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와 경쟁에 밀린 수원청개구리
위험한 논 안에서 저녁 시간 번식행동
» 논 한가운데에서 벼포기를 움켜쥐고 초저녁에 노래하는 수원청개구리. 논둑을 차지한 청개구리에게 밀려 위험한 장소와 시간에 번식행동을 한다. 장이권 교수 제공
수원청개구리와 청개구리는 생긴 모습이나 행동, 서식지가 매우 비슷하다. 그러나 수원청개구리는 보존등급이 가장 높은 1급 멸종위기종으로 서해안을 중심으로 극히 일부 지역에만 살고 청개구리는 전국에 분포한다. 비슷한 두 개구리가 어떻게 다른 운명에 놓이게 됐을까.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등 연구진은 두 청개구리의 행동생태 연구를 통해 한가지 대답을 제시했다. 청개구리와의 경쟁에 밀려 수원청개구리가 멸종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이다.
두 청개구리는 한곳에 살지만, 행동이 미묘하게 다르다. 청개구리는 나무줄기에서 쉬다 저녁 7시쯤 해가 지면 논둑 근처에서 노래하며 번식행동을 한다. 반면 수원청개구리는 나무 밑동에서 쉬다가 오후 4시쯤 논 가운데로 가 벼포기를 움켜쥐고 짝을 찾는다. 청개구리는 부근 산에서 겨울잠을 자지만 수원청개구리는 논을 떠나지 않는다.
» 청개구리는 한반도 전역을 포함해 동북아에 널리 분포한다. 성격이 대담하며 자극에 반응이 빠르고 인내력이 강한 편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장 교수는 “청개구리가 해가 진 뒤 노래하는 것은 천적을 피하기 위해서인데, 수원청개구리가 적합하지 않은 때 번식행동을 하는 건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구리의 천적은 논둑에서 뱀이고 논 안에서는 백로와 왜가리 등 물새다. 뱀은 동작을 멈추고 숨어 피할 수 있지만, 물새는 전속력으로 달아나 수초 밑에 숨어야 한다. 새가 활동하는 시간에 논둑보다 위험한 논 안으로 밀린 건 치명적이다. 청개구리를 제거한 실험에서 수원청개구리는 논 안에서 논둑 쪽으로 이동했지만, 수원청개구리가 없어도 청개구리는 이동하지 않은 건 이를 뒷받침한다.
또 수원청개구리가 전반적으로 소심하고 자극에 대한 반응이 느리며 인내력이 약하지만, 청개구리는 대범하고 반응이 빠르며 강인한 특성을 보였다. 연구자들은 이런 차이가 수원청개구리의 경쟁력을 갉아먹어 결국 좁은 서식지로 밀려난 것으로 해석했다.
» 장이권 교수와 시민이 구성한 ‘수원청개구리 탐사대’가 2012년 6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망포동의 한 아파트단지 주변에서 수원청개구리를 조사하고 있다. 조홍섭 기자
수원청개구리는 경쟁에 밀린 데 이어 청개구리와의 교잡을 통해 유전적으로 흡수되고 있는 사실도 드러났다. 두 청개구리는 200만∼700만년 전 두 종으로 갈라져 나왔다. 최근 사람에 의한 습지 감소와 농약 사용으로 수원청개구리의 서식 환경은 더욱 나빠졌다.
장 교수는 “수원청개구리는 개체군이 점차 감소하는 데다 어느 서식지도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앞으로 10년 안에 멸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maël Borzée, Ai-Yun Yu & Yikweon Jang (2018): Variations in boldness, behavioural and physiological traits of an endangered and a common hylid species from Korea,
Ethology Ecology & Evolution, DOI: 10.1080/03949370.2018.144119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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