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흔의 부동산 이야기] 정부가 만드는 세대간 부동산 투기 사다리
조정흔 감정평가사 | 기사입력 2024.09.11. 05:03:55
서울시내 한 재개발구역의 입주권을 감정평가하고 있다. 입주권이 소재한 지역은 바로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가 있는 장위10구역이다.
장위동 일대는 2006년도 이명박 서울시장 당시 뉴타운 지역으로 지정되었다. 1구역에서 15구역까지 구역에 따라 사업속도가 상이하다. 장위1, 2, 4, 5, 6, 7, 10구역은 사업이 완공되었거나 진행중이다. 이에 따라 장위동 일대에 1만 세대 이상의 신축아파트가 공급되었다.
장위동에 공급된 신축 아파트 가격은 59㎡기준 2021년에는 최고가가 10억 원을 웃돌았다. 2022년 하반기부터 2023년까지는 조정을 받아 7억 초반까지 하락했으나 올해 다시 반등해 최근에는 8억 초반대 수준에서 거래된다. 84㎡는 2021년 13억 중반대까지 올랐으나 2022년 하반기부터 지난해까지 조정을 받아 8억 중반까지 하락했다. 올해는 역시 반등해 10억 초반대를 회복했다.
재개발로 인해 주민들이 이주한 후, 철거 전의 장위동을 몇 차례 가본 적 있다. 전형적인 서민 거주 저층주거지였다. 주민들이 이주한 후 쓰레기장이 되어버린 빈 골목길, 곧 다시는 볼 수 없게 되는 동네를 걸으면서 불과 몇 달 전까지 멀쩡히 사람들이 살던 벽돌집과 골목길이 모두 사라진다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하였다.
장위10구역은 2017년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주민 이주 후 2020년부터 철거가 시작됐다. 그러나 조합과 사랑제일교회의 충돌로 인하여 사업이 계속 지연되어 왔다. 사랑제일교회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상 수용절차를 통한 감정평가액 82억 원에 불만을 품고 명도를 거부하였고, 법원 판결과 관계없이 조합과 보상금 500억 원을 합의하는 초유의 일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제일교회로부터 추가 요구가 이어지자 조합은 결국 사랑제일교회를 제척하고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오랜기간동안 재개발사업이 지연되다보니 원주민 조합원들의 피해가 얼마나 막심할까 싶었는데, 조합원들에 대한 뉴스가 별로 없어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장위10구역은 2008년 정비구역 지정, 2013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는데, 사업시행인가일 이전의 공시지가가 기준이 되다보니 종전자산 평가금액이 매우 낮은 편이었다. 또한 2017년 관리처분일 기준으로 조합원 분양가도 낮았다. 당시만해도 부동산 투기열풍이 몰아치기 직전이라 소유자들 중에서 현금청산자들이 많았고, 거주인구 3천여명 중 조합원수는 400여명에 불과했다. 조합원분양가가 59㎡기준 3억4000만 원, 84㎡기준 4억5000만 원 정도였으니, 현재 시점 기준 상승한 시세를 고려하면 조합원 프리미엄이 매우 높았을 것이다.
종전자산 권리가액 3억인 조합원이 84㎡ 아파트를 분양신청했을 때, 추가분담금 1억5000만 원만 부담하면 현재 시세 기준 10억 아파트를 갖게 된다. 조합원 입주권이 양도가능한 조건이라면 5~7억 정도의 프리미엄을 붙여 매도할 수 있는 선택지를 갖게된 것이니 조합원들은 대부분 부동산시장 급등기의 혜택을 고스란히 받게 되는 케이스였기 때문에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더라도 큰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져나오지 않았다.
사업은 실제로 늦춰졌다. 지난해 12월 사랑제일교회가 구역에서 제척되는 내용으로 정비구역 촉진계획이 변경되어야 했다. 이에 지난 7월에 정비사업통합심의을 거쳤으며, 이를 기초로 사업시행계획인가, 관리처분 등의 절차를 모두 다시 거쳐야한다.
지금까지 조합원들이 분양신청한 내용은 다시 모두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이다. 공사비가 상승한만큼 조합원분양가 또한 상승할 것이다. 물론 공사비 상승에 따라 일반분양가도 함께 상승할테지만 경제상황이 안갯속인 상황에서 높은 분양가로 인해 분양성이 낮아질 수도 있다. 조합원 분양가가 얼마나 높아질지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다.
장위10구역 재개발사업이 도대체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조합원의 권리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오랜 시간을 들였음에도, 외부의 부동산 시장 상황이 불안정적이고 변동성이 큰데다 부동산 입주권과 관련된 거래정보가 깜깜이인 상태에서 종전의 조합원 입주권 거래사례를 기준으로 조합원이 보유한 입주권 가치를 판단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장위10구역의 경우 거주인구 3000여명 중 조합원수는 400여명이고, 공급예정 아파트는 2000여 세대이다. 2000세대의 새아파트가 공급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1300여세대, 3000여명이 거주하던 주택이 사라진다. 이중에서 개발사업으로 인한 이익을 누리는 사람은 400여명의 조합원들 뿐이다. 조합원 세대수가 적다보니 아파트 2채의 입주권을 갖고 있는 조합원도 제법 있었는데, 이들은 운 좋게 더 많은 입주권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었다. 대부분은 아마 자녀에게 한 채 물려주기 위해 추가 입주권을 받은 사람들일 것이다. 조합원들은 부동산 시장이 활황인 좋은 때를 만나서 큰 개발이익을 얻으리라 기대했으나, 이들마저도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 상황으로 인하여 불안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곳을 터전으로 삼았던 3천여명 대부분의 거주자들이 산산이 흩어지게 되었다.
이 같은 현상이 장위동 일대 재개발 지역 전역에서 일어났다. 일대에 신축 아파트 1만여 세대가 공급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수만 명이 거주하던 노후주택이 사라졌다. 저소득층, 서민, 청년들이 거주하던 서민주택지, 즉 대체로 주택가격 2~3억 원, 월세 50만 원 전후의 저렴한 주택 공급이 감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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