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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 노동차별 ‘유리천장 지수’ OECD 꼴찌

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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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 입력 2025.03.13 20:00

  • 수정 2025.03.13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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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29개 국 중 29위 고수하다 지난해 28위

여성이 앞선 고등교육 이수율, 격차 더 커져

그럼에도 남성보다 훨씬 낮은 여성 노동 참여율

한국, 기업 이사와 관리직 여성 비율 최하위

여성 의원 비율 등 정치 대표성도 한국은 바닥

육아 휴직도 정책은 앞섰으나 남성들 외면

여성 노동차별을 보여주는 '유리천정 지수' OECD 29개 국 국가별 추이.2024년 1위는 스웨덴. 2016년 이후 줄곧 맨 꼴찌를 기록해 온 한국은 지난해 28위로 한 계단 올랐고, 터키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일본은 27위. 2016년에 9위였던 헝가리는 2021년에 24위로 추락했다. 2023년 13위였던 뉴질랜드는 2024년에 5위로 올라갔다. OECD 편균 순위는 2017년 이후 17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3월 5일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해마다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에 맞춰 발표해 온 여성 차별 ‘유리천장지수’(glass-ceiling index)에서 한국은 지난해에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조사대상 29개 국 중 28위로 바닥 순위를 면치 못했다.

OECD 29개 국 중 29위 고수하다 지난해 28위

한국은 지난 13년간 발표된 유리천장 지수에서 줄곧 맨 꼴찌인 29위 자리를 지켜오다, 지난해 처음으로 28위로 한 계단 올라갔고, 만년 27위였던 튀르키예가 2단계나 내려와 맨 밑자리를 차지했다. 한국 바로 윗자리는 줄곧 28위를 유지하다 2023년부터 한 단계 올라간 27위의 일본이다.

육아 휴직 비율과 관련해 <이코노미스트>는 “놀랍게도 일본과 한국은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관대한 남성 육아 휴직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새로 아빠가 되는 남성들 가운데 육아 휴직을 실제로 선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이코노미스트> 3월 5일)

스웨덴 등 성 평등 지수 높은 북유럽이 수위 차지

노동 참여율, 임금, 유급 육아휴직, 정치적 대표성 등 10가지 측정기준을 설정해 점수를 매기는 유리천장 지수의 지난해 순위에서 스웨덴이 지난 2년간 수위를 차지했던 아이슬란드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노르딕(북유럽) 국가들은 성 평등과 맞벌이 부부 지원 정책들 덕에 지난 13년간 늘 가장 앞선 순위를 지켜 왔다.

이들 나라와 대척점에 있는 나라로 <이코노미스트>는 줄곧 맨 밑바닥 순위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지난해에 겨우 한 단계 올라간 한국을 꼽았다.

뉴질랜드는 지난해 지수 순위가 8단계나 올라간 5위를 기록해, 여성의 노동조건이 가장 많이 개선된 나라가 됐다.

여성이 앞선 고등교육 이수율, 격차 더 커져

교육 부문에서 OECD 전체 국가 여성들의 대학 학위 이수 비율은 남성들보다 훨씬 높았다. 지난해의 경우 여성의 45%가 학위를 받았으나 남성 학위 취득자는 36.9%로, 남녀간 학위 이수비율 차이는 2023년보다 조금 더 벌어졌다.

지난 10년간 사실상 경영학 석사 취득 관문인 경영대학원 입학시험을 친 사람의 약 3분의 1이 여성이었다. 2024년에 그 비율은 36%로 올라갔는데, 이는 핀란드, 에스토니아, 뉴질랜드 여성들의 경영대학원 입시 비율 증가 덕이 컸다.

