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재개 과연 가능한가, 2019년 새해부터 논란 일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있는지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데 따른 논란이다.
대체로 전문가들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것은 유엔안보리 결의에 걸려서 제재 해제 전까지 불가능하다고 전망한다. 특히, 대량현금(bulk cash) 거래, 합작사업을 금지한 유엔안보리 결의를 이유로 들고 있다.
중국 관광객은 2014년에 9만 5천명,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뭔가 이상하다. 유튜브에 보면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이후 현재까지 북한을 다녀온 외국 관광객들의 동영상이 꽤 많이 검색된다. 중국 사람들은 지금도 북한 관광을 자유롭게 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2018년 1월에 보도한 바에 따르면 북한에 가는 중국 관광객이 하루에 2천 명 정도라고 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자(KOTRA)의 정보에 의하면 2014년에 북한을 관광한 외국인은 약 10만 명이고, 그 중 9만 5천 명이 중국인이고, 나머지 5천 명은 그 외 나라 사람이었다고 한다.
필자는 직접 2017년 초 두만강을 마주한 중국 도문(중국명 투먼)에서 북한 남양으로, 압록강을 마주한 중국 단동(중국명 단둥)에서 북한 신의주로 여행을 다녀오는 중국 관광객을 목격했다. 미국사람들도 2017년 9월 국내법으로 북한 여행을 금지시키기 전까지 북한 여행을 다녀왔다.
대량현금 거래를 금지하는 유엔안보리 2094호 결의는 2013년부터 발효되었다. 그럼 중국, 미국, 러시아와 같은 나라들은 유엔안보리 2094호 결의를 위반한 것일까?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는 현재까지 북한 여행 자체와 북한에 여행 관련 대금을 현금으로 지불하는 행위를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결정한 사실이 없다.
[팩트체크] 유엔안보리 결의가 북한 관광을 금지하고 있나?
① 유엔안보리 결의는 북한 관광 자체를 금지하지 않는다
그럼 유엔안보리 결의가 북한 관광, 특히 금강산 관광을 금지하는지 뜯어보자. 우선 북한 관광 자체를 금지하는 유엔안보리 결의는 현재까지 나온 적이 없다. 윌리엄 뉴콤 전직 미국 재무부 분석관도 지난해 10월 15일자 <미국의소리>(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기술적으로 관광업이 대북 제재 위반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관광을 하면서 필요한 물품과 자금 거래가 금지되는지는 개별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② 관광대금을 북한에 지불하는 것이 금지되지 않는다
관광대금을 북쪽에 지불하는 것이 금지되는지, 즉 대량현금 거래가 유엔안보리 결의로 금지되는지와 관련해서 유엔안보리 2094호 결의 제11조를 살펴보자. 2094호(2013) 결의는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안보리 결의상 금지된 활동’, ‘안보리 결의상 부과된 조치들을 회피하는데’에 ‘기여할 수 있는’ ‘대량현금 및 금융 자산의 제공을 방지할 것을 결정(decide)’했다. 여기서 전문가들이 무시하는 대목이 ‘기여할 수 있는’이라는 문구다.
또 전문가들은 2016년에 채택된 유엔안보리 2321호 결의(제35조)가 2094호 결의보다 더 강력하게 모든 대량현금 거래를 금지할 것을 결정했다고 오해한다. 하지만 2321호 결의문은 “대량 현금(bulk cash)이 안보리에 의해 부과된 조치를 회피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재강조하며(reiterate its concern), 회원국들이 이 위험성에 주의할 것을 촉구한다(call upon)”라고 되어 있다.
우선 유엔안보리 결의에서 회원국에게 법적 의무를 부과해서 회원국이 그 결의를 준수해야 하는 사항은 “결정한다(decide)”로 표현하고, “재강조하며(reiterate its concern)”, “촉구한다(call upon)”라는 표현에는 법적 구속력 없이 정치적 구속력만 있다고 한다.
