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즉시항고를 하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을 석방한 지 나흘만인 12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나와 "즉시항고를 통해 상급심 판단을 받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검찰이 즉시항고를 하지 않고 윤 대통령을 그대로 풀어준 건 문제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천 처장은 검찰의 석방지휘로 즉시항고가 이미 불가능해진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도 "즉시항고 기간은 7일로 금요일(14일)까지 남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못박았다.
앞서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윤 대통령의 구속취소를 전격 결정해 파문이 일었다. 재판부가 사상 처음으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 기간을 '일'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하는 등 '특혜' 논란이 일면서 검찰이 즉시항고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검찰은 다음날인 8일 즉시항고를 하지 않은 채 윤 대통령을 석방했다. 천 처장 발언대로 만일 검찰이 14일까지 즉시항고를 해 서울고등법원, 대법원의 판단까지 구하게 된다면 윤 대통령 석방이 취소될 가능성도 생긴다.
전날 법사위에 출석해 천 처장 발언을 들은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즉시항고를 하지 않고 본안에서 다투겠다'는 검찰의 기존 입장만 반복했다. 다만 검찰은 천 처장 발언이 나온 직후 "법사위 상황과 관련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검찰은 13일 지휘부 회의를 열고 즉시항고 여부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출신으로 전날 법사위 현장을 지켜본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13일 통화에서 "권위 있는 법원행정처장이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검찰이 만일 내일까지 즉시항고를 하지 않는다면, 검찰은 정말 문을 닫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날 박 의원과의 전화 인터뷰 내용.
"구속취소에 대한 즉시항고, 위헌 결정 난 적 없다"
- 천 처장이 전날 오후 법사위에서 "(윤 대통령 석방 이후)일상적으로 구속이 이뤄지는데 구속기간 산입 혹은 불산입 문제가 계속 대두되고 있고 검찰에서도 재판부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구속기간을)일수로 계산하겠다'라고 하는 등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앞으로 (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즉시항고를 통해 상급심 판단을 받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발언했다.
"검찰이 즉시항고 하라는 것이다. 법에 있는 대로 말씀하신 거다. 즉시항고는 법에 규정돼있고, 7일 이전에 하면 되기 때문에 금요일까지 기간이 남아있다고까지 명확히 해주셨다. 법원행정처장의 발언은 비단 처장 한 사람의 발언이 아니다. 법에 대한 최종적인 권위를 가진 대법관으로서 법원을 대표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신 것이다. 윤석열 석방 이후 혼란에 대해 법원의 권위 있는 답변을 주신 거라고 봐야 한다. 큰 의미가 있다."
- 그럼에도 천 처장 바로 옆에 앉은 김석우 법무부 장관 대행은 '위헌 소지 때문에 즉시항고를 하지 않은 것'이라는 검찰의 주장만 되풀이했다.
"잘못됐다. 모든 법률은 그것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날 때까지는 합헌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구속취소에 대한 즉시항고가 위헌이라는 결정이 난 적은 없다. 당연히 즉시항고 규정도 합헌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이 위헌 결정을 미리 우려해 즉시항고를 포기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 천 처장 역시 "구속집행정지나 보석에 대한 즉시항고가 위헌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구속취소의 경우에도 동일한 헌법적인 문제가 있다"고 했지만, 동시에 "구속이 된 상태에서 (검찰이)즉시항고를 한다면 (구속집행정지나 보석과)동일한 (헌법적)문제점에 대해선 저희들도 공감하지만 지금은 신병이 풀려난 상태기 때문에 그 부분(위헌 문제)에 대해선 자유로울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 애초에 검사가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도 없거니와, 이를 차치하더라도, 8일 윤석열에 대한 석방 지휘를 하기 전 시점에서는 즉시항고를 했을 때 위헌 소지가 남아있을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윤석열이 석방된 상태기 때문에 즉시항고를 해도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답변하신 걸로 보여진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