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대통령실이 공식 발표한 기시다 총리의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는 "알지 못한다"라고 부인했다. 이는 지난 6월 30일 이소자키 요시히코 일본 내각관방 부장관이 공식 브리핑에서 직접 답변한 내용이다. 질의응답 전문을 살펴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기자 - 한국 측이 기시다 총리가 '한일 관계가 보다 건전한 관계로 발전하도록 노력하자'고 발표했는데, 사실인가?(韓国側はですね、岸田総理の方から話しかけて、日韓関係がより健全な関係に発展するように努力しようと述べたというような、発表をしているが事実か。)
이소자키 부장관 - 아니, 알지 못하는 일이다. (いえ、そういうことは承知をしておりません。)
이소자키 부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만찬 당시 기시다 총리가 했던 발언도 소개했다. 기시다 총리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 측의 노력을 강조했다는 게 일본 정부 입장이다. 이소자키 장관은
"기시다 총리가 이 자리에서 '매우 엄격한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岸田総理からは非常に厳しい日韓関係を健全な関係に戻すために尽力いただきたい旨述べたというこういうことに尽きるということでございます.) "노력하자"고 했다는 대통령실의 발표와는 사뭇 다른 뉘앙스다.
일본 언론들도 이소자키 관방 부장관의 브리핑을 전하면서, 일본 정부가 한국 발표를 부정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 신문은 지난달 30일 '이소자키 관방 부장관, 한일 정상의 대화에 대한 한국 발표를 부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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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30일 산케이 신문 보도. 한국 정부의 발표를 일본 관방부장관이 부정했다는 기사다. |
ⓒ 산케이신문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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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자키 관방 부장관은 30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스페인에서 열린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의 대화에 대해 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말을 걸어 '한일 관계가 건전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호소했다는 한국 측 발표를 부정했다."
<아사히신문>도 "한국 측의 발표는 '쌍방이 노력하자'는 의미이고, 일본 측은 '한국이 먼저 해결책을 내놓으라'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이소자키 관방 부장관의 브리핑과 일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기시다 총리의 이날 만찬 발언은 윤 대통령에게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 정부의 노력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일본 정부의 태도는 문재인 정부 때와 달라진 게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일본 정부 발표를 보면, 기시다 총리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모든 노력은 한국 쪽에서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면서 "한국 대통령실이 발표한 내용은 '서로 노력하자'는 내용인데, 일본 정부 발표와는 굉장한 차이가 있다"라고 밝혔다.
호사카 교수는 또 "일본 정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 쪽의 노력을 촉구해왔고, 윤석열 정부에서도 이런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번 한일 정상의 대화를 계기로 한일 관계가 개선의 가능성이 생겼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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