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범투본이 연 '문재인 정부 퇴진 국민대회'의 성격 또한 해당 전단지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2일 밤 재판부가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풀려난 전광훈 목사는 집회에 참석해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고, 집회 참가자들은 환호로 답했다.
범투본 본부는 또 '문재인 하야 천만인 서명'을 위한 부스를 광화문 곳곳에 설치하고, 서명을 도울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등 오히려 이전보다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건재했다
"전, 전 감옥에 가면 안 됩니다"
"광, 광장에 모인 1천만 애국 국민들께"
"훈, 훈훈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야 하기 때문에 감옥에 갈 수 없습니다"
보수성향의 유튜브 채널 손상대TV를 운영하는 유튜버 손상대씨는 2시 10분께 무대에 올라 범투본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운을 띄워달라며 이 같은 삼행시를 읊었다. 손 씨는 이에 대해 미국에 있는 범투본 지지자가 직접 지어 보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삼행시가 끝나자 몇 초 간 집회 참가자들의 환호성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손씨는 "사람의 이름을 잘못 지으면 나라를 말아먹기도 하지만, 이름을 잘 지으면 망해빠지는 대한민국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 그 이름이 바로 전광훈 목사다"라며 전 목사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며 등장한 전 목사는 구속 영장을 기각한 판사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전 목사는 "대한민국이 공산화된 줄 알았더니, 아직도 대한민국 구석구석에는 판사들이 있었다"며 "좌파인 대법원장 말을 듣지 않는 대한민국주의자 판사들을 위해 격려의 박수를 치자"며 집회 참가자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 4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의 집회 현장 | |
ⓒ 류승연 |
그는 이어 "이번에 당한 걸 보니, 대한민국이 주사파 손에 들어간 건 확실하다, 이번 일이 빨갱이 시민단체들의 경찰서 제보로 시작됐기 때문"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것과 똑같은 짓을 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아직 해야 할 일이 많고, (경찰) 조사가 남아있다, (집회에서) 헌금을 받았는데 불법 모금을 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으러 가야한다"고 했다. 하지만 전 목사는 "헌법정신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전광훈 목사를 구속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는 이 자리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살해를 청탁하기도 했다. 그는 "얼마 전 미국이 이란의 '악한 놈'을 처벌했다, 미국은 행동하려 한다면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증거를 세계에 보였다"고 했다. 이어 "바로 무인기 평양으로 보내 김정은의 목을 똑같이 잘라달라, 그 일을 해주면 미국의 근심거리인 중국의 민주화를 대한민국이 해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일(현지시간) 이란 군부의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이 미군 공습으로 인해 사망한 사실을 인용한 것이다.
문제의 순국결사대, 대놓고 홍보한 전광훈
발언이 끝나갈 무렵, 전 목사는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행동 수칙'을 주문했다. 전 목사는 "전국 253개 지역에 기도 장소를 마련했다"며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지역별 장소에서 기도에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제의 순국결사대를 '대놓고' 홍보하기도 했다. 전 목사는 "혹시 나는 이 더러운 세상 오래 살지 않겠다, 이 나라를 위해 나도 생명을 던지겠다는 분 계시냐"며 집회 참가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어 "그런 분들은 순국결사대로 지원해달라, 또 여기 동의한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달라"고 요구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순국결사대란 시위를 하다가 청와대에 진입할 사람들의 결사로, 전 목사는 지난해 9월 직접 '청와대 진입 순국결사대 모임'을 열었다. 당시 그는 "청와대 경호원과 경찰이 만만치 않다, 경복궁부터 버스를 붙여서 청와대를 둘러쌀 것이다, 사다리를 줄 테니 무조건 버스를 뛰어넘어야 한다"며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내려 문제가 됐다.
▲ 4일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소속 한 자원봉사자가 나눠준 전단지 내용. | |
ⓒ 류승연 |
▲ 4일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의 집회 현장에서 범투본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시민들에게 특별 구국 강연회 내용이 적힌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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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지난해 10월 3일 집회에서 일부 시위대가 청와대 앞 경찰의 통제 벽에 각목을 휘둘렀고, 이 과정에서 46명이 체포됐다. 전 목사는 순국결사대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이미 개신교계 시민단체인 평화나무로부터 '범죄단체 조직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 이날 집회에서는 '순국결사대'라는 단어가 자주 눈에 띄었다. 앞서 전단지를 나눠주던 이들은 모두 등에 순국결사대라는 문구가 새겨진 패딩을 입고 있었다. 순국결사대 글씨가 적힌 머리띠를 이마에 두르고 있기도 했다.
여전히 계좌번호도 눈에 띄었다. 이날 집회가 생중계되는 내내, 영상 화면 아래쪽으로 계좌번호가 떠 있었다. 기부금품법상 광장에서 1000만 원 이상의 기부금을 여러 사람으로부터 모집할 때에는 사전에 관할관청에 기부금 모집 목적이나 목표 금액, 사용 계획 등을 적어내야 한다.
종교집회에서의 모금은 기부금품법에서 제외가 되지만, 범투본의 광화문 집회에는 여러 성격의 단체가 참여하는 만큼 기부금품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범투본은 지난해의 개천절 집회와 한글날 집회에서 모두 모금을 하면서도 사전 기부금 모집 등록을 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이런 가운데 계좌번호를 전면에 앞세워 또다시 모금 활동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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