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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급성장 이면, '일자리 지키려면 과로해야'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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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5.08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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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쿠팡, 급성장의 이면 (2)

'구역' 볼모로 강제노동 강요

'건당 수수료 별 차이 없어'

전국택배노조 쿠팡 택배 분당지회는 매일 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사 측은 집회를 연 조합원과 노조 간부의 업무시간 외 출입을 막는다. 또한, 지회장에게 '입차제한'을 가해 업무를 제한한다. 이에 노조는 줄곧 '클렌징'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클렌징’이라고 부르는 제도는 ‘구역회수’를 일컫는다. 클렌징이란 이름에 대해 황준성 쿠팡 택배 분당 지회장은 “CLS 측이 이를 처음 ‘클렌징’이라고 표현했다가 ‘우리가 청소돼야 할 대상이냐’는 노조 측 반발에 ‘구역회수’로 말을 바꿨다”고 밝히기도 했다.

ⓒ 김준 기자

지역마다 다르지만, 분당의 퀵플렉스(배송기사)들은 오전 8시부터 배송을 시작해 오후 10시까지 물건을 나른다. 퀵플렉스가 정해진 시간에 물량을 배송하지 못하면 CLS는 대리점주에게 퀵플렉스 기사의 담당구역을 회수하라고 지시한다. 표현을 구역회수라고 했지만 사실상 계약해지다.

퀵플렉스 기사들은 정해진 시간 안에 모든 물량을 배송하지 못하면 해고되기 때문에 앞선 1부 기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평균 18분의 식사시간을 갖거나 이동 중에 끼니를 해결한다. “차라리 좀 쉬고 초과근무로 배송을 마치는 게 낫지 않냐”는 질문에 황준성 지회장은 “정해진 물량을 배송하지 못하면 바로 클렌징을 당하기 때문에 쉬고 말고 할 여유조차 없다”고 답했다.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물법) 5조에는 택배서비스사업사업자에게 사업등록 및 변경 시 영업점의 명칭과 규모 등을 정한 서류를 국토부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택배기사 개개인에게 ‘담당 구역’이란 ‘최소한의 임금보장’이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 계약서의 경우 영업점인 집배점 간 계약서에 집배점의 명칭과 책임배송지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노조 측이 공개한 CJ대한통운 계약서

노조 측이 공개한 CLS의 계약서

하지만 퀵플렉스 노조 측이 공개한 CLS의 계약서에는 ‘영업점에게 어떠한 독점적 권리 또는 고정적인 물량의 위탁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명시해 언제든 영업점의 배송구역을 회수, 변경할 수 있게 했다.

구역이 회수되면 계약서대로 일감이 사라지게 된다. 사실상 해고이기 때문에 CLS는 이를 이용해 앞서 언급한 ‘프레시백 회수’와 하루 300건이 넘는 배송 업무를 가능하게 했다. 일자리를 잃지 않으려면 퀵플렉스 기사들에게 12시간 넘는 과로는 필수인 셈이다.

생물법 11조 역시 ‘택배서비스사업자는 택배서비스종사자와의 운송 위탁계약을 해지하려는 경우 택배서비스종사자에게 60일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고 계약의 위반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CLS의 경우 시간 내 배송을 완료하지 못하면 바로 계약이 해지된다.

CLS 측은 “대리점의 택배기사 부족으로 인한 고객배송 지연 피해와 택배기사의 업무과중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대리점과 협의를 거쳐 위탁 노선을 변경해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이 주장에 대해 “택배현장에서 대리점은 원청과 대등한 존재가 아니며, 원청의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대리점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원청과 협의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관철할 수 있다는 식으로 사실을 호도한다”며 비판을 더했다.

노조는 CLS가 대리점주들에게 보낸 23년 2분기 구역회수(클렌징) 기준을 공개했다. 협의를 통해 기준을 만들기보단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에 가까웠다.

택배기사들에게 ‘구역’이란 ‘밥줄’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들의 높은 임금을 걸고넘어진다. 하지만 건당 수수료는 일반 택배기사들과 별 차이 나지 않는다. 황준성 지회장은 “쿠팡이 배송 업무를 정규직 쿠팡맨에서 하청 구조로 바꿨고 같은 임금을 주며 강제노동을 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은 3부는 지난 4월, 분당에서 노동조합을 결성해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쿠팡 택배 분당지회를 다룬다. 현장 조합원의 더 자세한 목소리와 이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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