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의길 연말 특집 (1) 경제예속과 한미동맹

연말 ‘자주의길’은 전쟁연습, 무기수입, 전작권 환수, 미군범죄, 방위비분담금, 경제예속 등에서 나타난 한미관계의 현주소를 진단한다. [편집자]

미국은 코리아전쟁 이후 원조와 차관을 제공하여 한국을 미국주도 국제분업구조에 편입시키고 자본주의 쇼 윈도우로 성장시켰다. 국제분업구조에서 미국은 설계와 기획, 정보통신기술 등 첨단부분을 담당하고 한국은 제조업 중위기술의 중후장대 산업을 담당하였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일정하게 성장하자, 미국은 1998년 외환위기를 기회로 IMF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금융·자본시장의 완전개방을 요구하였다. 고금리·긴축경제에서 금융·자본시장 개방으로 미국 등 외국인투자자들은 헐값에 나온 한국의 은행과 우량기업들을 손쉽게 장악하였다. 미국계 외국인투자자들과 다국적기업에 의해 종속된 한국경제를 구조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IMF 이후 외국인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큰손이 되어 고배당과 시세차익으로 부를 독식하고 있다.

재벌 대기업들은 정부지원금과 규제완화, 감세 등의 친기업 정책으로 독점이익을 누리며,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영세기업 소속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독점가격을 부담하는 소비자들은 자기 몫을 정당하게 분배받지 못한다. 재벌 대기업 수익의 가장 큰 몫은 최대주주인 외국인들에게 귀속된다.

한국은행 본원수지에서 외국인투자(직접투자+증권투자)에 대한 배당금 지급액은 매년 20조 원에 이른다. 2018년 약 22조 5,828억 원을 지급하였고, 2019년은 약 20조 원, 코로나 위기인 2020년은 약 18조 573억 원을 지급하였다.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의 국적을 보면 미국이 41%인데, 미국계 투기자본의 서식처인 룩셈부르크(6.9%), 싱가포르(5.8%), 아일랜드(4.5%), 네덜란드(3.0%), 케이맨제도(2.0%) 등의 조세회피처를 고려하면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투자금액의 절반 이상은 미국계 자본으로 추정된다.

둘째, 한국이 수출로 얻은 달러는 다시 미국에 투자되므로, 미국은 세계 최대 부채 국가이나 기축통화 이점을 활용하여 부족한 자금을 해외에서 충당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에 상품을 수출하여 벌어들인 달러를, 대부분 미국 주거래 은행에 예금하거나 미국 국채를 다시 구입한다. 한국은 이자율이 낮은 종이쪼가리(의결권 없는 미국 국채)를 소유할 뿐이지만, 미국 투자자들은 자국 은행에 예치되어 있거나 국채를 팔고 받은 달러로 한국 우량기업들의 증권이나 한국의 국채를 매입한다. 한국 우량기업 증권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한국 국채도 이자율이 높으므로 미국은 이자차익을 통해 이익을 실현한다. 이는 미국이 기축통화인 달러를 무역·자본거래, 외환보유고, 가치척도 등에 사용하게 강제하는 가운데, 달러표시 자산이 안전자산이 되어 전 세계에 통용되기 때문이다.

셋째, 한국지엠, 쿠팡, 코스트코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크리아, 넥슨코리아, 구글,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외국계기업들의 이전가격, 조세회피 등으로 국부가 유출되고 있다.

외국계기업들은 외국 계열사에서 들어오는 원자재, 핵심부품 등은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고 한국에서 나가는 완성품의 판매가격은 낮게 책정하여, 한국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를 낮춘다. 한국법인은 외국기업 본사의 기술을 사용하고 높은 로열티를 제공한다. 한국에 원천기술이 있는 경우는 본사와 원가분담협약을 맺고 연구개발비를 한국법인이 많이 분담하고, 한국에서 개발한 기술은 해외 계열사에서 공짜로 사용하게 한다. 또한 한국 금융기관의 이자보다 높은 이자로 본사에서 자금을 대출한다. 결국 글로벌 공급사슬에서 수익은 본사 또는 해외 자회사에 축적되고 한국에서는 이전가격 조작과 조세회피 등으로 국부유출이 발생한다. 나아가 본사의 글로벌 사업계획에 따라 한국 공장은 언제든지 폐쇄될 수 있으며, 연구개발은 주로 해외에서 담당하여 한국에 원천기술을 축적하지 않는다. 이러한 조건에서도 정부는 외투기업에 대해 조세감면, 재정지원(임대료 감면, 교육훈련보조금, 고용보조금, 분양가 차액보조), 현금지원 등의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

넷째, 한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에 제공하는 지적재산권이 크게 늘어나, 상품무역수지는 흑자이나 기술무역수지는 만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선진국에는 로열티를 지급하고, 개발도상국에는 로열티를 받고 있는 데, 이를 종합하면 기술무역수지는 만년 적자이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 대한 로열티 지급액이 크게 늘어났다.

기술무역수지를 보면, 2012년 이후부터 미국에 대한 지적재산권수지 적자가 지적재산권수지 전체 적자 규모를 넘어섰다. 기술무역수지 전체 적자가 2019년 41억 달러인데, 미국에 대한 기술무역수지 적자는 46억 달러나 된다. 2019년 기술무역수지 적자가 일본에 7조, 프랑스에 8조, 싱가폴에 8조, 네덜란드에 2조 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미국에 대한 기술종속성이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에 대한 기술무역 적자는 대부분 전기전자와 정보통신 부문이다.


▲지적재산권수지 미국 비중 (단위 : 억 달러)  자료 : 통계청 기술무역수지(2021)
다섯째, 미국에 대한 경제종속성은 핵심산업의 투자와 시장확대에서도 나타난다.

한국 기업들은 자기 의지대로 시장을 확장하거나 기술 자립을 추진할 수 없다.

한국경제에서 최대 수익을 창출하는 반도체를 보면, 한국은 저장장치인 메모리반도체 생산을 담당하며 미국은 연산장치인 시스템반도체와 설계를 담당한다. 설계를 중심으로 핵심 특허를 보유한 미국은, 우방에 대해 조건부로 특허기술을 제공하고 적대 국가의 접근을 통제한다.

미국은 세계 주요 반도체 제조 기업에 재고량, 생산능력, 상품공급 주기, 주 거래처 등 26개의 핵심정보 제출을 요구하였다. 이를 거부하면 국방물자 생산법을 발동하여 수입을 통제하겠다고 압박하였다.

미국은 동아시아의 세계 반도체 생산능력(현재 79%)을 떨어뜨리고, 자국의 12%인 생산능력을 확장하여, 반도체 세계 공급망을 재구축하고 있다. 디지털 산업의 꽂인 반도체 기술과 생산을 미국이 장악하여 첨단 제조업을 부흥시키고, 중국으로 하이테크 기술 이전을 봉쇄하겠다는 의도이다.

미국의 압박에 따라 자주권이 없는 한국(삼성전자, SK하이닉스)은 회사의 핵심 정보를 제공하였고, 거대한 이익을 보고 있는 중국과의 반도체 거래 및 투자를 축소하고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공장 투자를 결정하였다.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www.minplusnews.com)

  김성혁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장 apple630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