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하루 전, 느즈막히 일어나서 우락부락 자료집 원고 글도 쓸 겸, 여행 준비도 마무리할 겸 공룡에 나갔다.

영길샘과 설해는 빈 집으로 외출, 공룡에는 까페에 영은과 보선이 있었다.

 

우락부락 캠프 여운이 남아서인지, 마저 정리 못한 상황들에 약간 공항 상태인 건지, 나른하게 들 떠 있는 듯한 영은, 보선은 보선대로 일본 다녀온 후 그리고 입대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부쩍 더해진 그 특유의 머뭇거리는 느낌으로 까페를 지키고 있다.

빈 속에 나와서 밥을 먹을까 하고 밥솥을 열었더니 1주일 동안 보온 상태였던 밥이 그대로. ... 이런, 지난 일 주일 동안 까페에서 밥을 한 번도 안 해 먹은 거라. 밥솥을, 밥을 이 지경으로 두고.

자기 끼니, 자기 몸 안 챙기는 건 둘째라도 이게 전기세가 얼만데, 매일 출퇴근하면서 이 손바닥만한 공간도 살피질 못해? 이게 왜 안 보여! 이런... ! 라면 끓여 먹고 있던 보선에게 짜증이 울컥 났지만 시작하면 길어질 얘기, 잘못하면 오해만 남길 얘기, 내일이면 한 달 여행인데, 지금은 아니다 싶어 끙하고 참고, 밥을 새로 앉혔다.

 

영은이는 곧 영화 보러 나가고, 보선이는 교육장 정리. 사무실로 올라갔더니 우락부락 캠프 물품들이 영길샘 차에서 옮겨진 채 그대로다. 정리하는 게 품이 드는 건 아니지만 일 끝나고 물품 정리하는 거, 영은이도 습관 들여야 하는데... 영화 보러 가기 전에 같이 정리할 걸. 아쉽지만 이미 놓친 시때, 설렁 설렁 물품들 정리를 마치고 홍차 한 잔.

 

며칠 뜨끈하게 집에만 있어서 몰랐는데 추운 날씨다. 난로를 피워도 발이 시리고 손이 곱는다. 난로를 더 가까이 옮기고 우락부락 자료집 원고를 쓰려고 했는데, 역시 일이라고 손에 안 잡힌다. 우선순위를 바꿔 재환 부모님께 선물로 드릴 우리 사진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의외로 사진이 적어서 놀랐다. 내가 많이 퍼져 있었구나. 일이든 생활이든 그렇게 좋아라하는 일상들을 기록하는 것도 미루고 미루고, 이제는 어련히 그러려니 이렇게 된 지경. 아쉬운 대로 사진들을 추리고, 인수인계할 자료들 정리해서 남기고 사진을 인화하러 시내로 나갔다.

 

한 달이나 집을 비울테니 음식물은 최대한 안 남기려고 저녁도 간단히 마트 초밥으로 해결. 여행 짐은 미리 미리 챙겨둔 덕에 가방에 넣기만 하면 되고, 장기여행 전 날인데 별로 부산스러울 게 없다. 엄마 아빠한테 마지막으로 전화 드리고, 옷가지 챙기면서도 서로의 단촐함에 칭찬, 꼼꼼한 재환은 1인당 비행기 선적 가능한 짐 무게도 확인, 혹시나 싶어 캐리어는 자물쇠로 마무리(까망이과 파랑이). 결국 남은 건 우락부락 자료집 원고 쓰기. 시작하면 금방일 거 같은데 시동이 안 걸리는 일. 하지만 더 미룰 수 없으니 붙잡아 보기 시작했다, 맥주의 응원을 받으며!

 

재환은 잠이 안 온다며 게임과 tv를 왔다갔다~ 긴 휴가, 여행이 설레인다며 엄청 귀여운 표정과 몸짓을 시도 때도 없이 방출한다. 그래... 재환이 캐나다 많이 가고 싶어했었지, 그러게 그러게. 같이 들뜨고 싶은데, 나는 일단 원고 마감이 우선인지라, 뭐 이러다 보니 둘 다 밤을 새고 말았다

 

새벽 5시가 가까워지는 시간, 이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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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1 17:29 2013/02/0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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