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의 지시 "윤석열한테 가서 작은아버지 봐달라 해"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2/28 09:58
  • 수정일
    2022/02/28 09:5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조시연 20시간 대화파일] "부회장이 죄를 시인했어"... 그런데 삼부토건은 왜 불기소됐나

22.02.28 06:54l최종 업데이트 22.02.28 06:54l
지난 2008년 8월 25일 라마다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본인의 희수연(77세)에 참석한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
▲  지난 2008년 8월 25일 라마다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본인의 희수연(77세)에 참석한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
ⓒ 오마이뉴스

관련사진보기

 
지난 2011년 10월 6일 검찰은 도급순위 34위(2010년 기준)였던 건설사 삼부토건의 본사(서울 중구 남창동)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조남원 부회장(2021년 12월 작고) 등 임직원 10여 명이 수년간 비자금을 조성하고, 수백억 원대의 회사자금을 횡령·배임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수사였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최종 결론은 '불기소'였다(2013년 5월).

그런데 최근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조시연 전 삼부토건 부사장의 20시간 대화파일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작은 영감(조남원 당시 부회장. 조 전 부사장의 작은아버지)이 자기가 죄를 시인했다"라고 말했다. 조남원 당시 부회장이 검찰에서 범죄 혐의를 시인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검찰이 조남원 부회장을 사법처리하려고 하자, 부친인 조남욱 당시 삼부토건 회장이 자신에게 "너는 무조건 윤석열이한테 가서 작은아버지 봐달라고 해라"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결국 검찰은 조남원 부회장 등을 불기소함으로써 '봐주기 수사 의혹'을 자초했다.

[2011년 삼부토건 수사는 무엇?] 내부제보로 시작된 특수부 수사
 

큰사진보기지난 1998년 1월 6일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이 동생인 조남원 부회장에게 부회장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  지난 1998년 1월 6일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이 동생인 조남원 부회장에게 부회장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관련사진보기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당시 한동영 부장검사)는 2011년 10월 삼부토건 압수수색을 통해 회계장부와 내부서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당시 검찰이 겨눈 주요 혐의는 삼부토건의 2인자였던 조남원 부회장과 정아무개 건설사업본부장 등 임직원 10여 명이 비자금을 조성하고, 수백억 원대의 회사자금을 횡령·배임했다는 것이었다(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 조 부회장이 주도한 파주운정지구 개발사업과 카자흐스탄 K-A프로젝트(주상복합건설), 헌인마을 개발사업 등이 수사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나중에 삼부토건의 혐의에는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위반이 추가됐는데 이는 카자흐스탄 판·검사, 경찰간부 등에게 뇌물을 준 혐의다.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관련된 차장·부장급 간부, 정아무개 전무(건설사업본부장), 김아무개 감사실 이사 등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았다. 옛 삼부토건의 한 관계자는 "2011년 10월부터 12월 말까지 조남원 부회장을 비롯해 임직원 37명을 대상으로 74회의 소환조사가 이뤄졌다"라고 전했다. 또한 파주운정지구 개발사업 공동시행사인 장철수 SM종합건설 회장, 조병훈 미래가 사장 등도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수사는 2013년 5월까지 20개월 동안 이어졌다.

흥미로운 사실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내부제보'를 받고 수사에 나섰다는 점이다. 다만 그 '내부인사'가 누구인지는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조남원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였던 조시연 전 부사장 쪽을 의심하기도 한다.

[삼부토건의 대응] 검찰수사 속에서도 윤석열 결혼식 참석, 김건희 전시회 후원

삼부토건은 검찰수사에 대응해 유재만 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변호인으로 수임했고(2011년 10월), 정상명 전 검찰총장과는 성공보수 1억 원의 자문계약을 맺었다(2011년 12월). 유재만 변호사는 당시 수사를 지휘한 한동영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과 전주고 동문이고, 한동영 부장과 윤 후보는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다.

특히 검찰수사 상황에서도 조남욱 당시 삼부토건 회장은 윤 후보의 오랜 스폰서 황하영 동부전기산업 회장 부친상, 정상명 전 총장 자녀의 결혼식 등을 챙겼다. 특히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만찬을 함께하기도 했다(2011년 12월).

당시 대검 중앙수사1과장으로 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는 연하장을 발송했고(2011년 12월~2012년 1월), 윤 후보와 김건희(코바나콘텐츠 대표)씨의 결혼식에 축하 호환을 보내고 직접 참석했다(2012년 3월). 두 사람 결혼식의 주례는 삼부토건 고문변호사였던 정상명 전 총장이었다. 또한 삼부토건은 김씨가 처음으로 주관한 '마크 리부 사진전'(2012년 5월~8월)을 후원했다.

