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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입문생’ 인요한, 용산 외풍 막고 혁신 성공할까

당 안팎의 회의적 시각 “히딩크는 경험 많은 감독”, “혁신안 만들어봤자 지도부가 안 받으면 의미 없다”

(자료사진) 지난 8월 23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요한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공감 열두 번째 공부모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3.8.23. ⓒ뉴스1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위해 ‘푸른 눈의 한국인’ 인요한(64) 연세대 의대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23일 임명했다.

당 안팎에서는 “국민들 관심을 끌 만한 카드”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얼마만큼 당을 혁신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인 교수 본인도 “32년 동안 의사로 일했기에 공부할 게 많다”며 정치 경험 자체가 부족하다고 말했고, 혁신의 핵심인 ‘공천 룰’에 관해서도 “제게 주어진 것은 이론적인 방향”이라며 “솔직히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모른다”라고 밝혔다.
 

당 안팎의 회의적 시각
“혁신안 만들어봤자 의미 없어”
“정당에 대한 이해 없는 분”
“히딩크는 경험 많은 감독이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의 진실한 변화를 만들어 갈 혁신위원장으로 인요한 교수를 모시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박성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쇄신과 변화라는 국민의 엄중한 명령을 잘 수행해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자료사진 ⓒ뉴스1

1959년 전라남도 순천에서 태어난 인 교수는 1991년부터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인 교수의 가문은 ‘4대째 대한민국에 헌신하고 있는 가문’으로 유명하다. 외증조부인 유진 벨은 구한말 일제강점기 당시 호남지역에서 선교·교육·의료 활동을 펼쳤다. 그의 조부인 윌리엄 린튼은 일제강점기 선교사·교육자로 1919년 전북 군산 만세운동을 지도하고, 국제사회에 3·1운동 지지를 호소했다. 아버지인 휴 린튼은 한국전쟁에 미 해군 대위로 참전했으며, 순천기독치료소를 설립해 결핵퇴치에 헌신했다. 인 교수 본인은 대학 재학 중 5·18 민주화운동 시민군 외신 영어 통역 활동을 했고, 최초의 한국형 앰뷸런스를 개발했다.

뜬금없고 갑작스러운 인선은 아니다. 인 교수는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또 내년 총선에서 그가 연대 신촌세브란스병원이 있는 서울 서대문갑 지역구 공천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바 있다. 지난 8월 23일에는 국민의힘 친윤계 공부모임인 ‘국민공감’으로부터 초청받고 ‘선진국으로 가는 길–위가 잃어버린 1%’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 강연에서 인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영어를 그렇게 잘하는지 몰랐는데, 정말 잘한다”라고 윤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이번 인선과 관련해, 당 안팎에서는 “국민들의 관심을 끌 만한 카드”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 내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 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여러 가지 배경이나 또 가족이나 아버님이나 이런 분들도 굉장히 훌륭한 분들”이라며 “한국형 앰뷸런스를 보급하고 이런 분이라서 일단 흥미로운 카드인 것은 맞다”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이만희 사무총장과 만남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2023.10.23. ⓒ뉴스1
하지만 인 교수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고, 혁신위원장의 권한과 책임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요한 교수가 정치에 문외한”이라고 걱정하며, 위원 후보를 2~3명 정도만 추천하면 “난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우 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히딩크는 자신의 분야에서 경험이 많은 감독이었다. 견습생이나 훈련생이 아니었다”라며 “인 교수는 히딩크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글을 남겼다. 천하람 당협위원장은 당 혁신위원으로 일해 본 경험을 언급하며, 당과 당 지도부가 혁신안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으면 “혁신안을 만들어봤자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 혁신안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국민의힘에 위기감이 팽배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을 예상했는지 김기현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참고로 위원장 인선 과정에서 권한이나 역할에 대해 어떤 제한을 가하는 조건을 제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접촉한 혁신위원장 후보 모두에게 “혁신을 위한 전권을 부여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핵심은 ‘공천 룰’이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던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수 있었던 김태우 전 구청장’을 후보로 밀었다가 참패했기 때문이다. 당이 얼마나 용산 대통령실과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며 공정한 공천을 할 수 있느냐가 관권인데, 당 안팎에서는 회의적이다. 내년 총선 공천 실무를 총괄할 핵심 요직에 친윤계 인사가 임명되면서다. 새 사무총장·부총장 임명에 대해,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19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당을 100% 장악하고 자기사람으로 공천을 심겠다는 생각을 하나도 안 버렸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신인규 국민의힘 전 상근부대변인 또한 23일 페이스북에서 “전권 부여를 믿을 사람은 없다. 인요한 교수도 전권의 의미를 모를 것”이라며 “정당에 대한 이해가 없는 분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또 한 사람의 좋은 이미지만 소비하며 혁신의 단어를 오염시키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인 교수 본인도 혁신위원장 권한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이만희 사무총장과의 만남 후 ‘구상 중인 공천 규정에 관한 질문’에 “제게 주어진 것은 이론적인 방향”이라며 “솔직히, 아직 권한이 정확하게 어디까지인지 모른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와이프하고 아이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두루뭉술한 방향성만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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