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잰걸음입니다. 결국 공주가 앞장선 딴나라당에서부터 지도부 선출을 위해 전국을 도는 민주통합당까지 말입니다. 아, 일찌감치 공동지도부 선출을 마친 통합진보당에 홍세화를 대표로 내세워 철지부심하고 있는 진보신당도 빠질 순 없지요. 마치 한 몸인 양 ‘인적쇄신’이니 ‘물갈이’를 말하고, 너도나도 ‘소통’과 ‘서민’을 외치니. 이만하면 눈이 번쩍 뜨고 귀가 활짝 트는 일도 생길법도 한데. 그도 그럴 것이 20년 만이라지요.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해이니 말입니다. 부디 꼴통은 제일 먼저 제쳐놓고, 짝퉁 ‘진보’도 잘 가려낸다면. 또 입만 바른 소린 이미 여러 번 겪었으니 다시 속지 말고 허황된 장밋빛 그림에도 현혹되지 않는다면. 혹시 또 모르지 않겠습니까. 모두가 행복한 사회, 평화로운 사회를 향한 계단을 두 계단쯤은 훌쩍 오를 수 있을지 말입니다.
 
통터지다: 여럿이 한꺼번에 냅다 쏟아져 나오다     
 
안철수 바람에 공주가 나섰습니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었나봅니다. 불법선거 꼬리 자르기부터 카카때리기까지, ‘물갈이’와 ‘인적쇄신’, 가만 보고 있으니 개과천선이라도 하는 것처럼 요란은 합니다. 하긴 곧 있으면 총선이고 또 얼마 안 있어 대선인데 시늉은 해야겠으니 그렇겠지요. 허나 그렇다고 해서 20대를 대변한다고 데려온 작자만 봐도 뻔 하듯. 아무리 통터져봐야 그 밥에 그 나물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제발 이번만큼은 ‘속지말자 딴날당 다시보자 공주’를 새기고 또 새겨야겠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짝퉁 ‘진보’에게 몰아주잔 건 더더욱 아닙니다. 선거 때만 말고 정말 평소에도 잘하는 정당, 사람을 찾아보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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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4 16:54 2012/01/04 16:54

1.

뒷간에서 책을 보면 변비 혹은 치질에 걸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될 수 있으면 빨리 뒷간에서 나와야 하는데 책 읽기에 빠져 있다 보면 일을 그르치기 일쑤기 때문일 테지요. 그럼에도 뒷간에서 읽은 책 맛은 담배를 끊기 전 뒷간에서 피우던 담배 맛 만큼이나 중독성이 있습니다. 그래도 변비 혹은 치질에 대한 긴장 때문인지라 늘상 읽는 책들을 가지고 들어가기에는 긴 문장만큼이나 끊기가 힘들고 긴 장(chapter)만큼이나 길기만 합니다. 그래서 여기 이 두 권의 책을 뒷간 세면대 옆 한쪽에 놓아두거나 뒷간 가장 가까운 책장에 나란히 세워두고는 합니다. 둘 다 10분 이내에 읽을 수 있는 꼭지들로만 구성돼 있어 끊기도 쉽고 다른 책들에 비한다면 가볍기 그지없어 어디든 가져가기 부담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름난 이들이 한껏 멋 내서 쓴 글보다는 옆집 아줌마, 아저씨, 누나, 동생 혹은 우리 엄마, 아빠가 살면서 느낀 점들을 아무 멋도 내지 않고 쓴 글들이 더 많아 입에, 눈에 감칠맛 나기 때문이죠. 또 춘천으로 오고 난 후 가끔, 아주 가끔씩 도지는 물갈이에 딱 맞는 처방약이기 때문이랍니다.