[조시연 녹음파일 : 2021년 11월, 2022년 1월과 2월 반복해 발언]
"부회장이 죄를 시인했어... 이래서 난리가 난 거"

 
큰사진보기삼부토건의 후계자였던 조시연 당시 부사장이 지난 2010년 10월 1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에 나선 모습.
▲  삼부토건의 후계자였던 조시연 당시 부사장이 지난 2010년 10월 1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에 나선 모습.
ⓒ 오마이뉴스

관련사진보기

 
2011년 시작된 검찰수사와 관련해 조시연 전 부사장은 지난 1월 18일 지인과의 대화에서 "내가 아니라 작은 영감(조남원 당시 부회장)이 뭐가 걸려서 자기가 (검찰에서) 시인을 했어요. 실수했는지 모르지만 자기가 죄를 시인했어요"라며 "그거 가지고 난리가 난 거야. 그 바람에 뒤집어졌지"라고 말했다.

"딴 건 다 부인하고 막 여태까지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갑자기 어느 부분에서 뭘 하나 시인하셨는데 그것 때문에 걸린 거예요. 그래서 (검찰에서) '딴 건 필요 없어, 시인했으니까 시인한 거 가지고 집어넣어' 이래서 난리가 난 거야. 그 바람에 아버지(조남욱 당시 회장)가 (처벌)불원문을 쓴 거지. 다른 건 결정된 게 없기 때문에 써줄 필요가 없는데 얘(조남원 부회장)가 시인한 거는 (봐줄 수 없어서 처벌불원문을 쓴 거지)."

또한 지난 2월 11일 대화에서도 "(조남원) 부회장의 회의록이 (검찰에) 걸린 거야"라며 "거기에서 별의별 희안한 내용이 다 나온 거야. 그게 우리 윤총한테 다 걸린 거야"라고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전했다. 당시 검찰은 파주운정지구 개발사업에 참여했던 장철수 SM종합건설 회장의 수첩에 있던 회의록을 확보했는데, 이를 통해 조남원 부회장과 정아무개 전무, 장철수 회장이 사업시행이익을 횡령하려고 모의한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부사장의 발언은 이런 수사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1월 대화에서 지인이 "그때 수사는 누가 한 거야?"라고 묻자 조 전 부사장은 "윤총도 있었고, 서울중앙지검이 했죠"라며 "그때는 윤총이 소속하고 관계없이 대검에서 활동하고 있었거든. 소속은 어디 소속됐었는데 실제로는 대검에서 청와대 왔다갔다 하면서 활동했"다고 답변했다.

특히 검찰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겸 대검 중앙수사2·1과장(2010년 8월~2012년 7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2012년 7월~2013년 4월)을 지냈던 윤 후보가 조남원 부회장의 처벌을 강력하게 주장했고, 조남욱 회장이 자신을 윤 후보에게 보내 조 부회장을 봐달라고 지시했다고 조시연 전 부사장은 증언했다.

먼저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17일 지인과의 대화에서 "(조남원) 부회장님이 윤석열이한테 세 번이나 걸려 갖고"라고 말한다. 여기서 세번은 2004~2005년 건(의정부지검 고양지청), 2007~2008년 건, 마지막으로 이번 대화에 등장하는 2011~2012년 건(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을 가리킨다.

이어 당시 조남원 부회장이 범죄혐의를 시인한 것과 관련해 조 전 부사장은 "그래 가지고 (아버지가) 나(한테) 심부름시켜서 '윤석열이한테 가서 작은아버지 좀 봐달라' 그러고"라며 "(아버지가) '너는 무조건 윤석열이한테 가서 작은아버지 봐달라'고 그 얘기만 하라는 거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이 같은 똑똑한 사람이 그걸(봐주는 것을) 또 받아주겠냐고"라고 덧붙였다. 이는 윤 후보에게 걸렸던 '세 번' 중 앞에 것 '두 번'은 봐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미 두번 봐줬다는 윤석열의 입장] "이거는 안을 수 있는 한계를 넘었다, 안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관련사진보기

 
당시 윤석열 후보는 더이상 봐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11월 대화의 다른 부분에서 조 전 부사장은 "석열이형이 '영감님이 이거를 이렇게 하면 안된다. 이거는 선이 넘어간 건데... 이게 선이 넘어간 (거여서) 못봐주겠다'는데, 영감은 무조건 봐 달라고 그러고, (영감이) '내가 얘를 6.25 때 살려냈는데 어떻게 죽이려고' 그러고"라고 당시 봐줄 수 없다는 윤 후보와 어떻게든 동생의 사법처리를 막으려는 조남욱 회장의 발언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의 강경한 발언을 이렇게 더욱 구체적으로 전하기도 했다.

