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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과거사례 보니... 총장 퇴임하자마자 출마? 매우 드문 경우
21.06.08 07:29l최종 업데이트 21.06.08 07:29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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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전 검찰총장(가운데)이 지난 5월 29일 강원 강릉시의 한 식당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오른쪽)을 만나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
ⓒ 연합뉴스=독자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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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의원들과 꽤 빈번히 접촉하고 있다. 5월 22일에는 검찰 선배인 유상범 의원과의 통화에서 "제3지대, 신당 창당은 아니다"라며 국민의힘 합류 가능성을 시사했고, 24일에는 장제원 의원과의 통화에서 "이제 몸을 던지겠다"며 의지를 표출했다. 26일에는 정진석 의원, 29일에는 권성동 의원과 만났다(관련 기사: 이준석 꿈틀대니 걸음 빨라지는 윤석열 http://omn.kr/1tn2j).
퇴임한 지 얼마 안 되는 전직 검찰총장이 이토록 강렬하게 정치적 의지를 표명한 사례는 한국 현대사에 일찍이 없었다. 김오수 검찰총장 이전의 역대 총장 43명 중에서 윤석열처럼 과감하게 대권에 의향을 내비친 전직 총장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강렬한 정치적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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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뒤 방명록을 쓰고 있다. (윤 전 총장 지인 제공) |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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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이 퇴임 뒤에 맡는 공직은, 지금껏 많은 경우에 법무부장관이었다. 43명 중에서 권승렬(제1대)·민복기(제5대)·김기춘(제22대)·김태정(제28대)을 포함한 14명이 법무부장관이 됐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임명된 총장들에게서는 그런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1999년 5월 24일 총장을 퇴임한 김태정 이후에 임명된 검찰총장들은 더는 장관직으로 가지 않았다.
총장이 법무부장관이 아닌 제3의 임명직 공직으로 옮기는 사례가 과거에는 종종 있었다. 1955년 9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총장을 지낸 민복기는 대법원판사·법무부장관을 거쳐 대법원장이 됐다. 총장 퇴임 뒤에 감사원 사무총장이 된 장영순을 비롯해 신직수(중앙정보부장), 김치열(내무부장관), 서동권(안기부장), 이종남(감사원장), 김기춘(대통령비서실장)도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김태정의 후임인 제29대 박순용 총장부터는 법무부장관은 물론이고 여타 공직으로도 가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 마지막 해인 2002년에 10개월간 총장직을 수행한 이명재가 2015년 1월 23일 72세 나이로 박근혜 대통령의 민정특별보좌관이 되기는 했지만, 공직을 맡았다고 보기가 다소 애매한 사례다.
한편, 퇴임 뒤 국회로 진출한 총장은 셋이었다. 현역 대령 신분으로 5·16 쿠데타 12일 뒤인 1961년 5월 28일 38세 나이로 검찰총장이 된 장영순은 퇴임 뒤에 법무부장관과 감사원 사무총장을 거쳐 1967년 제7대 총선부터 1978년 제10대까지 네 번 당선됐다. 또 다른 사례로는 노태우 정부 때인 1988년 12월 최초의 임기제 총장이 된 김기춘이 15~17대 의원이 된 것, 김영삼 정부 때인 1993년 9월 취임한 김도언이 15대 의원이 된 것을 들 수 있다.
국회로 진출한 검찰총장들: 장영순, 김기춘, 김도언
임기제를 법률에 못 박아둔 취지 중 하나는 총장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서였다. 그런 임기제를 최초로 누린 김기춘은 그 뒤 누구보다도 왕성하게 정치 활동을 벌였다. 법무부장관을 거쳐 세 차례나 의원을 역임했을 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 때는 대통령비서실장이 됐다. 비서실장도 물론 의미 있는 자리이지만, 전직 검찰총장과 어울리는 자리라고는 보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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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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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박순용 총장 이후의 검찰총장들이 퇴임 뒤 공직을 받지 않은 속에서도 박근혜 정부의 비서실장이 됐다. 후배 총장들이 만드는 검찰 문화를 존중하지 않았던 것이다.
