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라갯벌의 저어새 ⓒ 오동필
군산에서 나고 자란 그는 새를 따라다니며 사진에 담는다. 새만금으로 메워진 동진강과 만경강 하구는 그가 수많은 새를 본 추억이 쌓인 놀이터 같은 곳이다. 2003년 시작된 조사단이 올해 20주년을 맞아 연 사진전 <바다를 만나다>에도 그간 만나온 새들이 모였다. 황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2023)에서 그는 그 새들의 '아름다움을 본 죄'를 말했다.
"새들이 갯벌에 없어. 공허감이 밀려와요. 괴롭고 슬프고, 아름다움을 본 죗값을 치르는 것 같아요. 너무 아름다운 걸 봤기 때문에 책임감이 있더라고요. 못 봤고 몰랐으면 나도 그냥 직장 다니고 그랬을 거 같아요."
그 책임감이 그를 지금까지 오게 했다. 생계를 위한 직업이 따로 있어 스스로 환경운동가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시민으로서 새만금을 둘러싼 운동을 포기할 수 없는 까닭이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핵심도 '시민'이다. 지역에 몸담고 살아가면 전문가보다도 잘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이들에게 생태조사란 삶을 살피고 돌보는 일상이기 때문이다.
올해 4월에 출범한 '새만금 상시 해수유통 서명운동본부'도 전북도민의 목소리로 이뤄지는 행동 조직이다. 오동필 단장은 그곳의 정책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바닷물이 가로막힌 새만금호에 해수를 유통하자는 얘기는 몇 년 간 꾸준히 나왔으나, 이 본부의 역할은 달리 있다. 싸워야 하는 방향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왜 '상시' 해수유통인가
'해수 유통'이란 방조제로 가둔 담수호에 다시 바닷물을 흐르게 만들어 해역으로 두는 것이다. 그러려면 방조제의 출입구를 인위적으로 닫기 위해 설치한 배수갑문을 열어야 한다.
2020년 12월부터 하루 두 번 새만금방조제의 배수갑문을 열고 있으니 지금도 해수 유통이 진행 중이긴 하다. 문제는, 그 지속 시간이다. 정부 방침대로라면 단 십 분만 열어도 해수 유통이기 때문이다. 오동필 단장이 수문 여는 횟수를 늘리기보다 아예 닫지 않는 흐름으로 바꾸고자 '상시'란 말을 제안했다.
"그 이름을 걸어야 싸움이 돼요. 운동은 싸움이거든요. 이미 주어진 말의 방향을 틀 수도 있지만, 전혀 새로운 이름을 거는 것도 운동이에요."
이름을 붙여보니, 과연 그렇다. '상시'라고 부르자 방조제로 막힌 새만금 안쪽이 예전처럼 바다로 흐를 수 있다는 상상력이 모인다.
반면 새만금개발청의 마스터플랜은 바닷물을 해수면보다 –1.5m로 낮추는 관리 수위를 유지하려 한다. 해수 유통을 확대하여 수위를 높이면 방조제와 방수제를 보강해야 해서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거기에는 수위가 높아지면 매립 용지가 줄어든다는 더 실리적인 이유가 있다. 아직도 새만금을 토건 사업의 이익 수단으로만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이 달라졌다. 방조제로 악화한 수질개선에 4조 원이 넘게 들어갔다. 담수호를 계속 고집하면 더한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해수 유통 없이는 '염분 성층화' 문제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소금물을 놔두면 소금이 점점 가라앉아 올라오지 않는 현상 같은 거예요."
새만금호 유역에서는 강의 민물과 염분기 있는 바닷물이 섞이지 않아 층이 생겨난다. 민물보다 무거운 바닷물이 가라앉아 층이 나뉜 채 오래 순환하지 못하면, 밑바닥의 산소가 부족해져 물이 썩는다. 그로 인해 어패류 같은 저서생물이 폐사하면서 수질 전반이 나빠진다.
바다의 자정 능력 자체는 뛰어나지만, 지금처럼 수문이 닫혀 있으면 새로운 바닷물이 흘러 들어올 수 없어 회복되기 어렵다. 가만히 고여만 가는 물속은 생명이 머무를 수 없는 죽음의 구역으로 남는다.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해수가 그 층을 흔들지 않는 한, 인간의 힘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하루에 한 번만 수문을 열었던 2020년 전에 비해 상황이 나아졌다지만, 정말 그럴까.
"사람도 산소가 충분해야 숨을 쉬잖아요. 누가 산소를 조금만 넣어주고 편하게 있으라고 하면, 죽지는 않더라도 숨이 가쁘고 고통스럽겠죠. 그게 맞나요? 그저 겨우 안 죽고 있는 상태일 뿐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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