"(석열이형은) '내가 니네 영감은 서울대 법대 같은 선배로 해가지고 ...(중략)... 12년 이상 교류를 했는데, 내가 너 잘못 봤다. 이제부터는 교류를 안하겠다' 절교 선언하고 '이제 너는 다른데, 너가 와서 계속 작은아버지 봐달라, 삼부토건이 어떻다, 이런 얘기 할 거면 너 나오지 말고, 그 얘기 안할 거면 계속 나와라. 너한테 유감은 없다.' 이래가지고 아버지하고 나하고는..."

또한 2월 대화에 따르면, 당시 윤 후보는 조 전 부사장에게 '아버님한테 이거는 안을 수 있는 한계를 넘었다고 말씀드리고, 안된다고 얘기해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조 전 부사장은 "거기(윤 후보에게 걸린 것)에 돈을 어떻게 뺐느니, 어떻게 남기느니, 그 다음에 돈 처리 문제가 쫙 나오는 거지"라며 "윤총이 나한테 그런 얘기는 다 못하고"라고 말했다. 이어 지인이 "(윤석열이) '작은아버지 안자르면 회사 망한다' 그런 얘기한 거고"라고 말하자 조 전 부사장은 "기억력이 좋으시네. 다 기억해"라고 맞장구를 쳤다.

[요란했던 수사의 끝] 중앙지검 특수부가 20개월 수사했지만... 결국 불기소

윤석열 후보가 지난 2011년 삼부토건 검찰 수사 당시 조남원 부회장의 처벌을 강력하게 주장한 점은 '20시간 조시연 대화파일'에서 가장 논쟁적인 대목이다. 조남욱 회장, 조시연 부사장 등 삼부토건 일가와 가까웠던 윤 후보조차 조남원 부회장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면, 그럴 정도로 범죄 혐의가 명백하고 중대했다는 의미일 수 있다.

그런데도 기사의 서두에서 밝혔다시피 검찰은 조남원 부회장을 비롯해 삼부토건 임원진을 모두 불기소했다. 조 부회장이 범죄혐의를 시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기소했다는 점에서 '봐주기 수사'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윤 후보가 '더이상 봐줄 수 없다'고 주장했던 것이 무색해지는 결과다.

이로 인해 '누가' 지난 2011년 삼부토건 검찰수사를 최종 무마시켰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조 전 부사장은 2월 대화에서 "(우리가 봐달라고 했는데) 윤석열이가 안해준다고 했으니까 윤석열이 말고 다른 대안을 찾은 거지"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20시간 조시연 대화파일에서는 당시 전·현직 검찰 고위간부였던 '두 H'가 거론돼 눈길을 끈다.

한편, 일부에서는 당시 검찰수사를 삼부토건의 구파와 신파를 각각 상징하는 조남원 부회장과 조시연 전 부사장 간의 경영권 다툼의 산물이라고 보기도 한다. 2011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의 파주운정지구 개발사업 수사는 신파인 조시연 전 부사장쪽에 의해 촉발됐고, 2013년 수원지검의 유러피안 리조트사업 수사는 구파인 조남원 부회장쪽의 반격이었다는 시각이다. 파주운정지구 개발사업은 조남원 전 부회장이, 유러피안 리조트사업은 조시연 전 부사장이 추진했던 사업이다.

25년째 삼부토건에 근무해온 김영석 현 삼부토건 열린노조위원장은 "조남욱 회장의 후계구도를 세우는 과정에서 아들 조시연 부사장과 동생 조남원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있었다"라며 "삼부토건에 대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수사는 그 분쟁 과정에서 조남욱·조시연 부자와 친밀한 관계에 있던 검찰인사들을 통해 검찰권이 행사되고 또 한쪽 당사자는 이를 방어하면서 결국에는 양측이 함께 비리혐의를 덮어버린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수사 진행 후반부인 2013년 1월 조남원 부회장과 조시연 부사장은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고 동반 퇴진했다.

<오마이뉴스>는 조시연 전 부사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몇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조남원 전 부사장은 이미 사망했다.
 
큰사진보기지난 2008년 8월 25일 라마다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의 희수연(77세)에 참석한 동생 조남원 부회장(사진 왼쪽)과 차남 조시연 부사장.
▲  지난 2008년 8월 25일 라마다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의 희수연(77세)에 참석한 동생 조남원 부회장(사진 왼쪽)과 차남 조시연 부사장.
ⓒ 오마이뉴스

관련사진보기

 
[관련기사] 
- [조시연 20시간 대화파일 ①] 삼부토건 후계자 녹취록 ''윤총한테 세번 걸려... 가장 정확히 아는 게 윤총" http://omn.kr/1xhfy
- [조시연 20시간 대화파일 ②] 2005년 수사검사 윤석열-삼부토건 조시연 왜 만났나 http://omn.kr/1ximy
- [검증] 옛 삼부토건 '조남욱 리스트'에 윤석열 있었다... 2007년부터 등장 
http://omn.kr/1ues4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