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16일 정오에 얀센 백신을 접종했다. 처음 가보는 병원이라 약간 걱정했는, 생각할 틈도 없이 의사는 진료실에 들어가자마자 주사를 어깨 부위에 놓았다. 꽤 따끔했지만 어떤 기사에서 본 것처럼 '엉엉 울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 조금 쉬고 있다가 점심을 먹고, 쉬고 있다가 낮잠을 잤다.
접종 당일 오후 들어서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었지만, 조금은 멍한 기분이 들었다. 주사를 맞은 왼쪽 팔은 계속 뻐근하고 아팠다. 저녁엔 영화를 보면서 쉬다가 가볍게 40분 정도 산책을 하기도 했다.
오후 11시(접종 후 11시간)부터 접종 부위의 근육통이 시작됐고, 컨디션이 급속도로 저하됐다. 가벼운 몸살 기운이 나서 타이레놀 한 알을 먹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보니 미열이 있었고 몸이 무거웠다. 다시 타이레놀 한 알을 더 먹었다. 이어 잠이 들어서 17일 오전 10시(접종 후 22시간)쯤 되니 미열은 없었고, 컨디션도 돌아왔다. 물론 왼쪽 어깨는 여전히 아팠고 전반적으로 몸 상태가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상생활을 하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얀센은 한 번 접종하는 백신인 터라, 접종 후 발열·오한·구토 등이 굉장히 심하다는 말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고통스러울만큼 아프진 않았다. '백신을 접종하긴 했구나', 싶은 정도였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접종 후 어떤 반응이 나타났는지 궁금해 <오마이뉴스> 기자 7명을 대상으로 증상을 확인했다.
각자 반응 달랐지만... 48시간 이내에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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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세 이상 예비군 등에 대한 얀센 백신 접종이 시작된 10일 서울 동작구 경성의원에서 시민들이 얀센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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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0대 중반)
- 6/10 오전 접종
- 체온 변화 없고, 11일 약간의 두통으로 타이레놀 1알 복용했으나, 수면 후 두통 사라짐. 3일 정도 접종 부위가 얼얼했고, 평소보다 피곤했으나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었음.
B(30대 후반)
- 6월 11일 오전 접종
- 접종일 오후 2시부터 몸이 무거워지는 느낌을 받고 바로 취침. 접종 14시간 기점으로 맞은 부위 욱신거리고 몸이 가라앉는 느낌. 타이레놀 먹었지만 밤새 불편한 느낌 지속됨. 이후에는 어깨 통증만 3일 정도 이어짐.
C(40대)
- 6월 15일 오후 접종
- 접종일 미열(37도)과 배탈(설사) 증상. 전반적으로 몸이 처지면서 컨디션 나빠짐.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약을 먹고 열 가라앉았으나 배탈과 몸이 무거운 증상은 계속됨. 접종 21시간 후 열감이 느껴지면서 컨디션 다시 악화됐고, 열은 최고 38.2도까지 기록하는 등 첫날보다 컨디션 악화. 해열제 복용 후 천천히 열감 해소됐으며 빠르게 취침. 접종 48시간 째 되어서야 정상 컨디션 회복.
D(30대 후반)
- 6월 15일 오전 접종
- 요산 수치 높아 통풍약 한 달 간 복용, 고지혈증 약도 한달 복용, 혈전 걱정됐지만 접종 의사는 "걱정할 수준 아니다"라고 밝힘.
- 전반적으로 가벼운 몸살을 앓는 몸 상태가 이틀간 지속됨. 목이 쉬는 증상도 있었고, 약간의 미열감이 들었으나 최고 체온은 36.8도여서 걱정할만한 수준은 아니었음.
