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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알벌 물속 동승, 실잠자리 알 속에 알

1.1㎜ 알벌 물속 동승, 실잠자리 알 속에 알

 
조홍섭 2013. 08. 02
조회수 1933추천수 0
 

실잠자리 배에서 기다리다 물속에 배 넣고 산란할 때 '입수'

대만서 신종 알벌 발견, 물속 호흡 어떻게 등은 수수께끼

 

al1.jpg » 실잠자리의 '거대한' 몸체 위에 올라앉은 신종 기생 알벌이 산란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쉬 외, <플로스 원>

 

몸이 실처럼 가늘다는 실잠자리가 헬리콥터처럼 보일 만큼 작은 기생 알벌이 대만에서 새로 발견됐다. 무엇보다 이 알벌은 실잠자리의 배 위에 올라타 기다리다 이 잠자리가 물속에 배를 넣어 알을 낳는 동안 배 끝까지 따라 내려가 알 속에 자신의 알을 낳는 것으로 밝혀졌다.
 

세계에 800종이 알려져 있는 알벌은 생물방제용 천적으로 많이 쓰이며, 날개를 가진 곤충 가운데 가장 작은 0.17㎜ 크기의 알벌이 최근 발견되는 등 작기로 유명한 벌이다.(■ 관련기사: 아메바보다 작은 미니 벌, 뇌세포 줄이고도 할 건 다 한다)
 

al2.jpg » 신종 알벌 히드로필리타 엠포로스의 현미경 사진. 사진=쉬 외, <플로스 원>

 

대만대 곤충학자 등은 대만 북부에 많은 물잠자리과의 실잠자리에 초소형 알벌이 종종 ‘무임승차’한다는 것을 보고 연구에 들어갔다. 암컷의 길이가 1.1~1.2㎜인 이 알벌(히드로필리타 엠포로스)은 실잠자리의 배 가장 윗쪽에 머물었다.
 

이 실잠자리는 물속에 잠겨있는 식물의 잎 속에 구멍을 뚫고 알을 낳는데, 산란을 위해 기다란 배를 물속에 잠그는 동안 알벌은 배를 따라 끄트머리로 이동한다. 이어 방금 낳은 무방비 상태의 실잠자리 알에 자신의 산란관을 박아 알을 낳는다. 실잠자리의 알은 알벌의 먹이가 되는 것이다.
 

al3.jpg » 대만 북부에 흔한 물잠자리과의 실잠자리 배끝에 신종 알벌이 올라타 있다. 사진=쉬 외, <플로스 원>

 

al4.jpg » 위 사진을 확대한 모습. 사진=쉬 외, <플로스 원>

 

al5.jpg » 더 확대하자 신종 알벌이 뚜렷이 보인다. 길이는 1.1㎜ 정도이다. 사진=쉬 외, <플로스 원>

 

 

 

 

연구진은 이 알벌이 워낙 몸이 작아 물 표면을 뚫고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실잠자리의 배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알벌이 실잠자리 없이 홀로 물속으로 들어가려 애쓰는 모습도 관찰됐다.
 

물속에서 깨어난 알벌의 새끼는 헤엄쳐 표면으로 나왔는데, 일부는 평생 물속에서 머무는 것처럼 보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 알벌 암컷도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집게발을 지니고 있어 물속에서 걸어다니기 쉽게 적응한 모습이었다.

al6.jpg » 물속에 있는 물벼룩(1), 식물 잎 속의 실잠자리 알(2), 그 속에 알을 낳는 알 벌(3). 사진=쉬 외, <플로스 원>

 

al7.jpg » 실잠자리 알 속에서 깨어나오는 신종 알벌 새끼들. 사진=쉬 외, <플로스 원> 

 

특이하게 이 알벌은 수컷이 매우 드물어, 암컷 125 마리 당 수컷 한 마리꼴이었는데, 수컷은 생애 대부분을 물속에서 지내는 것 같다고 논문은 추정했다.
 

이밖에도 이 알벌에 관해서는 밝혀져야 할 것들이 많다. 실잠자리에는 언제 어떻게 올라타는지, 또 물속에 알을 낳는 실잠자리 암컷을 어떻게 가려내 편승하는지, 그리고 24시간 가까이 물속에 머무는 동안 호흡은 어떻게 하는지 등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이 연구는 온라인 공개 학술지 <플로스 원> 7월24일치에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hih YT, Ko CC, Pan KT, Lin SC, Polaszek A (2013) Hydrophylita (Lutzimicron) emporos Shih & Polaszek (Hymenoptera: Trichogrammatidae) from Taiwan, Parasitising Eggs, and Phoretic on Adults, of the Damselfly Psolodesmus mandarinus mandarinus (Zygoptera: Calopterygidae). PLoS ONE 8(7): e69331. doi:10.1371/journal.pone.0069331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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