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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과 ‘천막’, 만나서 하나가 돼야 한다

시민의 촛불과 야당 천막이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저들
 
육근성 | 2013-08-03 09:03:2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보수언론들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2만5000명(주최측 추산)이 모여 촛불을 들어도 못 본 척 해왔다. 촛불에 카메라를 대기 싫어하던 저들의 태도가 돌변한 건 이틀 전 부터다. KBS와 MBC, 조중동 등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촛불집회 관련 보도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촛불집회 관련 보도 갑자기 ‘봇물’

외면당하던 촛불집회가 보수언론의 메인 뉴스에 등장하게 된 것은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하겠다며 서울광장에 천막당사를 친 그 날 부터다. 특이한 점은 여권이 촛불집회와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연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 국정조사 진상규명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민주당의 장외투쟁과 6월부터 매주 주말 서울광장 등 도심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만나 하나가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야당의 장외투쟁과 시민들의 촛불이 만나 지난 대선을 관권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대규모 국민집회로 확산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게 보도 기사의 행간에서 쉽게 읽힌다.

기사의 행간에서 읽을 수 있는 것들

“시민단체가 이번 주 토요일에 열 예졍인 촛불집회에 의원(민주당)들의 참여을 막지 않는다는 방침이어서 촛불집회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TV조선)

“(민주당) 최고의원 회의에서는 대선 불복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채널A)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여야가 정쟁이 아닌 민생으로 경쟁할 때라면서...홍문종 사무총장은 민주당이 내일(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국민보고대회가 제2의 촛불집회를 염두해 두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고 밝혔다.“(KBS)

“새누리당은 민생을 위해 민주당이 국회로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국민들이 국정원에 붙인 주홍글씨는 절대 국정원 스스로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MBC)

“민주당이 결국 시민단체 등이 주도하는 촛불집회에 연대하는 형식으로 합류한다.. 형식적으로는 두 개의 집회(장외투쟁과 촛불집회)지만 사실상 이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서울신문)

“장외투쟁에 나선 민주당이 촛불집회 참여 여부부터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민주당, 결국 대선 불복세력과 손 잡는 것 아닌가... 대선 불복 이슈는 민주장에 ‘양날의 칼’이다... 하지만 객관적 정황은 사실상 대선 불복 투쟁의 길로 접어든 형국이다.” (문화일보)

보수언론들이 이틀 동안 쏟아낸 촛불집회 관련 보도를 분석해 보면 여권이 크게 두 가지를 우려하고 있음이 감지된다. ▲야당의 장외투쟁이 시민의 촛불과 만나 촛불이 크게 확산될 가능성과 ▲12.19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국민운동으로 전개될 가능성 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촛불과 천막의 ‘만남’을 두려워하는 저들

새누리당이 시민의 촛불과 야당의 장외투쟁이 함께 만나는 것을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지 직접 행동으로 입증한 사건이 일어났다.

2일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6명과 서울시 의원 등 30여명이 민주당의 서울시청 천막당사 장외투쟁 이틀 째인 2일 서울시청을 찾았다. 김성태, 김용태 의원 등은 민주당 장외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서울시청을 항의 방문해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와 방화대교 사고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책임이라고 강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야당 천막 현장인 서울시청을 항의 방문한 새누리당 의원들>

박 시장이 휴가를 취소하고 취약 현장의 안전 점검을 하고 있어 부재중이었지만 극구 시장을 만나겠다며 시장실 진입을 시도한 새누리당측과 10여명의 청원경찰이 충돌해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일부 청원경찰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야당 장외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에서 야당 소속 서울시장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이들은 박 시장의 서울시 행정 전반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 냈다. 인명사고와 재난을 야당 자치단체장 공격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로부터 폭행당하는 서울시청 청원경찰>

여당 서울시청 항의방문은 천막 현장 ‘물타기’

야당의 장외투쟁이 야당 소속 자치단체의 앞마당에서 열리고 있다는 게 무척 마음에 걸렸나보다. 어떻게 하든 야당의 장외투쟁의 본질을 희석시키고 물타기 하기 위해 안달이다.

조선TV는 1일 ‘민주당의 서울시청 천막 당사가 위법’이라며 이를 속보로 내보냈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서울광장 사용자는 최소한 사용예정일 5일 앞서 신고하고록 돼 있는데 민주당이 이를 어기고 무단으로 천막을 설치해 천막을 철거해야 할 판이라고 주장했다.

5일전에 신고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천막을 철거해야 한다는 보도는 과장된 것이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5일전에 신고했더라면 국회 파행을 미리 준비했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민주당이 신고 없이 천막을 친 행위가 5일간 서울광장 무단 사용에 해당한다며 5일치 변상금 81만8000원을 부과했다. 변상금을 납부할 경우 별다른 추가조치를 취하지 않는 게 그간의 관례다.

‘촛불’과 ‘천막’, 둘은 하나가 돼야 한다

새누리당이 수십명의 당원을 이끌고 서울시청을 항의 방문한 행위는 촛불집회가 열릴 때마다 맞은편에서 피켓을 들어온 ‘어버이연합’ 등 극우단체의 어용 맞불집회를 연상케 하기에 충분했다. 얼마나 걱정 되고 불안했으면 야당의 장외투쟁 현장으로 달려가 ‘맞불집회’를 열었을까.

여권이 정작 두려워하는 것은 촛불집회도 아니고 야당의 장외투쟁도 아니다. 이 둘의 ‘만남’을 두려워한다. 둘이 만나 엄청난 힘을 발휘할까 전전긍긍고 있다.

촛불집회가 성공하려면 야당의 장외투장과 연대해야 하고, 장외투쟁이 성공하려면 촛불과 함께 해야 한다. 둘은 하나가 돼야 한다. 그래야 진실이 규명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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