김도언 전 총장은 김기춘만큼의 부작용을 낳지는 않았지만, 너무 노골적이고 성급하게 속마음을 드러냈다가 지탄을 받고는 했다. 그런 그가 2년 임기를 마친 날은 김영삼 정권 3년 차인 1995년 9월 15일이다. 그로부터 4일 뒤, 그는 집권여당인 민주자유당(민자당)의 조직책으로 변신해 '정치인 김도언'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해 9월 20일자 <조선일보> '민자당, 15곳 조직책 내정'은 "민자당은 19일 신·증설 사고 지구당 가운데 부산 동래갑 등 15개 지구당 조직책을 내정"했다면서 김도언이 부산 금정을구 지구당 위원장에 내정된 사실을 보도했다. 대검찰청 총장실을 나와 불과 4일 만에 사고 지구당 사무소로 직장을 옮겼던 것이다.
김도언에 대한 비판은 검찰 외부는 물론이고 내부에서도 상당했다. '물러난 지 며칠이나 됐다고'라는 부제가 붙은 1995년 9월 20일자 <한겨레> 1면 톱기사 '김도언 전 검찰총장 민자 조직책 내정'은 퇴임한 지 4일 밖에 안 되는 검찰총장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뒷이야기를 이렇게 전했다.
일선 검사들은 준사법기관으로서 어느 기관보다도 정치적 독립과 중립을 지켜야 할 검찰 조직의 총수가 퇴임하자마자 국회의원에 출마하기 위해 집권 여당의 조직책을 맡는 것은 검찰 조직의 명예를 땅에 떨어뜨리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진정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지켜지려면 검찰총장이 퇴임 뒤 정치는 물론 일체의 공직을 맡지 않는 풍토가 정착돼야 한다는 데 많은 검사들이 동의해 왔다"면서 "검찰총장이 집권 여당의 지구당을 맡을 생각을 갖고 검찰을 지휘해왔다면 그런 검찰을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1면 보도. (출처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class="photo_boder" style="border: 1px solid rgb(153, 153, 153); display: block; text-align: center; max-width: 600px; width: 402px;"> |
▲ 1995년 9월 20일 <한겨레> 1면 보도. (출처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
ⓒ 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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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검사도 얼마든 국회의원으로 전업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있다면 총장이 되기 전에 떠나는 게 순리에 맞을 것이다. 실제로 그런 마음이 있는 검사들은 부장검사 때 혹은 그 전에 검찰을 떠나고 있다.
김도언 총장이 여론의 비판을 받은 이후인 제27대 김기수 총장 이후로는 선출직 공직에 도전하는 총장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 김기춘 홀로 2000년 16대 총선, 2004년 17대 총선에 출마하는 와중에, 김기수 총장 이후의 총장들은 법무부장관을 포함한 임명직 공직은 물론이고 선출직 공직으로도 가지 않는 분위기를 형성해왔다. 이 정도면 검찰총장을 최후의 공직으로 삼는 관행이 형성되고 있다고 봐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20년간의 이런 분위기가 윤석열 전 총장에 의해 훼손될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다. 아마도 그는 김도언 전 총장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도언 총장은 퇴임 4일 뒤에 불미스러운 모습을 보인 데 비해, 윤석열은 퇴임 전부터 정치적 중립에 영향을 미칠 만한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 정치권과의 거리두기도 필요하다
사실 검찰총장만큼 '마스크 착용'과 '정치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공직도 드물 것이다. 총장은 정치문제에 입을 막아야 할 뿐 아니라 정치권과도 거리를 두는 게 필요하다. 퇴임 뒤에도 그래야 한다는 게 검사들의 생각이다. 지난 20년간 임명된 총장들이 공직을 기피한 것은, '총장실과 정치권은 멀면 멀수록 좋다'는 관념에 입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정치적 중립에 대한 열의가 높지 않아보이는 윤석열도 문제이지만, 그런 윤석열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검찰 내부에서 두드러지게 나오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이 건전한 조직이라면 '전직 총장의 정치 행보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나와야 마땅하다. 그런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 것은 검찰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검사들이 윤석열을 제대로 비판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검찰 조직의 병폐가 이만저만이 아님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윤석열을 계기로 '검찰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풍조가 조성되지는 않을지 우려되는 이유다. 윤석열로 인해 정치적 중립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은, 검찰이 직면한 심각한 위기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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