 

2.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사무실을 영등포로 옮기고 난 후이니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이네요. 매년 받아오던 건강검진에 또 위염과 십이지장염이 발병을 했다는 얘기를 의사로부터 들었더랬습니다. 매일매일 시달리는 스트레스에 불규칙한 식사, 한 번 시작되면 삼차까진 가야 정리되는 술자리, 20년 넘게 피워 온 담배. 의사말로는 되려 이 정도면 다행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당장 담배부터 끊으라고 호통을 칩니다. “그거 못 끊으면 병 못 고칩니다.” 짝지와 함께 병원을 나와 약국에 들러 위장약을 사고 나오는 길에 그때까지도 웃도리 호주머니에 곤히 모셔져있던 담배를 휴지통에 쳐 넣었습니다. 오늘부터 담배 끊는다! 담배를 끊는 건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남들은 금단현상에 손을 떨다 삼일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손을 댔다고 하던데, 어찌된 게 금단 현상은커녕 혹여 누가 옆에서 담배를 필라치면 구토까지 나오면서 싫어지니. 모르는 이들은 참 독한 사람이다, 이 말, 저 말, 말들이 많더군요. 아무튼 그렇게 담배 냄새가 싫어지기는 했지만 딱 한 군데, 화장실에서 만큼은 싫지가 않더군요. 아니 끊었다, 생각했던 담배가 그곳에서만큼은 생각이 나는 거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3.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 있는 책들을 보니 그세 또 2년이 지났네요. 다행히 담배는 끊었더랬습니다. 하지만 그 해 가을은 지나온 절반의 삶과 앞으로 올 절반의 삶에 대한 고민으로 마주 앉아 많은 얘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명확한 답을 찾진 못했지만 말이예요. 그리고 그 해 가을은, 함께 다녔으면 좋았을터인데 어째 시간이 허락치 않아 혼자서 귀농학교를 다녔더랬습니다. 엊그제 명예퇴직을 한 이로부터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이까지, 생협에서 필수교육으로 이수해야했던 이들로부터 부부가 함께 손잡고 온 이들과 말입니다. 또 아주 잠깐이기 했지만서도 벽제로 화천으로(벽제는 또 혼자였는데 화천은 다행히 짝지와 함께 했더랬습니다.) 땅을 일구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귀농길잡이>, <자연을 꿈꾸는 뒷간>, <내손으로 받는 우리종자>, <흙을 알아야 농사가 산다>, <소농-누가 지구를 지켜왔는가>와 같은 책들도 접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귀농학교를 수료하면서는 귀농운동본부 회원으로 가입을 했습니다. 마음을 굳힌 건 아니었지만 일단 서울은 뜨기로 의기투합한 거였죠. 지금보다는 천천히, 단순하게, 자유롭게 살기로 한 겁니다. 하지만 또 무슨 일이 그리도 많았는지 언제 귀농학교를 다녔었는지조차 잊어버리고 지냈던 어느 날, 계절이 바뀌어 눈발이 내리던 그 날, 생각지도 못했던 책 한권이 집으로 배달됐답니다.

 

4.

춘천으로 이사한 지도 그새 1년이 훌쩍 지났네요. 그동안 잘 적응했나, 싶기도 하다가 이유 없이 싸우기도 하고 또 이유 없이 짜증이 나기도 하는 걸 보니 아직은 물갈이 중인가 봅니다. 그래도 5년 전 화장실에 갈 적마다 담배 대신 사무실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낡은 책장에서 꺼내든 <작은책>과 2년 전 서울을 뜨기로 의기투합하며 귀농본부 회원에 가입하면서부터 계절이 바뀔 때쯤이면 빠짐없이 배달돼 오는 <귀농통문>이 어느새 책장 한 켠을 빼꼭히 채우고 있는 걸 보니 이제 담배는 확실히 끊은 것 같기도 하고, 무작정 서울을 뜨기도 했으니 귀농에 한 걸음 다가왔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담배는 피운 기간만큼이나 끊어야 정말 끊었다, 할 수 있고, 내 땅 한 뼘 없어도 시골로 내려가 땅을 일궈야 의기투합을 이뤘다, 할 수 있으니 아직은 아닐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잠시 뒷간에 들어가 <작은책> 혹은 <귀농통문>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처음 마음 잃지 않고 되새김질하는 것. 그것 하나면 이 물갈이, 힘들지만은 않겠다,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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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8 11:06 2009/07/08 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