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아빠 찬스’ 논란 관련
한덕수 “문제 심하지 않다 판단”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인식
‘윤석열 정부’ 첫 내각 후보자들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각종 의혹이 드러나면서, 부실 검증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국무총리·장관 후보자들의 전관예우와 부적절한 사외이사 재직 문제 등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걸러내지 못한데다, 윤 당선자의 ‘40년 지기’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지명 전날에야 인사검증동의서를 받는 등 졸속 검증이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18일 <한겨레>의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검증팀은 검찰과 경찰, 국세청 등에서 파견된 1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팀장은 윤 당선자의 최측근인 주진우 변호사가 맡고 있다. 주 변호사는 2019년 윤 당선자가 검찰총장일 때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으로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했다.
당선자 쪽은 내각 인선 과정에서 법 위반 여부 등에 관해 강도 높은 검증을 하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특히 2017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법 개정으로 이번 인수위부터는 현 정부의 인사기록과 인사관리시스템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정 후보자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인수위로부터 (지명) 이틀 전 밤에 연락을 받고, 지명 하루 전에 인사검증동의서를 냈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 말대로라면 그에 대한 검증은 하루에 불과하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는 이날 정 후보자 논란에 대해 “검증 단계에서 이런 다소간의 문제가 있다는 것은 저희가 알았다”며 “저희가 일차적으로 검증은 다 했지만, 자녀들의 평판조회를 했을 때 그렇게 심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의 충암고, 서울대 법대 후배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자신이 4년째 사외이사로 재직하던 그룹 계열사에 20대 아들이 입사한 것으로 드러나 또 다른 ‘아빠 찬스’ 논란이 터져 나왔다. 윤 당선자의 최측근 인사에 대해 인사검증팀이 ‘강도 높은 검증’을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인사청문위원회 태스크포스(TF) 소속 고민정·민형배 의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주진우 검증팀장을 거론하며 “윤 당선인이 자신의 심복과 상담하며 철저한 검증 없이 내각 명단을 국민께 발표한 것 아닌지 우려가 나올 정도로, 후보자들의 자질과 도덕성, 전문성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검증팀이 베일에 싸여 있어 소통이 되지 않고, 정보도 공유받지 못하고 있다”며 “인수위 안에선 정 후보자 출구전략에 대해선 얘기도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른 후보자의 경우 ‘위법 행위’에만 집중해 국민 눈높이를 맞추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은혜 전 당선자 대변인은 지난 5일 한덕수 후보자의 고액 고문료 논란이 불거졌을 때 “일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면서도 “(한 후보자는) 난국을 타개할 책임자”라고 말했다. 한덕수 후보자가 고위 관료 시절 외국계 기업에 집을 임대해 6억원대 수익을 올린 ‘이해충돌’ 문제와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한국외국어대 총장 시절 ‘금수저 학생 조사’에 나서고, ‘셀프 허가’로 롯데첨단소재 사외이사를 겸직하며 1억1566만원 급여를 받은 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임차인에게 전세금을 43% 올려 받은 일 등은 검증되지 않았거나 검증 과정에서 문제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관계자는 “검증은 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국민 정서도 무시할 수 없는데 이 부분은 소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 쪽은 “당선자 신분에서 검증 시스템이 국민께 완벽하다고 자평할 순 없다”며 “다만 최선을 다해서 역대 인수위보다 세밀한 검증을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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