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조선일보 주필, 中간첩 체포 보도에 “이름 처음 들어보는 매체 괴담”

양상훈 주필, 칼럼에서 ‘중국 간첩 체포’ 음모론 선 그으며 “조선일보는 사실만을 붙들고 독자 곁 지킬 것”

기자명박재령 기자

  • 입력 2025.03.13 10:55

  • 수정 2025.03.13 10:59

▲ 스카이데일리 보도 갈무리.

기성 언론이 스카이데일리의 ‘중국 간첩 보도’를 검증하며 허위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도 이를 “괴담”이라 비판하며 “사실을 검증하고 보도하는 언론은 백안시되고, 거짓과 과장으로 선동하는 유튜브는 인기를 끈다”고 했다.

양상훈 주필은 13일 <‘중국 간첩 99명 체포’ 괴담과 언론> 칼럼에서 “지난 1월 어느 자리에서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선관위 선거연수원에서 중국 간첩 99명을 체포해 주일 미군 기지로 압송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한 사람은 전문직에 계신 분”이라며 “그분께 뉴스의 출처를 물었더니 무슨 유튜브라고 했다”고 했다.

지난 1월16일 나온 스카이데일리의 <[단독] 선거연수원 체포 중국인 99명 주일미군기지 압송됐다> 보도가 유튜브를 통해 확산됐고 양 주필이 언급한 전문직의 알고리즘에도 나타난 것이다. 양 주필은 스카이데일리를 “이름 처음 들어보는 어떤 매체”라며 유튜브가 이를 그대로 옮기면서 “자신의 추측을 덧붙여 자극적으로 선동하고 있었다. 초보적인 사실 확인 과정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양 주필은 “그 후 필자는 이 괴담을 사실로 믿고 있는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중에는 이름을 들으면 모두가 깜짝 놀랄 만한 사람들도 있다”며 “이분들은 ‘관계 당국이 모두 허위라고 발표했고, 조선일보 취재진의 현장 사실 확인에서도 아무런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필자 설명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상당수는 필자의 설명을 믿지 않는 듯했다. 믿고 싶어 하지 않았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 13일자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

KBS ‘추적60분’은 스카이데일리 취재원으로 알려진 ‘캡틴코리아’ 안병희씨를 취재해 해당 보도가 어떤 과정을 통해 생겨났는지 추적하는 방송을 7일 방영했다. 이를 언급하며 양 주필은 “언론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할 보도”라고 했다. KBS 인터뷰에서 안씨는 “정보기관(국정원) 사람까지 속을 정도면 오히려 저한테는 좋은 그림 아닌가요. 그만큼 더 똑똑하다는 얘기니까. 거짓말을 해서 속일 수 있을 정도의 능력치라면 바로 어디 정보기관 바로 데려갈 수 있을 정도의 인재가 된다는 거잖아요”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 전말 드러난 스카이데일리 ‘中 간첩 보도’… “다 나한테 속아”]

리니지2M 사이하 업데이트

양 주필은 “그런데도 그 매체(스카이데일리)의 송년회에 전직 국무총리(황교안)가 나와 ‘지금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언론’이라고 칭송했다”며 “이 매체 대표(조정진)는 ‘우리가 옳았고, 우리가 이겼다’고 했다. 헌재에서 대통령 측 변호인이 ‘중국인 99명 체포’를 확인하기 위해 계엄을 했다고 변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했다.

이어 “안병희씨는 사람들을 속인 이유에 대해 탄핵 반대 세력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지금 양분된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은 듣고 싶은 얘기만 들으려 한다. 이런 사회에서 ‘불편한 사실’은 분노를 주고, ‘솔깃한 거짓’은 희망을 준다. 사실을 검증하고 보도하는 언론은 백안시되고, 거짓과 과장으로 선동하는 유튜브는 인기를 끈다”고 했다.

양 주필은 “많은 사람이 필자에게도 유튜브식 ‘희망’을 구하고자 한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반감이 너무 큰 탓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분들께 ‘조선일보가 결과적으로 누구의 편을 들거나 반대하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신문은 사실을 확인하고 전달하는 곳’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분들 상당수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고 했다.

각종 음모론이 확산되는 유튜브와 선을 긋겠다는 입장이다. 양 주필은 “사실을 찾는 언론이 ‘사실로 위장한 거짓’과 싸우는 일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거짓이 더 그럴듯해지고, 더 대담해지고 있고, 거짓이라도 믿고 싶어 하는 군중의 규모가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아무리 홀대받고 무시당해도 결국 역사와 나라를 움직이는 것은 ‘사실’이다. ‘사실’과 다른 길을 가는 나라나 집단이 맞을 결과는 명백하다. 조선일보 105년은 한마디로 ‘사실을 찾다가 성공하고 실패한 기록’이다. 사실을 찾는 일엔 보상도 없기 때문에 언론이 없으면 사실도 없다. 언론의 사명이자 숙명”이라고 했다.

관련기사

▲ 20일자 중앙일보 6면 기사.

기성 언론은 지난 1월16일 스카이데일리의 ‘중국 간첩 체포’ 보도가 나온 직후부터 이를 보도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라고 비판해왔다. 시사IN은 1월17일 <‘수원 선관위 연수원 중국인 99명 체포’는 가짜뉴스> 기사를 냈고 중앙일보는 1월20일 <“계엄날, 90명 감금” 기사가…9일뒤 “中간첩 압송” 둔갑했다 [가짜뉴스 전말 추적]> 기사를 냈으며 한국일보도 1월26일 <주한미군이 부인해도 ‘안 믿어’... 극우 ‘정론지’ 떠오른 이 매체> 기사를 냈다.

동아일보 정소연 객원논설위원은 1월30일 <부정선거 음모론이라는 역병> 칼럼에서 “‘선관위 직원 중에 중국 간첩이 99명 있다’ 등의 음모론을 믿지 않는다”며 “중국인 간첩설이 나온다. 선관위 등에 비밀스럽게 투입된 중국 간첩이 부정선거에 필요한 이 모든 일을 했다는 것이다. 이 가짜뉴스가 외국인 혐오, 중국 혐오임은 명백하다”고 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