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민주 그린피스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기후위기 시대는 마지막 세계대전, 전 세계가 연합해야 이길 수 있는 전쟁”

지난달 8일 수도권 등 중부지역에 폭우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서울 관악구 반지하에서 3명이 사망했고, 다음날 윤석열 대통령이 이곳을 찾은 사진을 대통령실에서 전시행정으로 사용하면서 재난은 정쟁이 됐다. 반지하를 짓지 않겠다는 대책이 나왔고, 언론에선 불평등 문제에 방점을 찍었다. 홍수시 대통령 대응은 중요하고 양극화가 재난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우려의 목소리도 필요하다. 하지만 ‘8월 폭우’를 기후위기 관점에서 다룬 보도는 찾기 어려웠다. 

▲ 8월 폭우 당시 언론에서는 서울 관악구 반지하에 살던 3명의 사망 사건과 이 현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대처 문제에 집중했다
▲ 8월 폭우 당시 언론에서는 서울 관악구 반지하에 살던 3명의 사망 사건과 이 현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대처 문제에 집중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7일 ‘기후위기와 언론’을 주제로 서울 용산 그린피스 사무실에서 그린피스 활동가들을 만났다. 김민주 커뮤니케이션 매니저(언론 담당)와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의 인터뷰를 하루 앞두고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지나갔고, 7일자 언론은 대부분 ‘힌남노’의 강력한 위력이 기후위기 현상임을 지적했다. 

[관련기사 : 공식 깬 ‘괴물’ 태풍 위력에 언론 일제히 기후위기 지목]

인터뷰는 ‘8월 폭우’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당시 반지하집 문제가 이슈의 중심이었다. 물론 재난시 불평등의 가시화는 해결할 문제이지만 언론에서 그쪽에만 초점이 뒀던 건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김민주 매니저는 2020년 54일간 기록적인 장마 때와 이번 폭우를 비교했다. 

김민주 : 2020년 상황과 비교가 됐다. 2020년은 한국사회가 기후위기 피해를 깨닫고 언론에서도 ‘우리 삶 속에 기후위기가 침투한 사건’이라고 보고 심각성을 일깨웠다. 당시 정부에서도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했고(같은해 5월, 문재인 대통령 ‘한국판 뉴딜’에 ‘그린뉴딜’ 포함하기로 발표) 기업들도 ESG 트렌드를 받아들였다. 언론에서도 기후위기 관련 취재팀을 만들어 탄소중립 감축 논의가 활발한 시점이었다. 그린피스에도 하루에 두세건씩 인터뷰 요청이 오는 등 관심을 많이 받았다.

-그런 분위기와 비교하면 올해 ‘8월 폭우’는 기후위기와 연결점에서 관심이 부족했던 것 같다.

김민주 : 올해 상황은 그린피스의 과거 경험과 비교했을 때 정부와 대통령의 대처, 반지하 문제 등 한국의 정치사회적 맥락상 기후위기에 집중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8월 폭우’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주목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정상훈 : 불평등과 기후위기는 연결된 문제다. 반지하 문제에서 보듯 앞으로 기후위기가 지속되면 기후위기에 취약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이 나온다. 이번에는 서울 강남 지역 침수로 화제가 됐지만 사회취약계층 분들이 상습침수 지역에 거주하며 삶을 위협받는 기후불평등 속에 놓여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탐사보도를 보면 뉴욕에서 정말 더운 지역은 흑인과 빈곤층이 살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기후위기에) 열악한 계층에 투자를 많이 하고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를 논의하지 못했고, 대통령 개인의 행적에 초점이 갔고 진영논리로 재난마저도 정쟁화했다. 

▲ 김민주 그린피스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사진=그린피스
▲ 김민주 그린피스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사진=그린피스

 

-최근 비수도권 지역언론 관계자가 ‘언론에서 수도권에도 피해가 예상되면 열심히 보도하지만 남부지역에만 태풍이 지나가면 이번 태풍 힌남노만큼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기후위기나 재난을 서울 중심으로 생각했다는 비판에서 언론도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했다.

김민주 : 기후위기 캠페인을 하는 입장에서도 수도권에서 진행할 때보다 그렇지 않을 때 더 준비를 많이 해야하고 주목도가 떨어진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 재난은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발생할 것이다. 산불도 강원도 삼척·경북 울진 등이고, 지난해 파 가격 급등과 같이 전국적 이슈가 많기 때문에 기후위기 문제를 수도권 중심이 아니라 전 지역의 문제로 넓혀서 다뤄야 한다. 

-기후위기에 대해 언론이 제대로 경종을 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언론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후위기를 다뤘으면 하는가?

김민주 : 후쿠시마 원전 사고나 불법 플라스틱 수출 문제 등 언론이 집중적으로 보도했던 사안일수록 유익한 담론이 많이 형성됐다.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갈 것인지로 초점이 맞춰졌다. 그린피스가 캠페인 단체로서 노력을 하는 부분도 있지만 미디어가 사안을 주도하면서 논의가 잘 흘러가는 경험을 많이 했다. 또 언론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다루는 경우는 많다. 그런데 기사의 결론이 ‘시민들은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가’로 향한다. 기후위기는 에너지 사용 등 큰 틀에서 다뤄야 하기 때문에 정부 정책이나 기업의 태도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그래서 언론인들에게 ‘개인의 노력보다 기업과 정부의 개선으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제안을 한다.

