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교수는 "내가 재판관이었다면, 3시간 만에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그동안 이처럼 무능한 대통령이 어디에 있었는가. 당장 쫓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하게 말을 이어가던 그의 목소리 톤은 이미 올라가 있었다. 윤 대통령 쪽 변호인단과 극우 보수진영에서 헌법 재판관의 성향을 문제 삼는 것에 대해서도,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저쪽에서 일부 재판관이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전체 법관 가운데 연구회 출신 법관은 극소수예요. 오히려 우리 법관들이 너무 보수중심으로 편향돼 있습니다. 거의 90%가 보수 성향이에요. 저는 항상 법 위에 상식과 양심이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요즘 법관들을 보면, 기술적으로 조문을 외우고 해석하는 전문가일 뿐이죠. 이를 극복해야 합니다."
- 법 위에 상식과 양심, 중요한 말씀 같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차별과 불평등의 경제학' 과목을 들은 적 있다. 역대 미국 대법원의 판결문을 많이 공부했는데, 처음에는 '법을 전공하지 않은 내가 잘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판결문이 너무 쉽고, 논리가 단순해서 법률 지식이 별로 필요 없을 정도였다. 깜짝 놀랐다. 역사적인 판례들이 상식과 양심에 기초해 있었다."
- 그에 비하면 우리의 판검사들은 법 조문만을 따진다?
"그렇다. 대구에서 고용노동부 대구지방노동위원회(대구지노위) 위원을 해오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그만뒀다. 오랫동안 대구지노위에서 사건을 다뤘는데, 저를 포함해 위원 3명 가운데 2명이 변호사다. 사건을 다룰 때 이들 하고 많이 부딪혔다. 법 조문으로 주장하고, 저는 상식과 양심에 따라 이야기하고…어떤 날에는 3건을 심사했는데, 모두 2대 1로 결정 나기도 했다."
- 어떻게 하셨는가.
"사실 집에 돌아와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어, 법조문을 다 찾아보고 했다. 그런데 이미 대법원 판례로 바뀐 것도 있었고, 해당 변호사는 그것도 모르고 다른 주장을 했다. 그래서, 대구지노위에 소수의견으로 나의 주장을 남겨달라고 했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결과가 뒤집히기를 바랐다. 이런 경험을 너무 많이 했다."
"20년 전 대구아파트값 서울 3분의1, 지금은 10배 차이"
- 본인의 바람대로 헌재의 탄핵선고가 나오게 되면,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그동안 꾸준히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오셨지만, 여전히 쉽지 않고, 오히려 더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 사회 전반에 걸친 양극화가 심해진 지는 오래됐고, 특히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자산 불평등이 최대 수준까지 와 있다. 20년 전 청와대에서 일할 때 노무현 대통령이 '대구 아파트는 얼마 합니까'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내가 '대구는 서울의 3분의 1 입니다. 서울이 3배입니다'라고 했더니 '(노 대통령이) 그렇게 차이 납니까'라고 한 적이 있었다."
- 지금 서울 강남 아파트 값은 수십 억 원이 넘는데.
"지금은 대구에 비교하면 3배가 아니라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30평형대 아파트가 수십 억 원씩 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 부동산 거품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거품을 잡아야 경제가 살아난다. 그 거품을 그대로 두고는 경제가 제대로 굴러갈 수가 없다."
그는 윤석열 정부 이후,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세 가지를 꼽았다. 부동산 등 자산 거품에 의한 양극화 해소와 비정규 노동자의 노동 불평등, 교육으로 인한 부의 세습 문제 등을 들었다. 이 전 교수는 "다음 정부는 윤 정부보다 분명 진일보할 것"이라며 "이들 가운데 하나만이라도 해결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성공"이라고 했다. 그의 이야기다.
"부동산 개혁을 통해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을 어떻게 덜어주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점점 더 커지는 자산 양극화 문제에 적극 대응해야 하고요. 비정규 노동자들의 처우도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요. 이들의 고통을 없애줘야 하고, 교육 문제도 매우 중요합니다. 현대판 신분 세습문제가 바로 교육과 연결돼 있죠. 저는 이 세 가지가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하죠."
- 사실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물론이다. 다음 정부는 이를 해결하겠다고 달려들어야 한다. 도전과 용기가 있어야 하고, 굉장한 지혜와 참을성도 필요하다. 이 가운데 한 가지만이라도 제대로 해낸다면 성공이라고 본다."
"이재명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포용사회로 나가야"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