E(30대 중반)
- 6월 10일 오전 접종
- 접종 6시간이 지나자 두통 시작, 8시간 지나자 오한이 와서 긴팔을 입고 난방을 가동. 14시간쯤 지나자 열이 39.5도까지 오르면서 오한, 두통, 근육통이 동시에 왔음. 접종 다음날 아침에 38.7도, 접종 36시간 지나서야 정상체온 회복. 접종 후 소화가 안 되고 속이 좀 불편함.
F(50대 중반)
- 6월 15일 오후 접종
- 16일 아침 약간의 미열(36.9도) 이외에는 큰 증상 없었음
G(50대 초반)
- 6월 16일 오후 접종
- 독감 예방접종에 비해 아팠음. 접종 2시간 후에 두통 있었으나 자고 일어났더니 사라짐. 접종 다음날 오후에는 피로감이 있고 몸이 처졌으며, 접종 부위에는 통증, 왼쪽 팔과 손에 가벼운 저림 증상 있어서 타이레놀 복용. 다음날 오전에는 저림 증상 사라짐. 체온은 변화 없었고, 지난해 초 폐렴예방주사 접종시보다 통증 등 부작용 덜했음.
결과적으로 오마이뉴스 기자 8명 중 2명이 38도 이상의 고열 등의 부작용에 시달렸고, 나머지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2명 역시 48시간 이내에 체온이나 몸 상태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거의 대부분이 겪었던 증상은 멍하거나 몸이 무거워지는 느낌과 접종 부위 통증이었다.
젊은 사람들이 백신을 접종하면 항체형성 과정에서 '엄청 아프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30대 기자 5명 중에서도 고열을 겪은 것은 1명뿐이었다. A역시 "친구 7~8명에 물어본 결과, 1명은 '매우 고생', 다른 1명은 '약간 고생', 나머지는 사실상 무증상에 가까웠다"라며 "심한 통증이나 몸살을 앓는 비율이 생각보다 높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접종 4일 이후에 두통 심해지면 병원 꼭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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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세 이상 예비군·민방위 등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얀센 백신 접종이 시작된 10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봉명동 코젤병원에서 의료진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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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얀센은 지난 16일 기준 이상반응 신고가 1615건 이뤄졌고, 이중 근육통, 발열, 두통 등 흔하게 발생하는 '일반 이상반응'이 1539건으로 대부분이었다. 86만 3938건 접종 대비 이상반응 신고율은 0.19%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시 몸살이나 근육통을 겪거나 그마저도 앓지 않고 지나가게 된다.
하지만 마냥 '괜찮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증 이상반응은 48시간부터 점점 좋아진다. 하지만 접종 4일부터 갑자기 생겨서 점점 심해지는 두통을 조심하자"라고 조언했다. 바로 얀센과 아스트라자네카 백신에서 발생하는 희귀 혈전인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970만 건 접종 중 2건밖에 확인되지 않았고, 첫 번째 환자는 상태가 호전되어 얼마 전 퇴원했다. 하지만 두 번째 환자인 30대 남성은 사망했다.
정 교수는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이 발생하게 되면 접종 후 4일 이후부터 다시 두통이 발생해 점차 심해지고, 이 증상은 최대 28일까지 발생할 수 있다"라며 "4일 이후부터 두통이 생겨서 점점 심해지면 의료기관을 방문해달라"고 밝혔다. 또한 접종 후 4주 이내 호흡곤란, 흉통, 지속적인 복부 통증, 팔다리 붓기가 일어나는 것도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증상이라고 전했다.
이어 "얀센 접종에서 1-2건 이상의 TTS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위험기간은 7월 15일까지다"라면서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얀센 백신 접종으로 인한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은 대부분 50대 이하 여성에게서 발생했다. 그리고 매우 드물다. 하지만 정 교수 말처럼 방심은 금물이다.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회복 가능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빠르게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마 지금쯤이면 대다수의 얀센 접종자들은 원래의 컨디션으로 돌아왔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들겨보듯, 4주 정도는 자신과 주변 친구들의 몸 상태를 살펴봐주시길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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