정상훈 : 언론에선 항상 ‘개인이 뭘 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언론에서 부각할 것은 정책적 변화다. 또한 언론에선 갈등 상황을 찾는다. 재생에너지 관련 시설이 들어서면 주민들과 갈등이 있다든지, 그런 이슈다. 언론이 ‘갈등 유발자’가 아니라 ‘갈등 조정자’ 역할을 해줘야 한다. 갈등 상황이 주목도가 크지만 기후위기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유익한 보도 방향을 고민하며 조정자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Gettyimages.
▲Gettyimages.

 

-혹시 대중에게 널리 퍼졌거나 언론에서 잘못 알리고 있는 고정관념이 있나?

김민주 : 과거에는 기후위기를 북극의 문제, 극지방에서 빙하가 녹는 문제, 한국과 먼 나라가 물에 잠기는 문제 등으로 다뤘다. 그런데 최근 2~3년 사이에 우리의 문제로 다루고 있다. 바뀌고 있다. 

-2020년 이후 기후위기를 다루는 언론이 늘었다고 했는데, 어떤 매체들이 기후위기 취재팀이 있나? 

김민주 : KBS, MBC, 한국일보, 한겨레 등이 기후위기팀이 있는 걸로 안다. SBS, JTBC와 중앙일보는 전문기자가 있다. 환경전문기자 등의 타이틀을 가지고 소통하고 있다. 외신 블룸버그에는 ‘블룸버그 그린’이라는 섹션이 있다. 한국의 언론과 시민단체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이 블룸버그 그린을 참고하고 있다. 특파원은 보통 한국 전반을 다루는데 블룸버그는 기후에너지 담당 기자가 있어 심층적으로 취재하고 있다. 

-언론사와 협업 중 기억에 남는 사례를 몇 개 소개해달라.

김민주 : 중앙일보에서 2020년에 3개월간 주말판에 지면 한면씩 내줘서 그린피스 측의 기고를 실었다. 취재에 응할 때는 언론사 의도대로 전달되기도 하고 잘리는 내용도 있지만 기고 한면을 할애해줘서 그린피스 입장을 깊이있게 전달할 수 있었다. 또 하나는 이번 대선 때 KBS 기후위기팀과 대선후보 4명에게 기후 관련 공약을 점검하고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공동으로 했다. KBS와 같이 한 것이라 질문에 힘이 실렸다고 생각한다.

▲ 지난 2020년 9월26일자 중앙일보, 그린피스 측의 기고문
▲ 지난 2020년 9월26일자 중앙일보, 그린피스 측의 기고문

그 외에도 김 매니저에게 인상적인 보도를 몇 개 추천받았다. 그는 “중앙일보가 2020년 ‘기후재앙 눈앞에 보다’라는 스페셜 취재를 진행했다”며 “기후위기는 식량의 문제, 해수면 상승, 안전문제 등 여러 문제로 연결된다. 이를 분류하고 시각화를 잘했고 수상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창간 55주년을 맞아 특별취재팀을 꾸리고 제주, 시베리아, 그린란드 빙하 등 기후재앙의 현장과 현지인의 증언을 담아 VR 콘텐츠로도 공개했다. 올해의 과학언론상, KBCSD 언론상 대상, 인터넷진흥원장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 중앙일보 '기후재앙 눈앞에 보다' 기획취재 영상 갈무리
▲ 중앙일보 '기후재앙 눈앞에 보다' 기획취재 영상 갈무리

김 매니저는 “한겨레도 기후위기 관련 의미있는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기후위기와 인권’ 보도의 경우 한겨레 취재가 아니었다면 고민해보지 못했을 이야기가 담겼다고 했다. 한국일보 ‘그린워싱 탐정’ 연중기획도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끝으로 언론사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정 캠페이너가 답했다. 

“기후위기는 경제, 안전, 사회 불평등 등 사실상 모든 문제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정치부에서는 관련 입법에 대해 말할 수 있고 산업부 기자들은 ‘왜 RE100(기업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캠페인) 참여가 한국에서 어려움이 있는지’를 취재할 수 있다. 기후위기팀을 만들어 중점적으로 취재하는 것도 유익하지만 어떤 출입처에 있든 기후위기와 연계를 찾아 공익적인 보도를 해주길 바란다. 기후위기 시대는 마지막 세계대전이다. 전 세계가 연합해야 이길 수 있는 전쟁이다. 언론과 정부, 시민사회가 모두 공동대응해야 할 문제다. 모든 기자들이 이 문제를 다루면 좋겠다.” 

이번 기사에서 기후위기와 언론의 문제를 다뤘다면 이어지는 정상훈 캠페이너 인터뷰에서는 기후위기에 더 초점을 맞춰 깊이있는 대화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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