 

OECD 평균 여성 관리직 비율(점선. 빨간 선은 영국)과 여성의 기업 이사직 비율, 그리고 여성 국회의원 비율(왼쪽부터). 한국의 이 분야 여성 비율은 매우 낮다. 이코노미스트 3월 5일

 

그럼에도 남성보다 훨씬 낮은 여성 노동 참여율

이런 추세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노동 참여율은 여전히 낮았다. 이용 가능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노동연령대의 여성 66.6%가 직업을 가지고 있으나, 남성들은 그 비율이 81%였다. 이 비율은 나라별로 편차가 커서, 예컨대 아이슬란드와 스웨덴은 82% 이상의 여성들이 취업을 했으나 이탈리아는 그 비율이 58%에 그쳤다.

노동 참여율이 낮을수록 커리어(경력) 쌓기가 어려워지고, 그럴수록 성별 급여 격차가 더 커진다. OECD 전체 여성의 급여 중간치는 남성 급여 중간치보다 여전히 11.4%나 낮다. 호주와 일본 등 몇 나라들은 그 차이가 더 커지고 있다.

한국, 기업 이사와 관리직 여성 비율 최하위

기업 이사직의 경우 여성의 이사직 비율은 2016년 21%에서 오늘날 33%로 늘었다. 뉴질랜드와 프랑스, 영국의 여성들은 지금 남성들과 거의 동등한 수의 기업 이사직(company board seats)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2023년 국내 상장 370개 기업의 이사회 내 여성 비중은 8.8%에 지나지 않았다.

스웨덴과 라트비아, 미국 여성들은 전체 관리직(managerial positions)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이 분야 지수가 예전보다 많이 개선돼 전반적으로 점수가 높아졌다. 한국과 일본은 이 분야에서도 OECD 꼴찌 수준이다.

여성 국회의원 비율도 한국은 바닥

여성들의 정치적 대표성 또한 OECD에서 전반적으로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선거의 해라 불렸던 지난해의 수많은 선거를 거친 뒤 여성 국회의원 비율(평균치)은 지수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34%를 넘어섰다. 영국의 경우 지난해에 여성 의원들이 43명 더 늘어 국회의원 전체의 41%로, 그 전까지의 35%보다 6%p나 올라갔다. 일본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지금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나 그 비율은 여전히 16%밖에 되지 않았다.

한국도 22대 국회의 여성 의원 비율이 21대 국회보다는 1%p 늘었으나 20%밖에 되지 않아, 일본보다는 조금 높지만 186개국 중 120위로 바닥에 가까운 수준이다.

육아 휴직도 정책은 앞섰으나 남성들 외면

육아 관련 지수도 아이 돌봄 노동의 대부분을 여전히 여성이 맡고 있는 현실에서, 관대한 조건의 육아 휴직과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의 아이 돌봄이 여성들의 노동 참여율을 높이는데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미국은 이 분야에서 가장 사정이 좋지 못하다. 미국은 부유국들 중에서 국가 차원의 의무적 육아 휴직제가 없는 유일한 나라로, 아이 돌봄 비용이 평균임금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부유국들 중 미국보다 더 많은 아이 돌봄 비용이 드는 나라는 평균임금의 37%인 뉴질랜드와 49%인 스위스뿐이다.

이 분야에서 더 관대한 정책 혜택을 받고 있는 나라는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인데, 산모가 각각 79주, 69주 동안 완전 유급 육아 휴가를 받는다. 남성 육아 휴가 또한 기업들의 여성 차별을 막고 아이 돌봄 노동 분담에 보탬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코노미스트>는 바로 이 지점에서 전혀 예상밖이라는 듯 “놀랍게도” 한국과 일본이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관대한 육아 휴직 정책을 채용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직장 남성들이 실제로 육아 휴직을 하고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도 지적하고 있듯이 유리천장 지수는 실상의 단면을 완벽하게 드러내 보여 주진 못하지만, 주요 국가별 유리천정 실태와 유리천장 깨기 성과들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전체적인 추세와 국가별 성적표를 알기 쉽게 보여 준다. 한국 성적표는 보다시피 주요국들 중에서 바닥이다. 한국의 유별난 저출산 문제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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