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월평양공동선언' 이후 워싱턴을 방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외교부가 대북 제재 이행을 담당하는 조직의 확대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수출통제팀’을 분리해 별도의 ‘과’로 승격하는 것. 행정안전부 등 유관부처와의 협의는 끝난 상태로 오는 5월에 조직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개편은 대북 제재 관련 업무의 확대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 때문에 남북경협을 통해 한반도 번영을 꾀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하노이 북미회담이 결렬되기 전만 해도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비롯한 철도•도로 연결 등 남북경협을 대북제재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던 정부가 돌연 대북제재 업무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의혹은 증폭된다.
특히 하노이합의문 초안에 ‘남북경협은 대북제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는 점에서 미국이 합의문 서명 거부 이후 한국에 강한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9월평양공동선언’ 이행의 시금석이 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를 미국의 압박에 못 이겨 굴복하는 모양새가 돼버렸다.
실재 미 국무부는 하노의합의 거부 이후 줄곧 대북 제재 강화를 역설했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대북 제재를 엄격히 지키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분명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8일 김연철 통일부 장관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관계의 발전과 발을 맞춰야 한다” 발언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에 속도조절을 주문했다.
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는 분명히 확인되었다. 하지만 미국의 방해와 압력이 가해지는 현시점에서 과연 문재인 정부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처럼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6.15와 10.4선언’같은 귀중한 남북간의 합의를 저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평양 시민들에게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보았다”면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했다”고 한 자신의 말을 다시한번 떠올릴 때가 왔다.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