꼼짝 없이 당해야 하는 현실이. 바로 그 정리해고 때문임을 보려하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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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8 18:35 2011/09/28 1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