그리고, 2321호 결의 내용을 보더라도 대량현금 거래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안보리에 의해 부과된 조치를 회피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재강조’한 것에 불과하다. 결론적으로 유엔안보리가 국제법적으로 금지한 대량현금 거래는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등에 기여할 수 있는’ 것에 한정된다.
유엔안보리 산하 북한 제재위원회(일명 ‘1718 제재위원회’)는 현재까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 위해 남측에서 북측에 제공한 현금이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판단한 적이 없고, 중국인 관광객들이 지불하는 현금과 북중 무역대금에 대해서도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판단한 적이 없다.
따라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경우 남한의 현대아산이 북한에게 관광 대가로 대량현금을 제공하더라도 중국 관광객과 달리 유독 그 대량현금만이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더욱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이미 더 이상 핵무기를 시험·생산·사용·전파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북한은 2017년 11월 27일 화성 15형 시험발사 이후 1년 이상 핵과 탄도미사일 시험을 중지했다. 이로써 북한에 제공하는 관광대가가 핵과 탄도미사일에 기여할 우려도 상당부분 해소되었다.
다만, 국제정치적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하여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할 외교정책적 필요는 별론이다. 그런 외교정책적 이유라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라고 했으므로, △북측이 관광대가를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국제사회에 공언하거나 △관광대가를 지급받는 것을 유예하거나 △북측이 남측에 상환하여야 할 차관과 상계하고, 현대아산이 정부에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충분히 조율 가능할 것이다.
③ 호텔과 리조트 건설에 필요한 철강재 반입, 관광 사업에 필요한 사치품 반입은 금지된다
윌리엄 뉴콤은 해외 투자자들이 북한과 관광 사업 협력에 나서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유엔안보리 제재에 따라 북한에 호텔 등 관광시설을 건설하고, 관광 사업에 필요한 사치품 반입이 금지되어 있으며, 기업에 대한 이미지 훼손 위험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엔안보리 결의는 회원국들에게 북한에 사치품 수출을 금지하고, 호텔 등 건설에 필요한 철강제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은 이미 호텔과 리조트 등 시설을 추가로 건설하지 않더라도 재개가 가능하다. 관광 사업에 필요한 일부 사치품은 부족하나마 북한에서 조달할 수 있을 것이다. 금강산에서 운영했던 면세점은 남측 출입경사무소에서 임시로 운영하는 방법으로 해소할 수 있다. 그런 사소한 문제는 불편하나마 해결방안이 있을 것이다. 현대아산의 기업이미지는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경우 윌리엄 뉴콤이 우려한 바와 정반대로 올라갈 것이다.
④ 금강산 관광 재개는 안보리 결의가 금지하는 합작사업이 아니다
2016년에 채택된 유엔안보리 제2375호 결의(제18조)는 회원국에게 북한과의 합작사업체(joint ventures) 또는 협력체(cooperative entities)를 개시, 유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금지되는 합작사업체(joint ventures) 또는 협력체(cooperative entities)는 특정사업을 남과 북이 공동으로 운영하여야 하고, 수익과 위험을 공동으로 나누어야 한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은 현대아산이 북한에 관광 대가로 관광 일정에 따라 관광객 1인당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형태로서 유엔안보리 제2375호 결의에서 금지하는 합작사업체 또는 협력체를 개시,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2019년 금강산 1만 2천봉 오르며 금강초롱을 보길 기대해 본다
금강산 관광은 본격적인 남북 첫 경협사업으로서 1998년 시작되어 2008년 7월 중단될 때까지 남한 관광객 숫자가 약 200만 명 가까이 달했던 만큼, 남북 경제협력에 있어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2018년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 정상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기로 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데 유엔안보리 결의가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반면 개성공단 재개는 북한 섬유 제품의 수출을 금지한 유엔안보리 2397호 결의가 있는 상황에서 금강산 관광보다 쉽지 않다.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서 남북 지도자의 정치적 결단만 남은 상황이다. 2019년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어 금강산 1만2천봉을 오르며 금강초롱을 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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