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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화공작 피해자들, 전두환 집 앞서 진상규명 촉구
양아라 기자 yar@vop.co.kr
발행 2019-12-21 17:41:32
수정 2019-12-21 17: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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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추진위원회 소속 피해 생존자 윤병기 씨가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전 전 대통령을 향해 강제징집(정권이 학생운동을 억압하기 위해 대학생들을 강제 입대시킨 사건), 녹화공작(녹화사업, 강제 징집된 대학생들에 대해 육체·정신적 폭력이 수반된 정신교육)의 소명과 사죄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문앞에 서 있다. 2019.12.21ⓒ뉴스1
"강제징집피해자
OO대 OOO
보안사령부 관리번호OOOO"
1980년대 군사독재정권 시절, 강제징집·녹화사업이라는 미명 하에 고문 등 국가 폭력을 당했던 피해자들은 21일 전두환 씨 집 앞에 섰다. 이들은 본인의 이름과 보안사령부 관리번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강제징집 녹화·선도 공작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추진위원회 소속 피해 생존자들이 21일 오전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해 강제징집(정권이 학생운동을 억압하기 위해 대학생들을 강제 입대시킨 사건), 녹화공작(녹화사업, 강제 징집된 대학생들에 대해 육체·정신적 폭력이 수반된 정신교육)의 소명과 사죄를 요구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 전 대통령 자택 앞으로 향하고 있다. 2019.12.21ⓒ뉴스1
21일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주최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렸다. 이들은 "우리는 지금 1,200여 명 강제징집 녹화 선도공작 피해자 당사자로 이 자리에 섰다"며 "4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이 우리에게 가했던 무자비한 폭력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전두환 군사 정권 당시,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는 학생 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강제징집하고, 이들을 학생 운동권 시위 계획 등 관련 첩보를 수집하는 '프락치'로 활용하는 녹화공작을 벌였다.
추진위는 "당시 군사독재정권은 권력을 유지하고 민주화운동을 압살하기 위해 우리의 학생 신분을 박탈하고 강제징집했다"면서, "고문과 협박으로 우리에게 프락치 활동을 강요했고 민주주의 수호를 같이 외쳤던 사랑하는 동지들을 배신하고 밀고할 것을 강요했다"고 설명했다.
추진위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명예와 숭고한 의지를 지키고자 했던 수많은 우리의 벗들이 세상을 떠났다"며 이들의 이름을 나열했다. 이어 "아직도 동지들의 사망경위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실체적 진실이 감추어져 있다"며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들은 계속하고 있지만 기무사령부의 자료제출 비협조로 아직도 진실은 의문 속에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해자 중에는 가혹한 녹화공작의 여파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이행하지 못하고 병마와 씨름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지도 있다"며 "'좌경세력에 대한 근원발굴'이란 미명아래 가혹한 수사를 하고 이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허위 자백한 내용을 근거로 군사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른 벗들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우리를 강제로 군에 끌고 가고, 우리의 인권을 짓밟고, 우리를 프락치로 활용하기 위해 협박하고 고문했던 자들이 아직도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다"며 "불과 며칠 전, 12월 12일 군사 쿠테다로 권력을 찬탈했던 전두환과 그 일당들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그날을 자축하는 파티를 열었다"고 분노했다.
추진위는 이날 정부와 국회, 군사안보지원사령부(옛 기무사령부)에 ▲녹화·선도공작 및 의문사 관련 자료 즉각 공개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책 마련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기본법' 개정,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 ▲전두환 씨와 관련 책임자들의 사죄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뒤, 이들은 항의서한을 전씨 자택에 전했다. 이후 추진위는 오후 3시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창립총회를 진행했다.
"사랑하는 우리 벗들을
전두환, 당신이 죽였다.
이미 당신들에게는 기억조차 없겠지만
사랑하는 우리의 동지들을
전두환, 당신과 당신의 졸개들이 죽였다.
29만원 밖에 없다던 전두환,
당신의 딸이 호화쇼핑으로 신문기사에 오르내릴 때
우리는 우리 곁을 떠난 동지들을 생각하며 분노의 눈물을 삼켰다.
우리는 살아남았다.
전두환 당신 패거리들, 권력에 대한 탐욕으로
국가와 헌법과 국민과 민주주의를 찢어 발겼던 당신들,
우리의 영혼을 죽이고자 우리를 협박하고
우리를 고문했던 당신들,
우리에게 밀고자가 되기를 강요했던 당신들로부터 우리는 살아남았다"
(항의서한 내용 중)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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